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숙사에서 사는 동안 기숙사의 환경 개선을 위해 기여한 바는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가 기숙사에서 제일로 잘한 일이자 유일하게 한 사역은 ‘기숙사에서 살았다’라는 사실 그 자체였다. 지금 와서 기숙사에서의 시간을 회상해볼 때, 극도로 추운 환경으로 인해 고통스러웠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학생들과의 애틋한 사랑이 더욱 농도 짙게 남아 있다. 그런데 이것은 예수님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우리를 받아들이시기 위해, 이 땅을 용납하시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르셔야 했지만 우리를 향한 그분의 사랑은 그 모든 희생을 잊어버릴 정도로 충분히 뜨거웠으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벧전 4:8) 하나님의 사랑은 모든 더러운 것을 단번에 깨끗이 씻어내고 덮어버리는 큰 비와 같다. 그 사랑이 우리에게 부어질 때, 상대방이 어떠한 상태인지 내가 처한 환경이 어떠한 상황인지에 초연하게 되는 것이다. 뜨거운 사랑, 그것은 예수님이 우리와 세상을 용납하신 비결이었으며,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면서 작은 예수로 이어가야 할 사명이기도 하다.
언젠가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다가 십자가에서 내려지신 예수님의 피 흘리는 발이 클로즈업된 적이 있었다. 예수님께서 이 발로 나와 함께 걸어주셨다는 생각이 내 마음에 성큼 다가왔다. 내 삶을 돌아보니 피의 흔적이 있었다. 나는 이송용 교수의 삶의 여정에서도 동일한 흔적을 본다. 예수님의 피 흘리신 그 발과 함께 걸어온 삶의 편린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그것이 독자의 가슴을 파고들며 새로운 변화로 이끌 것이다. 그의 여정은 또한 현재 진행형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주님과 함께 걷는 길에 나타날 예수님의 흔적을 가슴 설렘으로 기대한다. 이용규(선교사, 「내려놓음」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