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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

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

: 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

리뷰 총점8.6 리뷰 34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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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42g | 135*195*20mm
ISBN13 9788993195781
ISBN10 8993195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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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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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출근을 한 적이 있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동안에는 글 쓰는 친구들을 주로 만나고, 일을 받아도 일대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내 나이에 대해 그닥 실감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 20대 직원이 많은 사무실에 나가고 보니 내 나이를 실감할 일이 많았다. 이야기를 하던 중에 “나 작년에 자전거 배웠잖아” 했더니 직원들 눈이 동그래졌다.
“서른일곱에 자전거를 배우셨다구요? 우와, 그 나이에 대단하세요!”
까딱하면 함께 기립박수라도 쳐줄 기세에 민망해졌다. 서른일곱에 자전거를 배우는 게 그토록 신기한 일인가? “대단하세요!”라는 말이 그토록 무안하게 들리기는 처음이었다. 그때 내가 왜 그렇게 무안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서른일곱에 자전거를 배웠다구요?’ 중에서

위니와 은아의 갈등을 보면서 내가 왜 막내들과 불화했는지 불현듯 깨달았다. 나는 내가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잃지 않으면서 잘 지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내들은 하나같이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걸 자기를 위해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나는 언제나 은아처럼 대답했다. “각자 좋아하는 걸 하면서도 잘 지낼 수 있잖아”라고. 그러면 그들은 말했다. “날 위해 그것도 못 하니?”라고.
나는 상대방을 배려해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는데, 왜 항상 상대방은 나에게 힘든 선택을 강요하는 걸까? 도무지 이해 못할 심술보였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들은 내가 요구하지 않아서 서운해 했었다는 사실을. ---‘막내를 사랑하는 법’ 중에서

처음 내가 이 소설을 읽었을 때는 미츠의 미련하고 답답한 성격에 가슴을 여러 번 쳤다. 이런 여자가 주변에 있다면 그녀의 손을 잡고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 좀 이기적으로 살아도 된다”고 진심으로 충고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내 말을 들었을 리 없고, 나는 결국 그녀와 멀어졌겠지. 요시오카처럼.
그렇게 여주인공에게 갑갑증을 느끼며 책을 읽던 나는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마지막 수녀님의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 미련답답이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게 된 것이다. 제3자의 눈으로 봤을 때야 미츠가 미련퉁이지만 미츠 자신은 평생 요시오카에 대한 순정을 가슴에 품고 살았기에 행복했을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누가 약자라고 할 수 있으랴. 오히려 이제부터 죽을 때까지 미츠를 평생 잊을 수 없게 된 요시오카가 약자일지도 모른다. 그게 사랑받는 자의 숙명이다. 사랑하는 자는 자신이 관계를 시작해서 끝낼 수 있지만, 사랑받는 자는 시작하는 것도 끝내는 것도 상대편의 처분을 기다려야만 한다. ---‘더 사랑하는 자가 약자’ 중에서

암말 같은 과부를 보고 마음이 동하는데도 애써 참고 있는 주인님에게 조르바가 당장 달려들어 잡으라고 하자, 주인님은 말썽이 생기는 건 딱 질색이라고 한다. 그러자 조르바가 말한다. 산다는 건 말썽을 찾아 나선다는 뜻이라고.
주인님이 조르바를 통해 진짜 삶을 산다는 게 뭔지 배워갔던 것처럼, 나는 밥벌이를 통해 진짜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웠다. 지금도 나는 말썽을 좋아하지 않지만 ‘일을 잘한다’는 게 ‘문제를 잘 해결한다’는 뜻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말썽이 일어나면 예전에는 머리를 싸매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누구의 탓일까 고민했지만, 요즘은 고민을 제쳐두고 일단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밥벌이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이다. ---‘미쓰리, 해보니까 별거 아니지?’ 중에서

가난한 유년의 크리스마스에는 자매는 엄마와 함께 버스를 타고 외출한다. 남루한 행색 때문에 거지로 오인받은 엄마는 모피 코트 입은 부인으로부터 동전을 적선받는다. 그날의 기억은 자매의 머릿속에 각인된다. 이후 동생은 사회주의 운동가가 되었고, 언니는 모피 코트 입은 부유한 사모님이 된다. ‘우리는 거지가 아니고, 그 사모님은 우리에게 그러면 안 되었다’는 부당함에 대한 항변을, 한 명은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다른 한 명은 다시는 그런 취급 받지 않도록 부유해지는 것으로 보여주었다.
왜 사람은 같은 경험을 하고서도 이토록 다른 선택을 하게 될까?---‘주인의식 뒤에 감춰진 입장 차이’ 중에서

김형경의 사랑은 내가 했던 사랑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나는 적당한 거리가 확보된 사람들을 좋아했다. 상대방을 전적으로 떠안거나 전면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면 부담을 느꼈다. 사랑뿐 아니라 인생의 많은 국면에서 그랬다. 그러면서도 내가 생을 정면 돌파하며 살아왔다고 착각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많아 어쩔 수 없이 해치우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피하다 안 될 때 발을 담갔지, 내 쪽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껴안거나 문제에 풍덩 뛰어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안정이 되면 언젠가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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