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왜 사업을 배워야 하고, 공식을 알아야 하고, 알고리즘을 머릿속에 넣어야 하고, 순서를 학습해야 하는지 묻고 싶어지시죠? 이유는 딱 하나예요.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대박을 터트리기 위해서, 큰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실패는 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선배들이 맨땅에 헤딩해가며 깨닫고 빙빙 돌아와야 했던 그 먼 길을 뒤따라 밟지 않고, 정확하고 효율적인 길을 찾아갈 수 있기 위해 배우고, 익히고, 학습하라는 거랍니다.
뭐랄까. 컴퓨터게임의 공략집이라고 생각하면 한결 이해가 쉬워질 겁니다. 가령 두 사람이 똑같은 공략집을 봤다 해도 각자 어떻게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엔딩은 달라지잖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삼일 밤낮 붙들고 여기도 탐험하고, 저기도 쑤셔보고, 얘랑도 싸우고, 쟤랑도 붙어서 아이템을 얻는 것이 아니라 공략집에 쓰여 있는 대로 한 놈만 집중적으로 잡는다면 10분 만에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겁니다.---p.12
미안합니다. 하지만 늦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지금이라도 젊은 시절, 그 안에 숨쉬고 있는 아이디어와 기술로 세상을 향해 한번 소리를 질러보지 않겠냐고 말입니다. 할 수 있는 한 도와주겠다고, 든든한 지원 시책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최대한 뒷받침이 되어줄 테니 발판 삼아, 도약대 삼아 한번 날아오르라 말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만든 이유입니다. 자신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지고, 창업준비단계에서부터 안정적인 성장에 이르기까지 앞 서 걸어간 선배들의 노하우를 담았습니다. 시작해 보겠다고, 한번 해보겠다고 결심한 젊은 당신에게, 선배들이 주는 작은 선물이라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당신의 어깨가 당당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꼭, 내가 어디선가 당신을 만났을 때 두 손 꼭 잡고 ‘만나서 반갑습니다. *** 대표님’ 이라고 인사를 건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이 안에 숨쉬는 가능성을 날개 삼아 전 세계를 향해 날아오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중소기업청장 김동선---p.27
어쨌든 오늘 내가 해주고 싶은 얘기가 바로 이 마인드 얘기였어. 기본이거든. 정말 기본 중에 기본. 지난번에 얼핏 들은 것 같은데… 대학교 때 창업보육센터 매니저가 일단 취직부터 해서 사회 경험을 쌓은 후에 창업하라고 그랬다지? 아마 그 분이 하고 싶었던 것도 이 기본 마인드 이야기였을 거야. 창업만 하면 떼돈 벌고 사장님 소리 들을 거라는 환상만 가지고 덤비는 친구들이 정말 많거든. 하지만 사업은 현실이야. 그것도 너무나 잔인한 현실. 일단 기본 마인드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시작하기도 전에 망하기 십상이라고.---p.33
“어, 그래. 잘 지내지? 시리즈 A에 도전한다며? 어디다 넣었니?”
“아, 그것 때문에 좀 여쭤 볼 게 있어서 전화 드렸어요. 어디다 넣어야 할 지 고민이라서요.”
“고민? 뭐하러 그런 걸 고민해. 국내 캐피털업체 하나, 외국계 하나 이렇게 두 군데에 넣어 봐.”
“어? 그래도 돼요? 한 군데만 넣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 어차피 양쪽에서 평가한 금액이 다르면 그 두 회사가 서로 대화를 통해 금액을 조정하거든. 그런데 일반적으로 높게 평가한 쪽의 의견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상관없어. 아, 그리고 괜히 숫자자료 만드느라고 애쓰지 말고. 어차피 창립한 지 얼마 안 되는 회사라 재무제표를 멋지게 제출할 것도 아니고 손익 자료를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네가 만들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 오히려 앞으로 너희가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여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해. 기술과 인력, 그리고 무엇보다 너의 가능성을 어필하도록 노력해. 그 가능성에 대한 금액을 숫자로 만드는 건 그 사람들이 누구보다 잘하니까. 알았지?”
“네, 그러면 형님 말씀대로 두 군데 다 넣어 볼게요.”
“그래.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너에게 고용되었다기보다는 너와 의기투합해서 사업을 함께하고 있는 거라는 걸 꼭 어필해. 그 포인트가 의외로 중요하거든.”
“그래요?”
“응. 초기 펀딩 때는 돈으로 움직일 사람들인지 아니면 비전으로 뭉친 사람들인지가 중요한 판단요소가 되거든.”
“명심할게요. 조만간 좋은 소식 들고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아참, 병준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네. 말씀하세요.”
“지금 상황으로 봐서 안 될 것 같지는 않지만 혹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그게 끝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투자는 그냥 사업의 한 과정일 뿐이니까. 알았지?”---pp.93-94
술기운이 남아 있는 새벽. 방안에 홀로 앉아 있던 병준은 문득, 살벌한 외로움을 느낍니다. 그건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내고 순간적으로 밀려드는 허무함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서 생긴 외로움 같은 게 아닙니다. 친구가 없어서 느끼는 외로움이나 심심함과도 다릅니다. 그건 오직 대표의 자리에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외로움입니다. 믿어야 하는 사람이건만 온전히 믿을 수 없고, 내 생각과 마음을 믿어야 하지만 그것도 불확실하고, 아무도 보장해 주지 않는 길을 홀로 감내해가며 밀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오는 진짜 외로움입니다. 그리고 그런 외로움과 온전히 마주한 병준은 등골이 오싹하고 머리끝이 쭈뼛 서는 것 같은 두려움도 함께 느낍니다. 많은 준비를 하고, 다양한 조언을 받고, 헌신적인 주변 사람들의 도움까지 받았지만 결국 사업을 하는 건 오직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거든요.
그 날, 새벽. 병준은 사업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어깨를 들썩이며… 아주 서럽게, 긴 시간 동안 말이죠.
---p.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