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나의 삶도 수학을 통해 아름답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학을 사용해 복잡한 인생의 간단한 본질을 찾는 것이다. 물론 인생의 해를 구하는 방정식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학을 공부하며 얻은 사고방식을 통해 삶의 본질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본질을 알았으니 복잡한 인생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살다보면 가끔 수학에서 배운 어떤 정리가 인생의 법칙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p.29
애초에 나는 고등학생 때조차 수학을 사랑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저 성적이 잘 나오니까 신났던 것이고, 다른 친구들이 대단하다는 시선으로 우러러봐주니까 우쭐해서 열심히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 사랑했다면 주저 없이 수학과로 진학했겠지만, 대학 진학을 준비할 때 수학과는 염두에 두지도 않았으니까. 게다가 대학에 와서는 한동안 회피하기까지 했고. 그래도 그때 터득한 수학이라는 언어를 다루는 방법, 또 그 언어를 이용하는 방법은 지금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아마 앞으로 공부할 학문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수학을 사랑했는지 아닌지가 뭐 그리 대수일까. 수학은 사랑의 여부가 중요한 애인 같은 존재가 아니라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하니까. --- p.57~58
이과 계통으로 카이스트로 왔다고 해서 모두가 수학을 좋아하고 잘할 것이라 지레짐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과 안에는 공대와 자연대가 있고, 그 아래로 수많은 하위 학과들이 세분화되어 있다. 각 학과 학생들의 다양한 특성이 무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담감은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이고 짐이다. 나처럼 슬프고 억울한 생명과학과 학생이 더 이상 없길 바란다. 나는 카이스트 학생이기 전에, 생명과학과 학생이다. --- p.89
무한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장엄함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였다. 하지만 유한한 시간과 공간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은 마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듯 무한이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밝혀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끝내 무한을 통해 수의 체계를 이해하고, 세상을 설명하고, 우리가 속해 있는 우주를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쩌면 무한은 유한한 지식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인간이 완벽하게 이해하기에는 너무 큰 개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수천 년간의 도전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만큼 무한을 이해하게 되었다. 부분도 전체만큼 풍요로운 무한의 세계에서 인간이 밝혀낸 무한의 가치는 무한 전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동등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무한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오늘도 유한한 인간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 p.135~136
확률과 통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잘 적용한다면 중요한 갈림길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좋은 근거를 얻을 수 있다. 빅 데이터의 시대인 21세기에는 그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빅 데이터와 수학이 만났을 때 활용 가치는 더욱 커지며 복잡한 문제들도 쉽게 풀린다. 수많은 분야에서 인간에 버금가는 수준의 인공지능도 발달하게 했다. 이미 수학은 일상의 많은 일을 예측하고 문제를 푸는 데 이용되고 있다. 지금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는가? 이제는 직감보다는 수학으로 답을 찾아보자. --- p.153
어머니, ‘대자연 어머니’, 그렇지만 저는 그만둘 수가 없습니다. 내일도 오늘처럼 연구실에 출근할 테고, 또 새로운 논문을 읽을 것입니다. 당신이 빚어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누군가 훌륭하게 받아 써낸 수식들을 읽으며 감탄할 것입니다. 수학은 제 모어도 아니고, 자신 있는 외국어도 아닙니다. 하지만 수학이 대자연의, 어머니의 언어라면 저는 내일도, 그다음 날도 기꺼이 씨름하겠습니다. 화내고, 울고, 절망하고, 오늘처럼 욕도 하고 탓도 하겠지요. 하지만,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려도 괜찮습니다. 심지어, 이 우주에서 제가 처음이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당신께서 만든 규칙을, 저는 별 헤듯 하나씩 이해해나갈 겁니다. 그것이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 p.265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수학 공부를 하면서 수학 안에 미술이라는 부분을 찾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 어렸을 적 나처럼 수학을 단순히 ‘공식 외우기’ ‘문제 풀기’ 같은 활동만 하는 재미없는 학문으로 생각한다. ‘수포자’라는 표현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말이 있다. 수학도 그렇다. 단순히 ‘근의 공식은 2에이 분의 마이너스 비 플러스 마이너스 루트 비 제곱 마이너스 4 에이 씨이다’처럼 공식만 외우려 하지 말고 다른 관점에서 수학을 바라보면 수학의 아름다운 부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학에 대한 거리감도 줄일 수 있다. 나아가 수학을 이용한 자기만의 창의적인 미술 작품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 p.306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하나 존재한다. 나는 현재 카이스트 학부 과정에 재학 중이다. 카이스트는 대한민국에서 수학을 제일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학교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수학은 분명 사랑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카이스트 학생들은 모두 ‘연애 박사’일까? 지금까지 관찰한 결과로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수학 실력과 연애의 상관관계는 앞으로도 풀리지 않을 미스터리일 것 같다.
--- p.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