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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연쇄살인사건(武林盟連鎖殺人事件)
eBook

무림맹연쇄살인사건(武林盟連鎖殺人事件)

[ EPUB ]
한상운 | 가하 | 2011년 09월 2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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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0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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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15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7.5만자, 약 5.4만 단어, A4 약 110쪽?
ISBN13 9788966470655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한상운
77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 전기전자공학부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에 이르기까지 계속 모범생으로 살았다. 복학 후에는 취직을 위해 본격적인 학점 관리에 들어갔다. 그리고 삼성 입사 원서를 받기 위해 뙤약볕 아래서 한 시간 넘게 줄을 섰다가, 이십여 년 동안 꾹꾹 눌러 오기만 하던 짜증이 폭발, 이제부터라도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기로 결심한다.

그 후로 가끔 무협 소설도 쓰고 가끔 영화 시나리오도 쓰고 드라마도 쓰며 빈둥대며 살았다. ‘무림맹연쇄살인사건’, ‘비정강호’, ‘무림사계’를 비롯해 일곱 종의 무협 소설을 썼고 손예진, 고수 주연의 영화 ‘백야행’을 각색했고 KBS드라마스페셜 ‘텍사스안타’, ‘완벽한 스파이’의 각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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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초록 노송(老松) 뒤로 조그만 시내가 흐르고 있었다. 시냇물은 반원형의 통로를 따라 작은 물웅덩이에 모였다. 그렇게 모인 물줄기는 작은 파문과 함께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시원스레 흐르는 깨끗한 물은 밑바닥 고운 모래까지 확연히 드러내고 있었다.
“참으로 운치 있는 곳이군요.”
오청(吳淸)은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했다.
“허허, 저를 부끄럽게 만드시는구려.”
오청의 맞은편에 앉은 허연 수염의 노인은 손을 내저으며, “그냥 취미 삼아 만들어 놓은 곳이지요.” 하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청은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 작은 정원만으로도 맹주(盟主)님의 고아한 풍모를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허허, 아닌데…….”
하지만 말과는 달리 노인의 얼굴에는 흐뭇한 표정이 가득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용화소축(龍華小築)’이라는 현판이 붙은 조그만 정자였다. 윤기 흐르는 타원형 탁자를 중심으로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소동 하나가 정자로 올라와 차를 따라주었다.
찻잔 위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올랐다. 오청은 그윽한 다향(茶香)을 들이마셨다. 그 모습을 보며 노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비싼 거라오.”
“그런 것 같군요.”
오청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들은 묵묵히 차를 마셨다. 잠시 후, 오청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노인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런데, 맹주. 절 이렇게 보자고 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바야흐로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될 모양이었다. 노인은 탐색하듯 오청을 살폈다. 어디까지 말해줘야 할까, 고민하는 빛이 역력했다. 오청은, ‘다 나에게 맡겨!’라는 식의 표정으로 노인을 째려보았다. 결국 노인은 마음을 정했는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최근 이 무림맹(武林盟)에 몇 가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소이다.”
오청은 노인의 안색을 살폈다. 그가 알기로 눈앞의 노인은 어떤 일이라도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런 노인이 ‘좋지 않은 일’이라며 도움을 청한다? 수많은 생각이 그의 뇌리를 두드리며 달려 지나갔다. 마누라 뒷조사나 숨겨둔 애인을 감시하는 따위의 지저분한 일인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아닌 모양이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지 않은 일이라면……?”
노인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 잠시 머뭇거렸지만, 그것도 잠시. 노인을 얼굴을 굳히며 대답했다.
“살인이오.”
“살인!”
오청은 놀란 얼굴로 반문했다.
