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짐을 내려놓으면 여행자는 우선 여행으로 지저분해진 몸을 씻고 싶다고 생각할 터인데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규모의 지역이라면 로마 풍의 생활에 늘 있게 마련인 시설 좋은 공중 욕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수영 풀뿐만 아니라, 오늘날 터키에서 볼 수 있는 욕장에 구비된 모든 것들이 갖추어져 있었다. (...)
로마의 욕장에는 입욕을 위한 설비뿐 아니라 운동장, 미용 살롱, 음악회, 전람회, 강연, 산책로... 배가 고프면 음식 파는 곳에서 무언가를 사먹거나 혹은 욕장 시설 안의 간이식당에 가서 식사를 할 수도 있었다.
대개는 공중 욕장 바로 옆의 편리한 장소에 여인숙이 있었는데, 그 곳은 평화와 정숙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는 적합치 않았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한때 욕장 위의 방을 빌린 적이 있는데,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음은 그의 묘사를 빌면 실로 오싹할 정도다.
나는 공중 욕장의 바로 위에 있다. 자신의 귀를 저주하고 싶어지게 되는, 인간이 낼 만한 온갖 소리들을 한번 상상해보라! 근육질의 남자들이 납으로 된 아령을 손에 들고 몸을 단련하면서 온 힘을 쥐어짤 때 내는 신음소리. 손으로 어깨를 두두리는 값싼 마사지 소리. 게다가 공놀이를 하는 자들이 타격수를 세기 시작하면 만사 끝장이다. 싸움을 좋아하는 소란꾼들, 현행법으로 붙잡힌 도둑, 욕조에 잠겨 자기 노래에 도취해 있는 자들까지.
또한 고막이 찢어질 정도의 물소리를 내며 풀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다. 이외에 족집게 장사를 빼놓을수 없다. 녀석들은 가느다란 쇳소리를 내지르며 서비스 광고를 하고, 온갖 소리로 외쳐대는 음료수 장사, 소시지 장사, 케이크 장사, 선술집의 음식 장사가 각기 독특한 가락을 붙여 자기 상품을 팔러 돌아다니는 것이다.
--- pp 239~240
바람의 조건이 좋고, 날짜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 배의 책임자들은 항해 전에 희생의 의식을 행한다. 희생으로 바쳐지는 것은 양이나 수소이며, 포세이돈은 암소를 좋아했다. 이러한 의식이 행해지는 동안 흉조가 발견되면 항해는 연기되었다. 바람 방향이 좋고, 날짜에도 문제가 없고, 희생의 의식도 기대대로 행해졌다 하더라도, 일어날 수 있는 흉조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발판을 올라갈 때 재채기를 하는 것은 흉조였으며, 까마귀나 까치가 돛대줄에 앉아 있거나 짖는 것은 길조, 물가에 난파선의 잔해가 보이는 것은 흉조, 어떤 종류의 말이나 표현은 흉조로 여겨졌다.
여행자나 선원이 꿈의 계시를 믿을 경우(사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몽을 믿었다), 꿈으로 인해 항해가 연기되는 일도 있었다. 이 문제에 관한 고대의 책에 따르면, 탁한 바닷물이나 열쇠나 닻에 관한 꿈을 꾸는 것은 분명한 항해 금지를 나타냈다. 염소 꿈은 큰 파도나 풍랑의 전조이며, 만일 염소가 검은 색일 경우는 큰 폭풍을 의미했다. 멧돼지는 거센 풍랑을 의미했다. 수소도 그러했는데, 만일 뿔이 난 경우 그것은 난파를 뜻했다. 부엉이나 그밖의 밤새는 풍랑이나 해적의 습격을 의미했으며, 갈매기나 그밖의 다른 바다새는 위험하기는 하지만 죽음에 이르지는 않는 것으로 여겼다. 달 위에 자신의 얼굴을 보는 꿈은 난파를 의미했으며, 누워서 하늘을 나는 꿈이나 물 위를 걷는 꿈은 좋은 징조라 받아들여졌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항해를 권장하는 꿈은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적었던 듯하다.
--- pp 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