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우리 반에 나만큼 뚱뚱한 아이가 있었다. 학교에서 간단한 건강검진을 하였고, 그 아이는 ‘빈혈’ 판정을 받았다. 그 이야기를 전해준 양호선생님의 말에 반 아이들이 모두 다 웃었다. 웃지 않은 아이는 딱 두 사람 뿐이었다. 그 아이와 나. 콤플렉스란 참 슬프고 아픈 거다. 콤플렉스에 대처하는 방법은 딱 두 가지다. 벗어나거나, 평생 안고 가거나. 이 소설을 쓰면서 내가 홍희를 안아줄 수 있어 좋았다. 나는 몇 번이고 “홍희야, 괜찮아”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웠다. 그 덕분인지, 난 콤플렉스에서 벗어났다.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다이어트’의 허상을 파헤치고자 한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만일 그것을 희망했다면 제목을 ‘다이어트 학교’라고 붙일 까닭이 없다. 누구도 자신의 주제를 작품 전면에 내거는 어리석은 전략을 세우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다이어트는 ‘체중 조절’이 아니라 ‘자아의 자율적 조절 능력’을 익히는 것이다. ‘몸매’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해설 중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마주리 원장님은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보다 더 날씬했고, 더 예뻤다. 실제 나이는 우리 엄마보다 많았지만, 여대생처럼 어려 보였다. 심지어 마주리 원장 뒤에서 무언가 번쩍번쩍하고 빛나는 듯했다.
“여러분은.”
마주리 원장님은 말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우리 부터 한번 쭉 훑어보았다.
“새롭게 태어날 겁니다. 돼지, 고릴라, 뚱보는 더 이상 없습니다. 해골, 빼빼로, 골룸도 마찬가지고요.”---p.26
“니 친구들도 좋아하는 거 알아?”
“아니, 아무도 몰라.”
민아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말하면 다들 비웃을 거야. 그 오빠는 아주 멋있거든.”
민아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기분이 조금 우울해졌다. 뚱뚱한 여자가 잘생긴 남자를 좋아한다는 건 웃음거리다. 뚱뚱한 여자는 아무도 좋아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뚱뚱한 여자는 짝이 없다. 그녀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고, 아무도 그녀를 좋아해주지도 않는다. 뚱뚱한 여자는 여자도 아니고, 중성의 인간일 뿐이다.
“밍밍아, 우리 살 꼭 빼자. 그래서 당당하게 백화점에 가서 옷도 사 입고, 남자 친구도 사귀자.”---p.45
“잘 따라오고 있는 학생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도 있습니다. 조금 더 먹어도 되겠지, 운동 조금 쉬어도 되겠지, 라는 생각은 버리세요. 조금이 모여 여러분에게 아주 크게 되돌아옵니다. 언제까지 여러분은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한 채 살 건가요? 이제 5주가 남았어요. 기억하세요. 뿌린 대로 거둡니다.”---p.53
선생님은 지구 반대편에 굶는 아이들이 있으니, 항상 감사하게 식사를 하라고 말했다. 반 아이들은 내게 “네가 다 먹어서 쟤네가 배고픈 거야”라고 장난을 치며 비웃었다. 그때 나도 아이들을 따라 같이 웃었다. 속으로는 울었지만, 겉으로는 웃는 척했다. 만약 나도 살을 빼지 않은 채 어른이 되면, 저 아줌마처럼 될까? 뚱뚱한 내 모습이 싫어 바깥에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집에 숨어 살까? 살을 빼지 못한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니 끔찍했다. 아무래도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pp.110~111
“자, 그럼 총 벌점이 얼마지?”
“점 20점이요.”
난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했다. 지난주에 두통 때문에 요가 수업을 무단으로 빠졌고, 벌점 5점을 받았다.
“주홍희는 독방행이구나. 그런데 너희들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원장님이 또 무슨 말을 하려는가 싶어 쳐다보았다.
“마이너스 팀은 독방에서 식사가 없어. 독방에서는 운동을 하지 못하니까 그만큼 열량 소비가 줄겠지? 운동을 못하는 대신 식사가 없다. 자, 그럼 가자.”
원장님이 내 팔을 움켜잡은 채, 나를 데리고 현관문을 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이들은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못하고 끌려가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p.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