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쪽〉 어떤 작품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는 ‘경험’을 해야만 이해할 수 있을 때도 있어요. 한눈에 보아서는 이해할 수 없죠. 파리의 한 골목을 걷고 있다고 상상해봐요. 사진으로 보는 파리의 거리는 아름답기만 하죠. 직접 파리의 거리를 걸을 때는 어떨까요? 어떤 골목에서는 빵과 버터 냄새가 나기도 하고, 어떤 골목은 바람이 많이 불기도 하기 때문에 사진만 봐서는 전체 인상을 알 수 없어요. 이처럼 작품 속을 걷거나 시간을 들여 감상해야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있는 작품도 있답니다.
현대미술은 어렵지만 어려운 것이 당연해요. 왜냐하면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에요. 어렵다고 외면하지 말고 한번 다가가보세요. 분명 어느 순간에 말을 걸어오는 작품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 순간은 무엇보다 행복하고 놀라운 경험이 될 거예요. 그런 경험을 주는 것이 현대미술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_〈현대미술은 왜 어려울까요?〉
〈19쪽〉 중세 시대가 지나자 사람들은 다시 사람들이 만드는 문화와 예술에 대해 관심을 가졌어요.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희귀한 물건들을 모아 작은 장식장에 진열했어요. 이것을 ‘호기심 상자’라고 해요. 이 시절에는 외국과 무역을 하면서 부자가 된 상인이 많았어요. 상인들은 호기심 상자에 아무나 구할 수 없는 진귀한 물건들을 진열해서 방문객에게 자신이 얼마나 부자인지 자랑했죠. 르네상스 시대의 다른 전시 공간으로는 ‘갤러리’가 있어요. 갤러리는 복도라는 뜻인데, 그 당시 복도에 그림을 걸고 조각품을 세워 전시했기 때문이에요. 복도에 집 주인의 조상과 가족의 초상화, 동상 등을 전시하여 자신의 집안의 명성을 알리려 했어요. _〈전시의 역사〉에서
[34-35쪽] 드로잉을 우리말로는 소묘라고도 하고, 프랑스어로 데생이라고도 하죠. 선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본 그림을 그리기 전에 하는 밑그림도 드로잉의 일종이에요. 드로잉을 할 때 직선을 사용하면 단단하고 안정된 느낌의 그림이 나오고, 곡선을 사용하면 부드러워 보이고 운동감이 생겨요. 크로키는 몇 분 동안에 사물의 특징만을 기록해요. 보통 움직이는 사람이나 동물은 오랫동안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크로키 방식으로 그리곤 해요. 스케치는 본그림을 그리기 전에 간단히 그려두는 밑그림이에요. 스케치는 크로키보다는 조금 시간을 들여 그리는데, 일반적으로 풍경, 사물, 인물 등 보이는 그대로 묘사할 때 스케치 방식을 많이 사용하죠. _[드로잉]
[58쪽] 빨강과 파랑은 색 중에서도 기본색이에요. 빨강은 열정, 뜨거움, 불의 의미와 함께 경고, 위험의 의미도 있어요. 불과 관련된 소화기, 소화전, 소방차는 빨간색이고, 위험을 경고하는 신호등의 빨간 등, 금지 표시도 빨간색이죠. 파랑은 냉정, 차가움, 물의 의미뿐 아니라 자유, 신비로움, 신성함을 뜻하기도 해요. 이런 의미 때문에 유럽의 왕족이나 귀족들은 푸른색 옷을 즐겨 입었어요. _[빨강과 파랑]에서
[71쪽] 2017년 경매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살바토르 문디〉. 살바토르 문디란 라틴어로 ‘세상을 구원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이름처럼 이 그림은 예수님을 그린 그림이었어요. 다 빈치의 그림은 지금 16점이 남아 있는데, 그중 하나이기 때문에 〈모나리자〉만큼이나 귀중한 작품이에요. 〈모나리자〉는 일찍이 미술관에서 관리했기 때문에 비교적 훼손이 심하지 않았지만, 〈살바토르 문디〉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
서 덧칠이 되는 등 훼손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원작의 아름다움이 보존되어 ‘남자 모나리자’라고도 불려요. 2017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이 작품은 우리나라 가격으로 5천억 원에 가까운 가장 비싼 가격에 판매되었어요. _[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에서
[81쪽] 하얀색 벽에서 미술 작품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어요. 옛 건축물을 개조해서 만든 박물관과 미술관은 벽면의 색도 공간 모양도 제각각이었고 햇빛이 들어오기도 했어요. 햇살은 아침, 점심, 저녁 빛의 색이 달라지는데, 빛의 색에 따라 작품의 색도 달라 보이죠. 벽면이 어두운색인지 밝은색인지에 따라서도 작품이 미세하게 달라 보여요. 시간이 지날수록 미술관을 건축하는 사람들은 작품이 언제나 같은 상태로 보이고, 가장 멋지게 보이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어요. 그래서 전시실의 창문을 막아서 햇빛을 차단하고 조명을 달아서 시간에 따라 빛이 변하지 않도록 했죠. 그리고 전시장의 벽면은 미술 작품이 가장 잘 보일 수 있도록 하얗게 칠했어요. 이렇게 해서 오늘날의 흰 벽 전시실이 탄생하게 되었어요. _[미술관 건축]에서
