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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타임스

모던 타임스

: 예술과 정치에서 시간성에 관한 시론

[ 양장 ]
리뷰 총점4.0 리뷰 1건 | 판매지수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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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상 top10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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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3월 3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18g | 113*165*20mm
ISBN13 9788965642084
ISBN10 8965642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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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서사narrative는 언제나 두 가지를 동시에 정의한다. 먼저 시간의 서사는 우리가 모두와 공유하는 경험 세계의 틀을 정의한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재의 지금으로서 주어지는 것, 이 현재가 과거에 매이거나 과거와 단절하는 방식, 그럼으로써 이 현재가 이런저런 미래를 허하거나 금하는 방식을 정의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시간의 서사는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필연적인 것과 우연적인 것을 가르는 분리의 선을 긋는다. 하지만 시간의 서사는 누군가가 저 자신의 시간 속에 존재하는 방식을 정의하기도 한다. 시간 속에 존재하는 방식이란 시간과 어울리거나 어긋나는 방식, 시간의 발전에 내재하는 진실의 힘 혹은 오류의 힘에 참여하는[몫을 갖는] 방식을 뜻한다. --- p.13

허구는 상상적 세계의 발명이 아니다. 외려 허구란 주체·사물·상황이 공통 세계에 공존하는 것으로서 지각될 수 있는 틀, 사건이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사고되고 연결될 수 있는 틀을 구축하는 것이다. 허구는 현실감이 연출되어야 할 때면 언제든 작동한다. 그러므로 정치학과 사회과학은 소설 내지 영화만큼이나 허구를 사용한다. 시간의 서사는 상황을 이해 가능하게(또한 수용 가능하게) 하는 허구의 중심에 있다. 시간의 서사는 언제나 시간의 정의에 관한 허구이다.--- p.13~14

우리는 대서사의 시간을 벗어난 적이 없다. 지배에 대한 찬동을 설계하는 서사든 지배에 대한 항의를 표방하는 서사든 그것의 시간은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허구 논리 안에 여전히 붙잡혀 있다. 즉 사건들의 필연적 연쇄 논리, 그 자체로 시간성의 위계적 나눔에 바탕을 두는 논리에 말이다.--- p.28~29

다른 시간을 개시하는 순간의 힘은 ‘수동적’ 인간에 속했던 자들이 [자신들을] ‘기다려주지 않는 일[작업]’을 잊고 작업장을 나와 거리에서 공통의 시간에 대한 자신들의 참여/몫을 주장하는 혁명의 날을 특징짓는다. 잘 알려진 텍스트에서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이 시간을 시간적 연속체의 강력한 폭발로 봤다. 그 폭발은 1830년 7월 파리 혁명기에 (여호수아가 해를 멈췄던 것처럼) 거리의 시계에 총격을 가해 시간을 멈추게 했다고 전해지는 인간의 일화로 상징된다. 그런 날이 만들어내는 것은 오히려 다른 시간의 열림이다. 시간의 시간적 질서를 구조 짓는 명증성이 제거되는 시간, 가능태들의 분배가 다시 짜이고 그와 더불어 시간에 거주하는 자들의 힘도 다시 짜이는 시간의 열림. 그것은 지배적인 시간 질서 내에 뚫린 돌파구에서 구축되는 새로운 공통의 시간이다.--- p.33~34

근대 문학의 허구는 행복과 불행 사이 투쟁이 하루의 어느 시각에나 일어날 수 있는 이 시간, 다수의 미시-사건으로 이루어지는 이 시간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 미시-사건들의 민주적 공존과 해석은 전통적 허구를 특징짓는 종속의 시간에 대치對置된다.--- p.35~36

동시대의 노동 형태는 구멍이 숭숭 뚫린 시간 경험을 부과한다. 그 시간은 불연속적이며 휴지休止로 가득 차 있다. 고용과 실업을 끊임없이 오가는 이행, 파트타임 일자리의 증가, 온갖 형태의 비정규직. 지불 노동 시간, 교육 시간, 예술 작업 시간, 생계형 아르바이트 시간에 동시에 속하는 자들의 증가. 특정 직종에 대비해 교육을 받았으나 전혀 다른 직종에 취업한 자들. 한 세계에서 일하고 [그것과] 다른 세계에서 사는 자들. 이 조각난 시간은 해방의 문제틀을 현재의 의사일정에 다시 포함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순간들의 점유를 제 현장(site) 삼고, 시간성의 위계적 나눔―노동 시간에서 능동성과 수동성의 나눔, 비노동 시간에서 휴식과 여가의 나눔―을 제 타깃 삼는 자들이 빚어내는 갈등의 문제틀. 불안정한precarious 시간을 재전유하려는 이 전쟁은 어쩌면 개인적 단절과 집단적 단절을 새로이 연결하는 원리가 될 수도 있다. --- p.37