“바로 그거요. 끔찍한 일이지요.”
“저기요……, 살인 때문에 절 보자고 하신 겁니까?”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청은 눈썹을 팔자로 만들었다. 이건 확실히 의외의 일이었다.
“살인이라면, 관복 입은 신분으로 하기 뭣한 말입니다만 원래 흔하디흔한 일 아니겠습니까? 무림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죽어나가는 것이 사람인데요.”
“물론 그렇소.”노인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어나갔다.
“하지만 지금 무림맹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무림인들로 하여금 서로를 의심하도록 만든 이 살인은 결코 일반적인 것이 아니오.”
“그렇다면……?”
“무림맹을 이끄는 원로(元老) 분이나 맹의 주요 고수들이 하나둘씩 살해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범인의 윤곽에 대해선……?”
노인의 얼굴에 부끄러운 빛이 스쳤다.
“벌써 다섯 분이나 살해되었음에도 흉수(兇手)의 정체에 관해선 밝혀진 바가 없소. 오리무중이랄까.”
오청은 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 혀로 따뜻한 찻물의 느낌을 즐기며 노인의 안색을 살폈다. 뭔가를 갈망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노인이 원하는 바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이쪽에서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그것 참! 심려가 크시겠군요.”
“그래서 오늘 이렇게 오 위장(吳衛將)을 청하게 된 것이오.”
“무슨 뜻이신지……?”
“본맹(本盟)엔 물론 뛰어난 인재들이 많소.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하나같이 힘만 쓸 줄 아는 무부(武夫)에 불과하오. 그래서 이 끔찍한 살인극의 흉수를 찾아내는 일이 쉽지 않은 형편이지요. 그래서 드리는 부탁인데, 이 일을 전문적으로 조사할 만한 사람을 지원해주셨으면 하오.”
오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뜻이신지는 대충 짐작이 갑니다. 삼왕야(三王爺)님의 말씀도 계신 만큼 꼭 도와드리고 싶지요. 하지만 관(官)이 개입한다면 아무래도 꺼려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그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게요.”
노인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오청은 안심했다. 뭔가 준비해둔 바가 있으니까 저러겠지. 삼왕야의 청탁을 내세우긴 했지만, 사실 오청 본인도 무림맹의 안정을 바랐다. 당금 무림이 별 말썽없이 조용한 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 무림맹의 존재 덕분이었다. 만일 무림맹이 무너진다면 무림은 극도의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고, 그것은 통치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충분히 뜸을 들인 오청이 심중의 말을 꺼냈다.
“적당한 인물이 있습니다. 만화량(萬禍亮)이라는 친구죠.”
노인의 눈동자가 소년처럼 빛났다.
“어떤 인물이오?”
“금승위(金繩衛)에서 십 년 동안 근무하면서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단 한 종도 없는 신화적 인물이죠. 아주 이지적(理智的)이고 냉철한 인물입니다.”
“오호!”
“항상 함께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어 통칭하여 ‘만화량과 저승사자들’ 이라는 명호(名號)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승사자들? 그들은 또 어떤 인물이오?”
오청은 노인이 물어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가락을 넣어 읊조리기 시작했다.
“사람의 뼛속까지 꿰뚫어 본다는 심리 파악의 달인, 서민(徐玟)! 논리적 사고(思考)와 치밀한 자료 수집으로 만화량을 보좌하는 가번(賈煩)! 뛰어난 무공으로 범인을 체포하는 아도인(阿道人)! 그리고 사건에 관련된 문서나 장물(臟物)을 감별하고 소장(訴狀)을 작성하는 병서생(病書生)! 모두가 우리 금승위가 자랑하는 최고의 인재들이지요.”
오인은 뭔가 미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조금 안심이 되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소이다. 무림이라는 곳이 원체 험악한 곳이니 만큼 어느 정도의 사나움과 무공도 갖춰야 할 텐데…….”
오청은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아주 폭력적인 자들입니다.”
노인의 얼굴이 비로소 밝아졌다.
“노부가 찾던 적임자가 바로 그들인 것 같소이다. 지금 당장 맹으로 그들을 보내주실 수 있겠소이까?”
오청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아마 지금 악양(岳陽) 부근에서 살인사건을 조사하고 있을 테지만……, 맹주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지급(至急)으로 부르도록 하지요.”
노인은 감격한 어조로 말했다.
“오 위장만 믿겠소이다. 지금 무림맹은 풍전등화(風前燈火), 바람 앞의 등불과 같다오!”
“걱정 마십시오. 그들이라면…….”
오청은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자신 있게 덧붙였다.
“어떤 사건이라도 반드시 해결해낼 테니까요.”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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