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신분제도가 있다고요?
만인은 법에서 평등하다. 이런 말을 들어 봤을 거예요. 한국은 헌법에서 사람이 재산이나 출신과 상관없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아요. 북한은 공식적으로 신분제도가 없다고 선언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신분이 엄격하게 나뉘어져 있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신분이 정해져 있고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갑갑한 세상이지요.
북한은 신분을 핵심계층, 동요계층, 적대계층으로 크게 셋으로 나누고 이걸 또 세세하게 나누어 모두 51개 계층으로 나누었습니다.
핵심계층은 이를테면 귀족으로, 조선로동당의 높은 직위의 사람이나 인민군의 장교들입니다. 또한 김일성의 일가친척도 포함되지요. 이들은 평양 같은 큰 도시에서 살면서 많은 혜택을 받습니다. 동요계층은 평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나 농민들, 선생님, 그 외의 보통 근로자들이 모두 여기에 속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웬만한 중소 도시나 시골에서 사는데, 허가 없이는 평양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마지막은 적대계층, 혹은 복잡계층인데 이들은 북한에서 가장 천대를 받는 계층이에요. 이들은 일제강점기 때의 지주나 부유한 농민들, 그리고 자본가의 후손들입니다. 친일파의 후손들도 여기에 포함되지요. 그리고 북한의 정치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나 일본에서 살다가 북한으로 넘어온 재일 교포도 있고, 친척 중에 누군가가 탈북을 한 경우도 포함됩니다. 이런 사람들은 가장 나쁜 대우를 받으며, 원하는 학교에도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고 심지어 결혼도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언제든 북한에게 변절하거나 반역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늘 감시를 받지요. 사는 곳도 가장 열악해서 시골이나 산촌, 탄광촌 같은 데에서 삽니다.
이런 신분제도가 처음 생긴 것은 1950년대 말, 한국전쟁이 끝난 다음이었어요. 이때 북한 주민들과 그 가족의 배경과 성향을 샅샅이 조사해서 분류한 것입니다. 가장 먼저 불순분자*를 찾아내어 산골로 쫓아내고, 주민들의 성분을 나누기 위해 조부모, 부모, 본인은 물론 외가와 6촌 친척까지 깡그리 뒤졌습니다.
그렇게 조사를 하고 분류를 해서 만들어진 게 공민증이에요.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 같은 것으로 수첩 모양이지요. 잠시 우리나라의 신분증과 같이 카드 형태였던 적도 있지만 다시 수첩 모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신분을 나눈 것은 북한 정부가 주민들을 믿지 못해서 그런 거예요. 북한은 꾸준히 주민들을 등록하고 정보를 모아서 감시하고 있어요. 특히 북한으로 건너온 사람들은 따로 구분하여 감시하고 있으며, 평양에 들어갈 수 있는 특권 계층을 위해서는 평양시민증을 발급합니다. 국가가 주민을 하나하나 감시하고, 계층을 나누고,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한다니 생각만 해도 피곤한 일이지요.
부모를 골라서 태어날 수 없는 것처럼, 출신 성분 역시도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타고난 것으로 차별을 받게 된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에요. 적대계층으로 태어나면 아무리 공부하고 노력해도 더 좋은 계층이 될 수 없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계층이 다른 사람들과는 결혼도 할 수 없다 보니 사랑을 위해 북한을 탈출해서 결혼한 사람들마저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북한도 차츰 변하고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돈을 모아 뇌물을 바쳐 공산당원이 되고, 이를 통해 신분을 바꾸고 있지요. 게다가 지금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의 어머니 고용희는 재일 교포 출신으로, 북한에서 천대받는 적대계층 출신입니다. 아직까지도 북한의 신분제도는 존재하지만 다양한 측면에서 차츰 무너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통일은 왜 해야 하나요?
어디에서나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면……”이라는 말 말이에요. 언젠가 북한과 남한이 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그렇게 될 것이니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건 북한도 마찬가지라서 북한에서도 남한과의 통일을 이야기합니다.
물론 통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과 통일을 하면 북한의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와 우리도 더 못살게 될 거라고도 합니다. 당장 우리나라에도 못 먹고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데 북한까지 어떻게 할 거냐는 말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걱정이 아주 터무니없는 것은 아닌 게 독일은 통일을 한 이래로 한동안 경제에 많은 부담이 있었고, 동쪽과 서쪽 사람들끼리 서로 미워하거나 차별을 하는 일이 많았답니다. 그러니 통일을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북한과 금방 통일하지 않고, 별개의 나라로 평화롭게 사는 방법도 있어요. 그럼 언젠가 북한이 자기 힘을 길러 다시 남한으로 쳐들어올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전쟁의 역사가 있으니 아주 근거가 없는 말도 아닙니다. 그래도 확실한 사실은, 아무리 값비싼 평화라고 해도 전쟁보다는 훨씬 저렴하다는 겁니다.
전쟁은 절대로 게임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북한을 지도에서 뚝 떼어 먼 곳에 두거나 삭제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북한과 너무나도 가까운 곳에 있기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우리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다 실수로 미사일 하나가 어딘가에 떨어지게 된다면, 나 아니면 나에게 소중한 누군가가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게 되겠지요.
게다가 전쟁이란, 한 번 시작하게 되면 과연 언제 끝날 수 있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임진왜란,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의 내전까지, 모든 전쟁은 이렇게까지 전쟁이 길어지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습니다.
만약 정말로 남과 북이 통일을 한다면, 그게 아니더라도 서로를 나라로 인정하고 평화조약을 맺으며 적대하지 않게 된다면 뭐가 좋을까요? 일단 편해질 겁니다. 만약 북한과 사이가 좋아진다면 한밤중에 미사일이 날아올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그리고 굳이 외국어를 배우거나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우리말을 쓰는 곳으로 편하게 놀러갈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좋은 일임이 분명하지요. 평양냉면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북한의 곳곳에 자리한 역사 유적이나 명승지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할 수도 있게 될 것입니다.
그다음으로는 돈이 절약된다는 거예요.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동쪽에 있는 반도에 자리하고 있고, 그나마 대륙으로 이어지는 입구는 북한이 막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화물은 모두 내륙이 아닌 배로 실어 날라야 합니다. 비행기마저도 북한 영공을 지날 수 없으니 일부러 먼 길을 돌기도 합니다. 당연하지만 이 와중에 드는 연료 소모량도 상당하지요. 만약 남한과 북한의 사이가 평화로워지면, 한국에서 출발한 기차가 북한을 지나 러시아를 거쳐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몹시도 길고 근사한 교통로가 완성될 것입니다. 사람이 타고 간다면 몹시 지겹겠지만, 화물을 중간에 내리는 일 없이 대륙 끝까지 간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으로 좋은 일이지요.
그리고 국방비가 아예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지금만큼이나 많이 들이지는 않아도 될 거예요. 그 돈을 다른 좋은 곳에 쓸 수도 있겠지요. 비록 평화로 가는 길이 아주 멀고 험난할지라도 반드시 가야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