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분, 내 마음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어’라고 생각하다가도 도무지 알 수 없는 마음을 만나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몰라서 괴롭고 알아도 어려운 나의 기분, 나의 마음.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듯이 나의 마음도 그럴 수 있다면 좀 더 나을까요. 나의 생각과 마음을 매 순간 떼어놓고 바라볼 수 있다면 아마 감정에 휘둘려 작은 괴로움을 큰 괴로움으로 오해하거나, 가벼운 상처를 깊은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일이 조금 줄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마음도 모르면서’ 읊조리는 설토의 모습에서 서운함 가득한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기를. 그를 통해 애매모호하던 기분을 조금은 분명하게 느껴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prologue」중에서
당신에게 만큼은 상냥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더없이 친절하고, 따뜻하고 세심한 사람이고 싶어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더 그리 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더고 싶어요. 당신에게 좀 더 멋진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2. 너를 알고 싶어, [이 순간]」중에서
하나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동분서주했습니다. 포기하면 그만인 것을, 훗날 닥쳐올 후회를 감당하기가 더 싫었습니다. 도망치는 내 모습을 보고 싶지도 않았고요. 처음, 이 일을 시작하며 바랐던 만큼의 수확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수확한 분량과 별개로 우직하게 일구고 가꾸어, 무사히 지난 시간을 채웠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뿌듯합니다. 잘 참고, 잘 견디고, 잘 버틴 보람이 느껴집니다.
---「2. 너를 알고 싶어, [별 따는 밤]」중에서
그와 나 사이에 모든 경계를 허무는 일.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게 된다는 건 아마 거기서 출발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아 적막하고 서늘했던 마음에 온화한 기온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함께’라는 기분. 서로를 밀어내던 경계가 사라지고 마침내 ‘같이’ 있다는 이 느낌. 참 좋네요.
---「3.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우리, 함께, 여기에]」중에서
이름만 떠올려도 왈칵 눈물이 쏟아지던 시간이 겨우겨우 지나갔습니다. 온통 가득 차 있던 그의 흔적들이 빠져나가고 나니 텅 빈 껍데기만 남은 기분이었습니다. 감정에 휩쓸려 제대로 보지 못하고 넘겼던 순간들도 이제야 선명히 보입니다. 그때 그랬구나. 그런 마음이었겠구나. 비로소 함께했던 기억들을 모두 모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간직해야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6. 그땐 돌아보지 말고, 안녕, [이별과 마주 앉은 밤]」중에서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진 못해도, 분명 느낄 수 있습니다. 내가 느끼려고만 하면 생겨나고, 없다고 믿으면 세상 어디도 존재하지 않는. 행복이란 그런 거 아닐까요.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지금 당장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지요. 하지만 쉽지 않다고 여기지요. 말처럼 잘 안 된다고. 어렵다고. 그러나 행복은 이미 내 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라요. 그러니 내가 정해버리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