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퀸 경감의 눈이 엘러리와 마주쳤다. 두 사람의 머릿속에 동시에 어떤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모자……. 언제나 모자로 되돌아가는군.” 퀸 경감이 중얼거렸다. 엘러리의 눈길에 당혹스러운 빛이 돌았다. “그리로 돌아가는 건 나쁜 게 아니에요. 모자, 모자, 모자. 어디다 끼워 맞추면 될 텐데. 모자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요?” 퀸 경감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 다리를 포개 코담배 한 줌을 꺼내고는 이야기를 계속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 지긋지긋한 실크 모자도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지. 우리는 지금까지 그 모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첫째, 모자는 극장 밖으로 나가지 않았어. 이상한 일 아니냐? 그토록 샅샅이 훑었는데도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관객들이 모두 돌아간 뒤 조사한 귀중품 보관소에도 없었다고. 청소할 때도 하다못해 찢어진 모자 조각이나 태워버린 흔적조차 없었지. 완벽하게 자취를 감춰버려 단서가 될 만한 게 하나도 없어. 엘러리,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은 모자가 있는 장소를 못 찾았다는 게 돼. 그곳이 어디든 모자는 아직도 거기 있을 거야. 만약을 위해 극장을 폐쇄시켜 놓았으니까 아침에 다시 가서 찾아봐야겠다. 사건 실마리가 잡히기 전까지는 밤잠도 설칠 것 같구나.” 엘러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이윽고 나지막이 말했다. “저는 아버지 말씀이 불만스러워요. 모자, 모자……, 어딘가 잘못된 부분이 분명 있다고요!” 엘러리는 다시 잠시 동안 입을 다물었다. “그래요, 모자는 이번 수사의 핵심이에요. 그것 말고는 해결할 방법이 없어요. 필드의 모자에 얽힌 수수께끼가 풀리면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셈이죠. 저는 모자의 행방에 대해 만족스러운 대답이 나올 때 비로소 수사가 궤도에 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퀸 경감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아침부터 틈만 나면 모자에 대해 생각하는데, 어딘가 모르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벌써 수요일 밤이야. 그런데 실마리 하나 잡히지 않고 있다. 할 만한 것은 다 해봤지만 헛수고였다고.” 퀸 경감은 벽난로 불길을 응시했다. “하나에서 열까지 손도 못 댈 만큼 뒤엉켜 있어.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을 가지고 이리 맞추고 저리 맞춰보았지만 도무지 맞아 떨어지지 않는단 말이다. 아무래도 모자 없이는 안 될 것 같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번 사건의 핵심은 모자야.”
브로드웨이 극장가에 있는 로마 극장, 인기리에 공연 중인 연극 「건플레이」의 2막이 끝나갈 무렵 앉은 채로 독살된 시체가 발견된다. 피해자는 법조계에서 악명이 높은 변호사 몬테 필드. 리처드 퀸 경감은 극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명석한 두뇌를 지닌 경감의 아들 엘러리 퀸이 그를 돕는다. 퀸 경감과 엘러리는 몬테 필드의 실크 모자가 살인 현장에서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는 모자에 초점을 맞추어 수사를 진행시키는데……. 뉴욕 경찰청의 리처드 퀸 경감과 그의 아들 엘러리 퀸의 역사적인 첫 활약이 드디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