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창설된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는 그동안 우리나라 일어일문학계의 선도 역할을 해왔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일본연구의 불모지였을 뿐만 아니라 일본에 대한 국민감정도 지극히 좋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지금 상황은 일변했다. 오월동주의 입장 하에서 우리는 미우나 고우나 일본과의 공존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뿐더러, 일본의 그릇된 모습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반일이 아닌 지일의 논리로 무장해야 한다.
제대로 된 지일이란 일본의 어문학은 물론 역사, 문화, 사회, 정치, 경제 등 전방위적 융합연구를 필요로 한다. 그 동안 다양한 저술 작업을 통해 일본어문학 연구의 저변 확장에 기여해 온 본 학술도서편찬위원회에서는 일본지역에 대한 융합연구를 지향하며 일본의 문화와 사회에 관련된 열 두 개의 관심사를 세 개의 영역으로 묶어 편찬하였다.
제1부 프롤로그에서는 일본 문화와 사회의 토대를 이루는 인문학적 기초지식을 「일본지역학 입문·일본의 역사와 지리」를 통해 소개하였다. 제2부에서는 전통과 일상이 공존하는 일본문화의 중층성을 「전통문화·무사도·생활·마쓰리·종교」에서 찾아보았다. 제3부에서는 근대와 탈근대가 교차하고 있는 일본사회의 역동성을 「가족·교육·젠더·다민족성과 마이너리티·사회운동」에 초점을 맞추어 조망하였다.
개별 주제의 책임 집필자와 개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지역학 입문」(박용구)은 지역학의 활력이자 논쟁거리로 남아 있는 지역 및 지역학의 개념, 인식론 및 연구방법, 일본학의 발전단계별 유형의 특징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담아 일본지역학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고 있다.
「역사와 지리」(박용구)는 일본사의 시기별 특징을 통시적으로 개관하고 일본의 지리와 행정구역에 대해서는 역사적 배경을 가미하여 설명함으로써 일본 문화와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전통문화」(김미정)는 일본 전통문화의 진수를 예술·예능·소양의 세 분야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는데, 예술에서는 우키요에·하이쿠·공예, 예능에서는 노·분라쿠·가부키, 소양에서는 다도·서도·이케바나를 사진을 곁들여 알기 쉽게 해설하고 있다.
「무사도」(노병호)는 특히, 충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무사도의 형성과 전개, 니토베 이나조의 무사도론, 영화화 한 무사도, 현대 일본사회 속의 무사도를 살핌으로써 무사도에 대한 다층적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생활」(김현성)은 일상생활 속에서 보이는 일본인의 행동유형별 생활시간을 양적으로 소개한 후 일본인의 생활문화의 역사, 내용, 특징을 의·식·주로 나누어 과거, 현재, 미래라는 프리즘을 통해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마쓰리」(양익모)는 방방곡곡에서 연중 쉬지 않고 거행되는 일본의 마쓰리를 기원, 준비과정, 의식으로 나누어 설명함으로써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3대 전통마쓰리와 현대마쓰리를 소개한 후 일본인에게 마쓰리가 지니는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종교」(김태정)는 일본의 민족종교인 신도와 일본 불교의 특징, 절대유일신교인 기독교가 일본에서는 정착하지 못하고 민중종교·민속종교로서 신종교가 유행하는 이유를 통해 일본인의 종교의식과 종교행동을 심층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가족」(이상훈)은 전통적 성별분업의식과 가부장제의 약화를 축으로 일본 가족제도의 역사 및 가족형태의 변화를 일괄하고,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야기되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한 대책을 개인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교육」(김경옥)은 일본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본질적 배경이 교육에 있다는 인식하에 일본의 교육사, 교육행정 및 정책에 관한 제도, 교육내용, 교육과정을 살핀 후 오늘날 일본의 교육이 당면한 문제들을 예리하게 제시하고 있다.
「젠더」(김영)는 소수자로서 여성의 인권과 다양한 선택을 인정하자는 것이 젠더론이라 정의하며, 가족·성문화·천황제에서 비롯되는 여성 억압적인 일본사회의 차별적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민족성과 마이너리티」(장박진)는 단순히 수적 소수자란 관점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로서 차별받고 있는 일본사회의 마이너리티 문제를 아이누·오키나와인·재일코리안·뉴커머·부락민으로 나누어 다민족적 관점에서 해부하고 있다.
「사회운동」(최우영)은 전후 일본 사회운동의 역사를 개관하고,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으로 대표되는 조직적 사회운동과 조직적 사회운동이 약화된 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일본의 새로운 사회운동을 평화운동·소비자운동·환경운동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이 일본 문화와 사회의 중층성과 역동성을 생생히 전달하는 유익한 자료가 되길 바라며, 나아가 우리의 모습을 반추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더 없는 보람이 될 것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