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여러분이 내 이야기를 듣고 생명에 대해 제대로 알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마음으로 모든 생명이 저마다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를 ‘생명의 눈’이라 하면 어떨까요? 나는 여러분이 ‘생명의 눈’으로 세상을 더 넓고 더 따뜻하고 더 지혜롭게 보기를 바랍니다.
(13쪽, 더 따뜻하고 더 지혜롭게)
“아,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나는 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그 외침 소리에 바로콜로라도 섬은 화들짝 놀랐어요. 하지만 곧 흐뭇한 미소를 지었지요. 자연의 품으로 돌아온 한 마리의 털 없는 원숭이를 환영한다는 듯. 인간이 자연을 멀리하고서야 어찌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겠냐는 듯.
(24쪽, 나는 한 마리 ‘털 없는 원숭이’)
그날 밤 내가 만난 잎꾼개미들은 공교롭게도 나뭇잎이 아니라 꽃잎을 나르고 있었습니다. 길게 이어진 초록 잎의 물결도 대단한 볼거리이지만, 찰랑거리는 분홍빛 꽃물결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경이었어요. 인간이 비추는 조그만 전등 빛을 받으며 그 아름답고 은은한 꽃물결은 쉴 새 없이 흘러갔어요. 그들을 따라 함께 흘러가다 보니 내가 인간 세계를 벗어나 개미의 세계로 들어선 것 같았습니다.
(40쪽, 지구 최초의 농사꾼 잎꾼개미)
이쯤 되면 인간으로 태어난 걸 다행으로 여기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남학생도 있을 것 같군요. 눈치챘겠지만 동물의 세계에서 번식의 결정권은 암컷에게 있어요. 힘센 수컷, 아름다운 수컷, 노래 잘하는 수컷, 춤 잘 추는 수컷, 선물 주는 수컷도 모자라 제 몸까지 바치는 수컷이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수컷은 스스로 자식을 낳을 수 없기 때문이에요.
(49쪽, 선물 주고, 노래하고, 춤추고)
삐딱한 시선을 거두면 어디 박쥐가 나는 모습만 예술이겠어요? 생김새와 살아가는 방식에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되니 모든 생명이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지지요. 생명을 깊이 알면 아름다움과 감동에 늘 묻혀 살게 되니 이보다 좋은 예술 체험이 없답니다.
(62쪽, 자선가 박쥐, 건축가 박쥐)
“전갈이 징그럽다며 소리소리 지를 땐 언제고 지금 뭐 하는 거에요?”
“징그럽긴요. 사랑스럽기만 한 걸요. 세상에 이처럼 지극정성인 어머니가 또 어디
있겠어요?”
그 여학생은 전갈의 모성애에 깊이 감동한 듯 보였어요. 어찌나 가까이 붙어 먹이를 주는지 여학생 코가 전갈에게 닿을 것만 같았어요. 내가 늘 좌우명처럼 끼고 사는 “알면 사랑한다.”는 말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지요.
(74쪽, 너도 나도 지극한 자식 사랑)
염낭거미 암컷은 번식기가 되면 나뭇잎을 말아 작은 주머니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 알을 낳습니다. 새끼들을 온갖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아예 사방이 막힌 공간을 만들기는 했는데, 막상 그들을 먹일 일이 걱정이에요. 그래서 염낭거미는 제 몸을 자식들에게 먹입니다. 어미의 깊디깊은 사랑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끼들은 어미의 살을 파먹으며 자라납니다.
(76~77쪽, 너도 나도 지극한 자식 사랑)
인간은 종종 자신을 동물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다를 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동물보다 훨씬 뛰어나고 특별하다고 여기지요. 이런 눈으로 세상을 보면 인간 외의 다른 생명은 작고 하찮게 생각돼요. 우리가 사는 지구도 마치 인간을 위해 생겨난 것처럼 잘못 생각할 수도 있고요.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고, 인간만이 특별한 생명체도 아니랍니다. 왜 그런지 볼까요?
(90쪽, 동물 속에 인간이 보여요)
수많은 생명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함께 짜 내려온 생명의 그물을 함부로 끊어서는 안 돼요. 생명의 그물은 인간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거대합니다. 잘못 건드리면 그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 아무도 알 수 없어요. 재앙이 닥친 뒤에야 원인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에요. 그런데 생명의 그물에서 한 코를 차지할 뿐인 인간은 지금도 생명의 그물에 마음대로 손을 대고 있어요.
(122쪽, 생명의 그물을 함부로 끊지 말아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뱃전에서 합창으로 “제돌이다!”, “춘삼이다!”라고 외칠 때 나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행복합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한 일 중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물학자가 된 것이 자랑스럽습니다.……여러분이 제돌이의 꿈을 가슴으로 느꼈다면 동물원에 가서 동물과 눈을 맞출 때 재주 부릴 것을 기대하기보다 먼저 이렇게 속삭여 보면 어떨까요? “너희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라고요.
(130쪽, 133쪽 제돌이의 꿈은 바다였습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