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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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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

: 안견과 목효지 꿈속에서 노닐다

[ EPUB ]
권정현 | 예담 | 2011년 01월 1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3 리뷰 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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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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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18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0.4만자, 약 6.1만 단어, A4 약 128쪽?
ISBN13 979116344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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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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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평대군의 꿈이되 또한 나의 꿈이 되어야 한다.’
안견은 눈을 감은 상태에서 죽탄을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안평의 꿈을 그림으로 옮기려면 온전히 안평의 마음으로 스며서 그가 꾼 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안평의 꿈을 꾸는 듯한 짙은 속눈썹과 먼 곳을 바라볼 때 꾹 다문 입술, 강인해 보이는 턱선과 잘 정돈된 턱수염을 하나하나 가슴에 새겨나갔다. 안평은 하룻밤 꿈속에서 도원을 보고 온 게 아니라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꿈속에서 보았다던 세상은 어쩌면 그가 마음속에 담고 있는 현실이 아닐까.
‘그렇다면?’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안견은 눈을 뜨고 촛불을 노려보았다. 안평의 꿈을 그리는 일은 그의 미래를 그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나의 꿈이 아니다……. 안견은 죽탄을 내려놓고 방안을 돌아다녔다. 불길한 예감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어찌하여 안평이 발견한 도원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을까. 하필이면 그 동행자가 집현전 학자 박팽년일까. 최항과 신숙주가 뒤늦게, 그것도 갑자기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붓을 쥔 자에게 번뇌는 필요 없네! 바람이 이끄는 대로 붓을 놀리게!’
안평대군의 말이 귀를 울렸다.
‘말이라고 하슈? 예쁜 처자 하나 끼고 경치 좋은 곳에 들어앉아 세상 근심 잊고 한시절 살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소.’
꿈을 이야기하던 목효지의 간절한 눈빛도.
‘그렇다! 풍경이 아니라 꿈을 그리자. 모든 욕망이 제거되고 순수하게 도달해야 할 꿈의 공간, 현실이 아닌 꿈이기에 우리가 간절히 동경할 수 있는 그곳.’
안견은 바닥에 주저앉아 눈을 감았다.
수많은 생각들이 호흡과 함께 들끓었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끓어오르는 잡념을 하나하나 지워나갔다. 꿈은 어디까지나 꿈일 뿐이지 않은가. 그림도 그림일 뿐이다. 아무도 그리지 않은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욕망, 도화서 화공이 아닌 한 사람의 화가로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 세세토록 남아 전해질 단 한 점의 그림을 그리겠다는 열망까지, 안견은 생각이 떠오르면 떠오르는 대로 그 생각을 물리치며 머리를 비워나갔다. --- pp.90-91