[112쪽] 색채의 마법사 인상주의. 인상주의 화가들은 세상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그렸어요. 물론 보이는 대로 똑같이 묘사한 것은 아니에요.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표면의 색채에 대한 ‘인상’을 그렸기 때문이에요. 변화하는 것을 멈춰진 그림에 그린다는 건, 사진 속에 움직임을 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겠죠. 하지만 인상주의 미술가들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의 인상을 그리는 데 성공했어요. 인상주의 미술가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자연물이나 인물, 그리고 일상생활 등을 그려서 빛의 변화를 실험했어요. 그들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세기 후반에 발달한 사진 기술과 광학 때문이었어요. 사진이 발명되면서 똑같이 그리는 일이라면 사진이 훨씬 잘해내게 되었어요. 한편 우리의 눈이 사물의 표면이 순간순간 반사하는 빛의 파장을 읽어서 색으로 본다는 광학적 사실도 알게 되었죠. 인상주의 화가는 보이는 것의 인상을 포착해서 작품에 옮기는 감각적인 작업을 했지만, 간접적으로 과학 발전의 영향을 받았던 거예요.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로는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등이 있어요. _[인상주의]에서
[133쪽] 〈모나리자〉의 미소는 신비롭고 아름답기로 유명해요. 〈모나리자〉의 미소가 아름다운 것은 다 빈치가 해부학적 지식에 충실하게 그렸기 때문이에요. 다 빈치는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어머니의 미소를 떠올리며 〈모나리자〉를 그렸다고 해요. 다 빈치가 이 그림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원래 주인인 조콘도 부인에게 돌려주지도 않고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었다고 해요. 모나리자는 눈썹 이 없기로도 유명해요. 그 당시는 여성이 이마가 넓어야 미인이라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눈썹을 밀어서 이마가 넓어 보이게 했다고 전해져요. 하지만 어떤 사람은 다 빈치가 모나리자를 완성한 후 그 위에 눈썹을 그렸는데, 세월이 지나자 벗겨진 거라고도 해요. 1911년에 모나리자가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났어요. 범인은 작품을 훔친 지 2년이 지나서야 작품을 팔려고 시도하다가 덜미를 잡혔죠. 〈모나리자〉는 무사히 루브르 박물관으로 돌아가게 되었어요. _[레오나르도 다 빈치]에서
[169쪽] 너무 야해서 진시되지 못했던 〈풀밭 위의 점심식사〉. 사람들은 〈풀밭 위의 점심식사〉가 너무 야하다고 생각했죠. 여인의 누드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림의 소재였는데, 왜 이 그림이 특히 야하다고 생각했을까요?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그림 속 인물들이 너무나 평범해서 이 장면을 진짜 있었던 일처럼 느꼈대요. 아는 사람이 옷을 벗고 공공장소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해요. 결국 이 작품은 살롱전에 전시할 수 없었고, 살롱전에서 떨어진 작품들을 위한 낙선전에 전시되었어요. _[에두아르 마네]에서
[189쪽] 세상이 울렁이며 핏빛으로 물드는 광경을 담은 〈절규〉. 뭉크는 〈절규〉에 대해 이런 글을 남겼어요. “나는 해 질 무렵 두 명의 친구와 거리를 걷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나는 말할 수 없는 피곤함을 느끼며 멈추어 난간에 기대었다. 날름거리는 불길과 피가 검푸른 피오르에 닿았다. 나의 친구들은 걸어가고, 나는 두려움에 떨며 뒤처지고 있었다. 그때 나는 엄청나게 큰 본능의 절규를 들었다.” 〈절규〉에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은 뭉크 자신이에요. 뭉크는 자신의 모습을 해골만 남은 유령같이 그렸죠. 곧고 길게 뻗은 난간은 찌르는 듯한 비명을 들려주는 것 같고, 일렁이는 하늘은 어지러운 비명이 퍼져나가는 듯 느끼게 해줘요. 앞서 가는 뭉크의 두 친구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갈 길을 가고 있죠. _[에드바르 뭉크]에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