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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함께 떠나는 수학사 여행
계영희 교수의

명화와 함께 떠나는 수학사 여행

[ 2판, 개정판 ]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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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수학/과학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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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2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568g | 173*225*30mm
ISBN13 9788952240262
ISBN10 89522402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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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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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로 발달한 이집트 수학이 왜 그 뒤로는 더 발달하지 못했을까요? 나라가 망했기 때문에? 아닙니다. 이집트에서는 기하학이나 산술, 달력 등을 모두 사제들만 볼 수 있는 파피루스 경전에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경전은 요즘의 『불경』이나 『성경』과 다르게 아무나 볼 수 없었지요. 경전을 너무 신성시했기 때문에 사제가 아닌 일반인은 함부로 볼 수도 없고 연구도 할 수 없었어요. 심지어 몰래 경전을 훔쳐보는 사람에게는 엄벌이 내려져 자유로운 연구가 불가능했답니다. 이런 이유로 이집트의 수학은 곧 한계에 부딪히고 맙니다. 모든 학문 연구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사람들이 마음대로 연구하고 발표하고 토론할 때 비로소 발전하거든요. 만일 이집트의 수학이 경전 속에 꼭꼭 숨어 있지 않았다면 엄청나게 발전했을 거라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_54쪽

파르테논 신전이 세워질 무렵은 아테네에 민주주의가 만발한 시기였습니다. 민주주의는 신분이나 혈통보다 개인의 자유와 능력을 중시하는 이념이지요. 내세보다는 현세를 중시하는 그리스인이었기에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현재를 과거에서 독립시킵니다. 이렇게 변화와 진보를 인정하면서 민주적 정치의식이 반영된 기념물과 미술품을 본격적으로 만들었어요. 이들의 철저한 기하학적 정신은 술잔에서 신전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비례에 맞추어 설계되었습니다. 기하학적 정신과 민주 의식은 중세에는 사라졌다가 르네상스 시대에 함께 부활합니다. 기하학적 정신과 민주주의는 더불어 나타나는 공생의 속성을 지닙니다. 둘 다 합리적인 사고를 요구하기 때문이지요. _102쪽

중세 건축의 대표적 양식인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는 지붕을 둥근 돔으로 만들고, 기둥은 기하학적인 모양의 돌을 이용해 육중하게 아치형으로 세웠습니다. 아치형은 이미 로마 시대부터 수로를 만들 때 발달한 양식으로 교회 건축에 사용되었지요. 중세에 수학이 발달하지는 못했어도 건축에 수학이 없어서는 안 되었으니 수학이 실생활에서는 활발하게 쓰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건축 양식인 고딕 양식에도 수학이 철저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양익부의 길이와 회중석의 비, 기둥과 아치의 비, 첨탑과 교회 탑신의 비 등은 모두 황금 비례였다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황금비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요. 무엇보다 인간에게 조화로움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_137~138쪽

한마디로 유클리드기하가 만지는 기하라면, 사영기하는 보는 기하입니다. 유클리드기하에서 임의의 직선은 아무리 연장해도 만나지 않지만, 사영기하에서는 양 끝이 만납니다. 직선을 손으로 들어올리면 양 끝이 붙지 않지만, 아주 멀리 지구 밖에서 바라보면 지구 위에 놓여 있는 직선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아서 만나게 되지요. 또 유클리드기하에서 평행한 두 직선은 절대로 만나지 않지만, 사영기하에서는 만납니다. 두 직선이 평행하다고 말하는 것은 한 직선을 손으로 집어서 다른 직선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평행한 직선을 멀리서 바라보면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멀리 있는 지점, 곧 소실점에서 만나게 되지요. _164~165쪽

17세기에 수학은 매우 역동적으로 변했는데, 이는 미술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지식인들의 탐구 주제는 빛, 운동, 에너지, 속도 등이었습니다. 이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금세기까지 과학자와 수학자가 끈질기게 연구해온 주제이기도 합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도 빛에 관한 연구였지요. 17세기에는 이러한 주제에 더욱 관심이 고조되어서 뉴턴은 빛의 광입자설과 운동방정식을 발표했고, 회화에서는 명암에 의한 극적인 대비가 표현된 그림이 주류를 이룹니다. 17세기 카라바조(Michelangelo da Caravaggio, 1573~1610)의 작품 「의심하는 성 도마」를 보실까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유독 의심 많은 도마가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의 창 자국을 만져보는 장면이 너무도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완전성을 추구했던 르네상스 회화와 비교해볼 때 파격적이고 불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예수의 제자들이 위엄 있고 경건한 모습이 아니라 남루한 옷을 입은 평범한 노동자로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르네상스의 회화와 비교해 빛과 그림자를 대비시켜 『성경』의 내용을 좀 더 현실감 있게 표현한 점이지요. _227~228쪽

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의 작품을 볼까요? 마그리트는 파이프를 그려놓고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닙니다’라고 써놓았습니다. 글을 참이라고 생각하면 그림이 거짓이 되고, 글을 거짓이라고 생각하면 그림이 참이 됩니다. 참이라고 생각하면 거짓이 되고, 거짓이라고 생각하면 참이 되는 순환 논리를 러셀의 패러독스처럼 멋지게 표현한 것입니다. 마그리트는 자만한 인간의 논리적 한계에 경고를 주는 초현실주의 화가랍니다.
그다음 작품은 마그리트의 『유클리드의 산책』입니다. 유리창 너머 저 멀리 길 위에 개미만 한 크기의 두 점이 보이세요? 두 사람이 산책을 하는데 너무 멀어서 개미처럼 보입니다. 한 사람은 수학자 유클리드 선생님이고 한 사람은 바로 나라고 가정해봅시다. 창문 너머 바라보이는 길에서 내가 지금 유클리드 선생님과 산책을 한다고 가정할 때, 마그리트는 사실은 유리창 밖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캔버스 위의 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감상자에게 창문과 캔버스를 가지고 공간의 의미를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지요.
유클리드는 어떤 수학자였지요? ‘평행하는 직선은 결코 만날 수 없다’는 유클리드기하학의 대가(大家) 아닙니까? 평행선 공준을 주장했던 유클리드를 멀리 지평선의 소실점에서 만나도록 평행선 공준의 모순을 지적하는 마그리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대단하지 않나요? _283~285쪽

유럽에서 르네상스 운동이 시작되자 1,000년간 잊고 있었던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이 다시 연구되면서 유클리드 기하학의 정신이 부활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150년간이나 서양 회화 교육을 받았지만 동양 기하학에 유클리드적인 로고스 정신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선교사가 추방되자 서양 투시법도 금세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투시법이라는 서양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은 했으나 중국 문화 속에 용해되지는 못한 것이지요. 이 사실은 전파된 문화가 타 민족에게 쉽게 수용되더라도 수용한 민족의 문명까지는 바꿀 수 없다고 주장한 토인비의 이론으로도 설명됩니다. 결국 동서양의 기하학 차이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민족 원형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_324쪽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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