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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프랑스 그리고 서른을 그리다

파리, 프랑스 그리고 서른을 그리다

: 멀리 돌아 서른의 나를 다시 만나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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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3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56g | 128*188*20mm
ISBN13 9788996444169
ISBN10 8996444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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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박현정
그녀는 대학에서 불어를 전공했으며, 그 후 프랑스로 유학을 가 파리 예술대학인 에꼴 드 보자르(Ecole des Beaux-Arts de St-Etienne) 미술대학에서 그래픽 영상디자인(Communication / DNAP)을 공부하였다. 프랑스에서 지원하는 예술가 그룹전 Etain Carrefour de l'art Expo에 한국인 최초로 선정되며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북 커버 일러스트, 독립 애니메이션 제작, 영화 미술세트 작업, SONY, TTL 광고작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영상과 일러스트 등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함께 나누는 세상을 꿈꾸는 아티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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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게 인생이라고 표현하긴 그렇지만, 삶에서 목표가 있다면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가는 중이라면 나는 내가 항상 옳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때때로 방향을 잃고 무릎 꿇고 주저앉거나 뺨에 쓸리는 사소한 아픔과 쓰라림의 고통, 언제 어디서든 지독히도 따라다니는 외로움과 그리움, 그리고 때때로 마주하게 되는 무능하게만 느껴지는 초라한 내 모습에 나는 아마 울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짐을 싸고 떠나기 시작하는 그 순간, 나는 항상 내가 옳아야만 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 혼자 들어선 파리의 카페에서, 새벽녘까지 벌어진 고성방가 스페인 친구의 생일 파티에서, 불친절한 직원을 무작정 기다리며 프랑스 체류증을 갱신하러 간 시청에서, 꼬박 밤새고 준비했으면서도 정작 학교에선 작품 발표를 제대로 망치고 돌아오는 길에서, 나는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그래, 내가 항상 옳다.---p.20 그래, 내가 항상 옳다

뭔가 할 말은 있는데 찾지 못하는 첫 한마디 때문에 연거푸 만지작거리는 커피 잔과 떨리는 손가락. 스치듯 마주치는 눈빛에 담긴 알 수 없는 서러움과 때때로 힘주어 깜박이는 눈꺼풀, 그리고 비껴가는 시선.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물기 가득한 한숨. 정말 슬픈 건 말하지 않아도 알아버려서, 너무 많이 예상하고 있음에도 적응되지 않을 긴 그리움과 상처를 간직하게 되는 일.
서로를 위해서라고 긍정적으로 위로하듯 찍어버린 마침표와 그의 잘못이 아니라고 믿고 싶은 미련과 부질없음, 사소한 물건 하나에도 너무 많이 쌓아버린 그에 대한 기억들. 그리고 터져 나오는 슬픔을 울며불며 토해내고 후련해지면 좋으련만 마치 일상을 연출하듯,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함을 포장하면서도 사이사이 찾아오는 서러움에 두고두고 가슴이 뻐근한, 길고 긴 그리움과 아픔을 참아내는 것.
어른의 이별이란, 담담한 척 돌아서는 참담한 상처 위에 새겨지는지도 모르겠다.---p.66 어른의 이별

텔레비전에서 일 년의 마지막 날이 지나가는 카운트다운 소리가 들린다.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서 와인병과 음료를 들고 건배와 비쥬를 하며 서로서로 신년을 축하하는 순간. 프랑스 친구들은 죄다 광장으로 나간 것 같다. 내가 사는 이 건물엔 학생들이 많은데도 썰물이 빠져나간 듯 조용하다. 크리스마스나 연말의 마지막 날처럼 이런 ‘특별한 날’에는 친구들이든, 가족들이든 간에 모이고 만나서 시끌벅적하게 보내는 게 일상이었는데 참 신기하게도 서른이 되는 이 마지막 날 밤만큼은 오롯이 나 혼자 내 자신과 이마를 맞대고 있다.
이제, 서른이다. 굉장히 마음이 편해진다. 근 29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이십 대의 나는 너무 뜨거웠고, 감상적이었으며 더 빨리 상처받고 더 많이 상처 주었더랬다.
순간순간의 시간들에, 내가 의도하지 않은 말과 행동이 튀어나왔으며 먼저 오해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참 짧았던 순간들이었는데 그 공간에서 스무 살의 나는 긴 시간에 질질 끌려가는 듯한 내가 싫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어른이 얼른 되고 싶었다.
이상하게도, 서른의 힘일까. 아주, 조금이지만 뭔가 마음속에 싸매어 두었던 게 천천히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잘했던 것, 좋았던 것보다 안타깝고 속상하고 잘못했던 기억이 더 많은 내 우여곡절의 스무 살, 오늘만큼은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을 거 같다.
음 ……. 비교적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p.94 혼자 보내는 서른의 마지막 날

간만에, 예전에 작업했던 애니메이션과 일러스트들을 다시 정리할 일이 생겼다. 이제는 지나버려서 별로 감흥이 없을 것 같았던 지난 일들이, 많은 시간을 통해 흩어지고 작아졌을 거라 믿었던 기억들이, 파일을 열고 그 페르소나쥬들을 마주 대하니 마치, 그때의 치열하고 가슴 절절했던 순간이 다시 다가오는 느낌이다.
나는 충분히 외롭고 힘들고, 감성에 푹 빠져 있었던 듯하다. 그때에 나를 통해 쏟아져 나왔던 내 캐릭터들은 드러내지 못하는 외로움 속에 울고 있었고 꽤나 긴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짠한 느낌이 전해진다. 그렇게 치열하게 매달릴 때가 내 인생에 또 있을까. 어쩌면,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를 그렇게 밀어붙이면서 뜨거운 피와 젊음과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감정과 맞부딪쳤던 내 삶의 순간들은 두고두고 다시는 없을 것이다.
나는 많이 아팠고, 많이 성장했다. 내게 있어 프랑스에서의 공부는 아주 큰 경계였고 아픈 성장이었으며 즐거운 고행이었다.
---p.256 먼 길을 돌아 인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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