모더니티, 모더니즘, 아방가르드 개념은 시간성의 복잡한 엮임, 현재·과거·미래 사이의, 예견과 지체 사이의, 단편화와 연속성 사이의, 운동과 부동 사이의 복잡한 관계 집합을 수반한다. 이유인즉, 내 생각에 모더니티의 쟁점은 단순히 수평선 위에서 과거와 현재가 단절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더니티의 쟁점은 시간의 수직적 차원 곧 시간이 감각적인 것의 나눔에서 맡는 역할을 다룬다.--- p.74

시인의 과제는 그 모든 현상을 관통하는 공통의 실을 뽑아내는 것, 다양한 현상을 통과하는 삶의 잠재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구식 아리스토텔레스 모델은 시를 스토리 구축으로 만들어버렸다. 여기서 스토리 구축이란 사건의 잇달음을 인과 연쇄의 플롯 아래 포섭시키는 방식을 뜻한다. 시는 이제 구식 아리스토텔레스 모델과 대립하는 공존의 시간성, ‘민주적’ 시간성을 바탕으로 성장해야 한다. 시는 이 공존에 그것의 정신적 표현을 부여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현재의 특권이 관계하는 바이다. --- p.79~80

1843년 텍스트에서 마르크스는 모더니티를 사유와 그것의 세계가 일치하는 시간으로 정의하는 헤겔의 테제를 논박했다. 독일의 현재는 완벽한 부조화를 증언하며, 독일의 철학은 동시대 독일의 봉건적·관료적 빈곤과 아무 상관없는 인간 해방론을 이미 세공했다고 마르크스는 말했다. 바로 이 같은 이유로 독일은 여태껏 들어보지 못한 혁명을, 정치적이기만 한 혁명의 단계를 건너뛰는 인간 혁명을 완수할 수 있었다. (82~83

『두운법Alliteations』에서 장-뤽 낭시Jean-Luc Nancy는 무용을 근원적 분리의 표현으로 보는 무용 존재론을 제시했다. 또 한 명의 동시대 철학자 알랭 바디우Alain Badiou는 무용을 사유의 은유로 보는 시각을 제시했다. 무용은 사유의 사건을 그 사건이 이름을 가지기 전에 보여주는 신체의 근원적 능력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 그러나 내게 무용의 운동 그리고 이 운동에 관한 사유의 ‘시작’은 언제나 나중에 온다. 무용하는 신체는 무용의 기원에 대한 그런 연출mise-en-scene이 세팅될 수 있는 어떤 가시성의 형태, 어떤 사유의 지평에 이미 자리 잡았음에 틀림없다.--- p.128

‘무용의 순간moment of dance’이라는 게 있다. 이 용어는 비단 무용이 고급 예술의 품격과 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지위를 부여받은 1890년대에서 1930년대에 걸친 시간의 공간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 단어의 어원[라틴어 momentum]을 참조하자면, moment는 시간의 마디만이 아니라 저울 위에 놓인 추의 균형(또는 불균형)이 만들어내는 운동 또한 가리킨다. (…) 신체들의 행동과 이 행동이 지각되고 다른 행동 방식과 접속됨으로써 공통 세계를 구성하는 방식이 맺는 관계들의 재배분. 이 재배분의 순간 그리고 이 순간에 무용이 차지하는 자리가 이 시론의 주제가 될 것이다.--- p.130

1920년대의 실험적 순간, 1940년 언저리의 고전기 할리우드 순간, 동시대의 순간. 이들 필름은 저마다 그것의 시간에 관해 곧 그 필름이 제작된 역사적 순간에 관해 우리에게 말한다. 필름들은 20세기 역사에 흔적을 남긴 희망과 갈등, 환멸과 재앙을 다양한 방식으로 증언한다. 하지만 또한 더 중요하게도 필름들은 그것의 시간에 대해 말하려고 시간성의 영화적 형식들을 사용한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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