마루에 앉아 숨을 고르는데 끼익, 소덕문이 열렸다. 목효지는 얼른 구석에 몸을 숨겼다. 앞뒤에서 들것을 든 사내 두 명이 소덕문을 빠져나왔다. 들것 위에 팔을 아무렇게나 늘어뜨린 시신 한 구가 얹혀 있었다. 목효지는 거리를 둔 채 두 사내의 뒤를 따라갔다. 사내들은 인가가 뜸한 와우산으로 들어가더니 시신을 언덕에 내던지고 사라졌다. 목효지는 시신이 버려진 언덕 밑으로 내려가 보았다. 병에 걸려 죽은 듯 얼굴이며 목덜미가 검게 변한 젊은 처녀였다. 목효지는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를 게 없군…….’
유성 하나가 동쪽에서 북쪽으로 길게 꼬리를 그으며 사그라졌다.
별들도 죽고 태어나는구나. 죽은 별들은 모두 어디로 갈까. 별들에게도 제 어미아비가 있을까. 흥덕사에 묻고 온 부모 때문에 목효지는 마음이 울적해졌다. 그동안 무엇을 위해 이 산 저 산 뛰어다녔을까. 묻힐 곳조차 얻지 못하고 버려지는 시신이 널렸는데. 나는 그간 사람을 보지 못하고 땅만 좇은 게야. 가난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 평도 안 되는 양지춤이거늘, 명당이 다 무엇이며 땅속의 기가 무슨 소용인가.
목효지는 손가락을 갈퀴처럼 구부려 땅을 파기 시작했다. 손톱이 갈라지고 피가 맺혔다. 등이 땀으로 흠뻑 젖어들 때까지도 땅 파는 걸 멈추지 않았다. 한 시진이 지나서야 겨우 사람 하나가 들어갈 구덩이가 파였다. 목효지는 시신을 묻고 근처의 흙을 퍼 올려 봉분을 만들었다. 풍수의 궁극은 땅이 아닌 사람이라던 기화스님의 말이 생각났다. 오랫동안 수수께끼처럼 여겨졌던 그 말의 실체를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은 밤이었다.
--- pp.277-278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가난한 중인 집안에서 태어나 그림에 뛰어난 소질을 발휘, 궁중 도화서에 특채된 안견은 궁중에서 국가의례와 관련된 그림이나 영정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지만 늘 자신만의 그림을 펼쳐 보이고픈 꿈을 꾼다. 당시 조선의 그림은 유명무실했고 숭유억불정책으로 뛰어난 불화와 독창적인 산수도를 잘 그리던 고려의 화맥도 끊어진 지 오래였다. 스승도, 참고할 그림도 없이 혼자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하던 안견은 조선 화단에서 새롭게 화풍을 일으키고자 노력하지만 비교할 그림을 찾지 못해 좌절하길 반복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안견은 안평대군이 그림을 좋아해 오래된 그림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몰래 안평대군의 화실로 잠입해 고려의 옛 그림과 중국에서 건너온 선진그림들을 감상하고는 넋을 잃는다. 안평은 소맷자락에 넣어온 붓과 종이를 꺼내 몇몇 그림을 묘사하지만 인기척을 느낀 노비가 다가오자 재빨리 달아나 위기를 모면한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안평의 집에서 본 수백 점의 그림들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안평이 덫을 설치해놓은 줄도 모른 채 다시금 안평대군의 집으로 숨어든다. 결국 종들에게 잡힌 안견에게 안평은 숨어든 목적을 묻고 안견은 사실대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안견의 말에서 그림에 대한 열정을 느낀 안평은 안견을 풀어주고 그림이 보고 싶으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허락한다. 그날 이후 안견은 안평의 술친구가 되어 그와 더불어 예술, 중국의 글씨와 그림, 화풍에 대하여 논하고, 그로부터 1년이 흐른 어느 날 안평대군은 안견을 집으로 불러 꿈에서 본 도원을 그려달라고 청한다. 집으로 돌아온 안견은 자신의 모든 실력을 집대성하여 삼 일 만에 「몽유도원도」를 완성한다.
한편 조선 초기 역모 사건에 휘말려 노비로 전락한 비운의 가문에서 태어난 목효지는 궁중제사에 쓸 곡식을 담당하는 ‘전농시’에 소속되어 노비로 살며 풍수를 공부하고 현존하는 모든 풍수서를 암기하여 당대 최고의 실력을 기른다. 제향에 쓸 곡식을 매입하는 자신의 업무를 이용해 시간이 날 때마다 한양 주변의 산을 돌아다니며 풍수가에서 말하는 세상을 제패할 위대한 제왕이 탄생할 자리, 곧 ‘자미원’ 명당을 찾아다니던 목효지는(그곳에 자신의 부모를 모셔 출세하거나 그 자리를 지체 높은 양반에게 소개하여 신분상승을 꾀할 목적) 느닷없이 나타난 사내에 이끌려 대저택으로 안내된다. 그곳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좌의정 김종서의 집이었다. 김종서가 은밀히 목효지를 부른 이유는 자신의 조상 묘에 누군가 쇠말뚝을 박아두었기 때문이다. 김종서는 쇠말뚝이 박힌 연유를 묻고 목효지는 그 자리에서 자신이 범인을 잡아줄 테니 이번 일에 공을 세우면 노비 신분에서 면천시켜달라고 당돌하게 거래를 청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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