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아이는 사람과 상황의 모순성을 지각한다. 하지만 그의 지각은 보통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 어른들은 아이가 왜 그렇게 지각할 수 있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러면 아이들은 종종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못 본 척, 못 느낀 척 무시해버려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가령 예민한 아이가 엄마에게 ‘사랑하는 이모’가 겉으로 하는 말과는 달리 속으로는 자신을 전혀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하면, 그 아이는 꾸지람을 듣기 십상이다. 몰이해에 부딪히게 되고, 아이의 느낌은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치부된다. 또한 예민한 아이는 모순적인 것을 관찰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기대도 예민하게 지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기대와 생각에 맞추려 하는 가운데 자신의 관찰을 그냥 무시해버리고 자신의 지각을 자꾸 억압하게 된다. 그러면서 차츰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것이다. --- p.62
지각을 외적 자극과 내적 자극으로 나눈 다음, 지각의 일부를 자기 자신에게 머물게 하면, 붐비는 시내를 돌아다니는 경험은 전혀 달라질 것이다. 자신의 호흡과 배, 근육의 힘을 느끼며, 눈에 띄지 않지만 효과적인 변화에 대해 즐거워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외부의 자극에 더 이상 무방비 상태로 맡겨져 있지 않으며, 자극들을 선택하고 그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스스로의 상태를 지각하지 않은 채, 주의력을 바깥으로만 향하면 에너지가 자신에게 머물지 못한다. 그러면 에너지 관리에 문제가 생긴다. 그런 식으로 살아가면 에너지 출혈이 커지고, 중심을 잃게 되며, 스스로를 중심에 놓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자신을 무시하게 된다. 그리하여 한계를 훌쩍 넘어버리게 되고, 삶에서 제대로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난다. --- pp.128-129
예민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케이크를 다 나누고 난 다음, 뒤늦게 움켜쥐고자 한다. 모두가 케이크를 받을 수 있도록 신경을 쓰다가, 모두가 조금씩 받았는데 자신만 빈손이라는 걸 깨달은 다음에야 부당함을 제기하고 만회하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실망한 나머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예민한 사람들은 자신들을 돌보지 않는 가운데, 속으로 자신들이 잘해주는 만큼 다른 사람들도 잘해주기를 기대한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해주지 못할 경우, 평화를 깨뜨리는 건 예민한 사람 자신들이다. 그러면 상황은 역전되고 그동안 이타주의적 경향을 보이던 예민한 사람들은 이기주의자들로 돌변한다. 방금 전까지 아량을 보이던 사람들이 이제 이기적이고 인색하고 편협한 사람들로 드러나는 것이다. --- pp.208-209
예민한 사람들은 다르게 지각하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일한다. 예민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원해서 까다롭게 일을 한다. 자신의 편의보다는 자신이 하는 작업이 양질의 것이 되도록 하는 데 더 신경을 쓴다. 두루두루 살피고 선견지명이 있으며, 어떤 부분이 잘못되어 있는지를 지각하고, 고객, 거래처, 동료, 상사의 필요를 느끼고, 상대를 배려해준다. 행간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고, 말하지 않은 말까지 듣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고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민한 사람들은 적응능력이 뛰어나고, 상황과 상대에게 유연하게 맞춰줄 수 있으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면 팔을 걷어붙이고 돕는다. 요란하지 않고 조용한 태도로 회사 분위기에도 기여하여, 늘 직원들 사이에 공평한 처사가 이루어지도록 신경을 쓰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주고 격려한다.
--- pp.219-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