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서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저는 직접 소설을 쓰는 한 사람으로서 참 매력적인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CSI]를 비롯한 과학수사물이 큰 인기를 얻고 국내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도 법의관들의 활약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지는, 어설픈 배경지식만 가지고 미스터리 소설을 썼다간 독자들의 높은 수준을 만족시키기는커녕 큰코만 다치기 십상인 시대니까요. 그렇다고 모든 미스터리 작가 지망생들이 의과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에 범람하는 도저히 믿기 어렵고 중구난방인 정보들에만 의존할 수도 없는데 말입니다. 정확히 저와 같은 필요를 느낀 사람들을 겨냥해 나온 매력적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차근차근 책을 읽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소득이 있었어요. 관련된 의학 정보를 습득할 기회가 있었던 건 물론, 다른 미스터리 작가(지망생)들의 아이디어를 보며 저 자신이 구상하는 이야기에도 영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런 구체적 상상들이 매우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죠. 이 책을 국내의 다른 작가(지망생)들과도 공유하면, 아직은 척박한 한국의 미스터리 소설계에도 순풍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옮긴이의 말」중에서
수많은 작가들을 가로막는 주요한 장애물은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때 필요한 전문적 지식을 얻지 못한다는 겁니다. 특히 과학적, 의학적 문제가 제기될 때 그렇죠. 병원과 응급실, 수술실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의 절차, 의사와 간호사, 기타 응급구조사들의 업무, 급성 혹은 만성 질병이나 교통사고, 총격, 낙뢰로 인한 손상 등의 정신적, 신체적 영향, 처방받은 것과 불법적인 것을 막론하고 약물이 끼치는 영향, 피해자와 피해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급성, 만성의 정신과적 질환이 미치는 영향, 사인과 사망시각을 판별하는 일 혹은 다른 법의학적 절차 등 앞서 말한 이 복잡한 문제들을 타당하게 이해하면 어떤 원고에든 깊이와 드라마가 더해져 진실한 울림이 생깁니다.
작가들은 이 정보를 어디에서 얻을까요? 다른 사람들의 소설을 재탕하거나 텔레비전에서 본 내용을 반복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무한한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인터넷의 약속도 거짓인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주제에 관해 압도적인 양의 자료를 찾을 수는 있어도 사이버 공간의 허접쓰레기들 사이에서 진실을 분리해낼 장비는 갖추지 못할 수 있죠. “틀린 데이터는 없느니만 못하다”는 의학계의 오랜 격언은 미스터리 소설을 쓸 때에도 적용됩니다.
이 책의 목적은 미스터리와 스릴러뿐 아니라 모든 장르의 작가들이 정보와 재미를 함께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책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탐구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장을 넘기며 흥미로운 항목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지난 몇 년간 제가 작가들로부터 받았던 의학적?법의학적 질문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저는 각각의 시나리오에 있는 미묘한 문제들을 다루는 것은 물론, 충분한 의학적.과학적 배경을 제공함으로써 작가들이 더욱 깊이 있고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돕고자 노력했습니다. 목표는 모든 작가들이 새롭게 얻은 지식을 활용하여 좀 더 그럴싸한 장면과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각각의 질문과 답변이 독자적인 동시에, 다른 질문에 포함되어 있는 정보의 불필요한 반복을 최소화하려 노력했습니다.
---「이 책에 대해」중에서
질문자님의 시나리오에 가능한 상황은 몇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최고의 선택지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시안화물이죠.
증상으로는 빠른 호흡, 숨참, 현기증, 홍조, 구역, 구토, 의식 소실이 있으며 발작성 활동이 발생할 수도 있고 마침내는 사망이 일어납니다. 심장마비에서도 흔하게 보이는 증상이죠. 이런 일련의 증상은 매우 빠르게, 수 초 혹은 수 분 안에 일어납니다. 피해자에게서는 갑작스럽고 심각한 숨참과 안면홍조가 나타납니다. 그는 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으로 쓰러져 죽을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발작이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피부는 매우 붉게 보일 것이며 피해자가 머리를 부딪히거나 팔꿈치를 긁혀 피를 흘릴 경우 그 혈액은 눈에 띌 정도로 밝은 선홍색일 것입니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었을 때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질문자님이 하실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은 시안화칼륨(KCN, 청산가리)과 시안화나트륨(NaCN)입니다. 이것들은 희미하게 씁쓸한 아몬드 냄새가 나는 흰색 가루로, 대부분의 사람은 그 냄새를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두 가루 모두 쉽게 유리잔에 뿌릴 수 있습니다. 유리잔이 불투명하거나 색이 들어가 있거나 무늬가 아로새겨져 있는 것이라면 특히 그렇고요. 둘 다 매우 강력하며 아주 소량만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물질은 쉽게 물이나 알코올, 혹은 둘이 혼합된 음료에 녹아듭니다.
한 가지 경고할 게 있습니다. 질문자님의 이야기 속 살인자는 시안화칼륨이나 시안화나트륨을 다룰 때 조심해야 합니다. 이 약물은 둘 다 피부로 쉽게 흡수되기에 살인자를 끝장내버릴 수 있습니다. 고무장갑을 끼고 이 가루와의 직접 접촉을 완전히 피하는 편이 현명할 겁니다.
--- p.271-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