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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에 가장 가까운 탈무드

원전에 가장 가까운 탈무드

[ 양장 ]
리뷰 총점9.6 리뷰 18건 | 판매지수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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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비평 72위 | 인문 top100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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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6월 29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94쪽 | 890g | 170*225*30mm
ISBN13 9788955611342
ISBN10 89556113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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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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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췌 1 _ 하루의 일부는 하루 전체와 같다
라브(바빌로니아에서는 랍비를 ‘라브’라고 불렀다. 탈무드에서 아무 이름 없이 ‘라브’라고만 쓰면 통상 최초의 아모라임인 아바 아리카를 가리킨다)가 아버지 쪽으로도, 어머니 쪽으로도 삼촌인 랍비 히야를 오랜만에 만났다. 랍비 히야가 라브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살아계신가?” 그가 그에게 말했다. “어머니는 살아계십니다.” 그가 그에게 말했다. “어머니는 살아계신가?” 그가 그에게 말했다. “아버지는 살아계십니다.” 그가 수행원에게 말했다. “나의 신발을 벗기고 목욕탕으로 따라오너라.” 여기에서 우리는 세 가지를 배운다. 상주는 신발을 신는 것이 금지된다. 뒤늦은 소식은 오직 하루 동안만 행해진다. 하루의 일부는 하루 전체와 같다. (모에드 카탄 20a-b)

탈무드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절의 제목은 ‘하루의 일부는 하루 전체와 같다’는 역설적인 잠언이다. 주석가들마다 여러 해석을 내놓지만, 이 책의 저자들이 들려주는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이스라엘에 사는 랍비 히야는 바빌로니아에서 온 조카에게 자기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다. 라브는 자신의 할머니이기도 한, 랍비 히야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으려 조심하며 자기 부모님의 안부로 대신 대답한다. 랍비 히야는 조카의 배려 속에 숨은 어머니의 부음을 알아채고 즉시 애도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은 당시의 기준인 30일간의 애도기간이 지나서 들은 ‘뒤늦은 소식’이다. 이런 경우에 애도는 하루 동안만 하도록 요구된다. 랍비 히야는 사별의 상징으로 신발을 벗고 낮은 의자에 앉아 기도한다(이 풍습은 오늘날에도 지켜진다). 하지만 그는 제자에게 목욕 준비를 시킨다. 상주는 목욕을 할 수 없으므로, 우리는 그의 애도기간이 곧 끝나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즉 그가 명목상의 애도기간(‘하루의 일부’)을 채웠다면 전체 애도기간(‘하루 전체’)을 채운 것으로 간주된다.
언뜻 논리적 모순처럼 들렸던 격언은 알고 보니 당시의 관습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랍비들은 ‘하루의 일부는 하루 전체와 같다’는 현실적 지침을 통해, 우리에게 애도를 과도하게 연장하거나 지나치게 슬퍼하지 말라고 일깨운다. 오늘날 유대교는 7일간의 애도기간을 지키는데, 꽉 찬 7일은 너무 과하다 여겨 통상 첫 날과 마지막 날은 항상 반나절만 애도한다. 탈무드는 우리가 하루 종일 애도하는 대신에 하루의 일부만을 지킴으로써 우리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것은 괜찮다고 가르친다. 반면에 안식일은 명목상 금요일 해질녘부터 토요일 해질녘까지의 24시간이지만, 실제로는 해 지기 조금 전에 초를 밝히고 하늘에 별이 세 개 나타난 뒤에야 끝냄으로써 25시간쯤으로 늘린다. 그렇게 “우리는 평범한 날을 신성한 날에 더한다.”(로시 하샤나 9a) 랍비들은 행복은 연장되어야 하지만, 슬픔은 단축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 발췌 2 _ 우리는 기적에 의지하지 않는다
앞에서 예로 든 두 랍비, 라바와 아바예는 탈무드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 ‘하브루타’다. 하브루타란 단순한 친구가 아니라 ‘학습 파트너’를 일컫는데, 서로 짝을 지어 대화하고 토론하는 이러한 유대인의 전통적 학습방식은 탈무드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행해지고 있다. 라바와 아바예는 종종 한 절에 같이 등장하여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데, 대체로 아바예는 도덕적 이상주의를, 라바는 인간본성에 기초한 현실주의를 옹호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사람은 망치기 위해 상을 차리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절이다.

어떤 남자가 말했다. “내 친척에게.” 반면에 그녀는 “내 친척에게”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를 압박했고 결국 그는 그녀의 친척에게 보내기로 동의했다. 그들이 먹고 마실 때, 그의 친척이 지붕으로 가서 그녀와 결혼했다. 아바예는 말했다. “기록되기를, ‘이스라엘의 남은 자는 악을 행하지 아니하며 거짓을 말하지 아니한다’[스바냐 3:13].” 라바는 말했다. “사람은 망치기 위해 상을 차리지 않는다고들 여긴다.” (키두신 45b)

이야기의 자초지종은 이렇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 자신의 친척에게 딸을 시집보내고 싶어한다. 결국 아내 쪽 친척에게 시집보내기로 결정했으나, 약혼식 당일 남편 쪽 친척이 신부를 데리고 도망쳐버린다. 아내는 당연히 속상해하지만, 과연 남편은 어떨까? (여기에는 남편이 혹시 이 일에 공모했을지 모르며, 따라서 내심 기뻐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깔려 있다.) 아바예는 성서 구절에 기초해, 남편이 아내에게 거짓말을 할 리 없으므로 딸을 아내 쪽 친척에게 보내기로 한 그의 약속은 진심이었고, 따라서 마찬가지로 속상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바 역시 신부의 아버지가 속상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유는 전혀 다르다. 만일 남편이 결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결혼연회에 큰돈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의 결백을 보증해주는 것은 잔칫상을 차리는 데 쓴 그의 돈이라는 주장이다.
탈무드는 사람은 “거짓을 말하지 아니한다”는 아바예의 이상주의와, 사람은 가장 가까운 가족이 연루되었을 때에도 물질적인 이익에 의해 움직인다는 라바의 현실주의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둘 사이에서 양자택일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동기들에서 행동한다는 라바의 냉철한 현실 인식을 긍정하면서도, 아바예의 윤리적 이상을 우리 삶에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번은 두 사람이 미슈나의 한 구절(“뜰의 문들이 닫혔다”, 페사힘 64a-b)의 해석을 놓고 의견 충돌한다. 많은 사람들이 유월절에 성전에 제물을 바치기 위해 몰려왔고, 성전의 뜰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뜰의 문들은 과연 어떻게 닫혔을까? 아바예는 그 구절을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 “‘문들은 (저절로) 닫힌다.’ 우리는 기적에 의지한다.” 성전 뜰에 들어오기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뜰이 사람들로 미어터지지 않으리라고 보증하려면 우리는 기적 즉 신성한 개입에 의지해야 한다. 하지만 라바는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우리가 그것들을 닫는다.’ 우리는 기적에 의지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너무 붐비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문을 닫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우리는 신성한 개입, 신의 도움을 마냥 기다리거나 기대해서는 안 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들을 다해야 한다.
현실주의 대 이상주의, 인간의 자유의지 대 신의 뜻의 대립은 탈무드 곳곳에 등장한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 때로는 이쪽, 때로는 저쪽의 주장에 공감한다. 정해진 답을 일방적으로 고수하지 않고 구체적인 상황과 문제에 따라 최선의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이 탈무드가 고리타분한 여느 종교 저작들과 달리 실질적인 삶의 지침서로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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