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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

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

: 마음의 병을 앓은 정신과 의사가 힘든 인생들을 위해 쓴 치유 관계학

리뷰 총점9.1 리뷰 28건 | 판매지수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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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87g | 128*188*14mm
ISBN13 9788997870349
ISBN10 899787034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 책은 중증 정신병에 걸린 어머니 밑에서 성장해 청년기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이후 정신과 의사가 된 내 이야기다. 그리고 인생이 절망뿐일 때 나에게 힘이 되어준 사람들과의 이야기다.
‘마음의 병’은 누구라도 인생 어딘가에서 한 번쯤 만나게 되는 병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소중한 가족, 절친한 친구에게 찾아올 수도 있다. 그렇게 누구라도 마음의 병을 얻을 수 있다.
인생의 어느 자락에서 자신이나 가족이 마음의 병에 걸렸을 때,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나는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치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인생은 기본적으로 불공평하다. 가혹한 인생을 걸어온 사람은 행복한 인생을 보낸 사람들 특유의 눈부시게 천진한 웃음을 갖기 어렵다. 가혹했던 체험은 그 사람의 외모와 인격에도 어두운 그늘을 드리운다. 자신이 초래하지 않은 일들임에도 그의 삶에 계속해서 나쁜 영향을 미친다. ‘왜 이렇게 내 인생에는 불공평한 일들만 일어날까…. 왜?’
그때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늘에 물어도 아무런 답을 얻을 수 없었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랬다.
암흑과도 같은 삶에 전환점을 만들어주고, 책을 쓸 수 있을 만큼 내 마음을 치유해 주고, 구원해 준 것은 내 주위의 보통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높은 지위에 있거나 내세울 만한 특별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도 아니었다. 그저 내 곁에 있던 평범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나를 다시 보통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들이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준 덕분에 나는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내 밝지 않은 인생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어둠에서 걸어 나와 회복할 수 있었다. ‘사람의 힘’이 약으로도 치료하지 못한 나의 굳은 마음을 조금씩 풀어주었다.
한 인간에게는 너무하다 싶을 만큼 많은 일이 내 인생에 일어났다…. 이렇게 잠시 나빴던 일만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은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내고 인생을 긍정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이 회복하는 데 딱히 정해진 시기는 없었다. --- 「이 책을 쓴 이유」 중에서

유치원에 다닐 때도 마법처럼 옷을 만들어 내던 엄마의 실력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 전체적인 완성도는 좋지 않았지만 그런 몸 상태로 최선을 다해 만들어준 엄마의 마음이 고마워서 나는 매일 그 교복을 입고 등교했다. 그런데 뽑지 않은 시침핀이 여기저기 남아 있어 소매에 팔을 낄 때마다 찔리고 아팠다.
특히 스커트가 비참했는데, 다른 애들처럼 예쁘게 주름이 잡히는 주름치마가 아니라 말 그대로 ‘호박’ 모양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그날 이후 반 아이들의 좋은 놀림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런 괴롭힘에 박차를 가한 것은 시험이었다. 나는 원래 필기시험만큼은 강했다. 아무리 컨디션이 나빠도 놀랄 만큼 좋은 점수를 받았다. 전학 후 첫 시험에서 내가 1등을 하자마자, 모두의 놀림감이던 ‘호박’이 1등을 차지했다는 사실은 모두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때부터 남학생들뿐 아니라 여학생들까지 괴롭힘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학교에서 계단을 내려가는데 갑자기 누군가 등 뒤에서 나를 확 밀었다. 순식간에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고 나서 무슨 일인지 올려다보니 층계참에 있던 몇몇의 남학생들이 나를 쳐다보며 킥킥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쪽에는 여학생도 한 명 있었다. 슬프게도 그 아이는 내가 전학 온 첫날,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준 아이였다.
나는 치마가 훌러덩 젖혀져 속옷이 드러난 그대로 주저앉아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아픔은 느낄 새도 없었다.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이 올라왔다. 나는 거의 울다시피 하며 그 자리에서 도망쳐야 했다.
그날, 수업 시간에 책상 위에 교과서를 세워두고 고개 숙여 흐느끼던 나를 본 선생님은 “넌 그렇게 울어서 뭐 할래!”라고 소리칠 뿐이었다.
‘아! 이제는 정말 인간 대접을 받고 싶다….’ 그때부터 나는 계속 그런 생각을 했다. 당시는 ‘등교거부’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선택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리고 억지로 학교에 다녔다.
학교에서는 최대한 아이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있어야 했다. 존재감이 없어지면 아이들의 괴롭힘도 차츰 잦아들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중학교 3학년이니까 조금만 더 견디면 졸업할 수 있다’는 조그마한 희망을 품은 채 학교에서의 나날들을 버티고 있었다.

나는 마치 입에서 불을 뿜어내는 용처럼 분노라는 감정을 훅훅 드러내며 미친 듯이 공부에 몰두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나는 의사가 될 수 있었다.
어쩌면 사람은 행복이 넘칠 때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때 더 강한 에너지를 내는 것이 아닐까. 원래 사람을 움직이는 에너지의 근본이 되는 것이 ‘원망’이다. 그것은 결코 건강한 감정이 아니며, 복수는 결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의사가 되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은 분명히 나를 괴롭힌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 「1장의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게 한 나를 괴롭힌 중학교 친구들」 중에서

남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는, 복잡하게 뒤얽혀 질척한 우리 가족의 내밀한 이야기까지도 그녀에게는 뭐든지 털어놓을 수 있었다. 찢어질 듯 아픈 마음도 그녀가 들어주면 조금 가벼워졌고 곧 극복할 수 있었다.
아버지에게 욕을 들어가면서도 결국은 그녀 덕분에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그녀에게 ‘상담료’로 총 1천만 원을 청구받았다. 엄마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난 후였다. 우편함에서 그녀의 편지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뜯어보았다. ‘어머니를 만나서 정말 잘됐어요….’ 그런 말이 쓰여 있을 거라고 짐작하면서. “출장의 경우는 교통비 별도로 1일 100만 원. 전화 상담은 50만 원. 지금까지 합계 금액은….” 이렇게 쓰인 편지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 그전까지 그녀의 집에 머무를 때, 필요에 따라 돈을 지불한 적은 있지만 ‘상담료’라는 게 무엇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돈? 청구라니… 그게 뭐지? 입금이라니?’
금액과 입금 방법을 사무적으로 설명한 편지 내용이 머릿속에서 뱅뱅 맴돌았다. 겨우 사정을 이해한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느새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역시 그랬구나…. 나 같은 건 돈이 아니면 그 누구도 상대해 주지 않아….’
그녀를 알게 되면서 얻을 수 있었던 자신감과 삶의 기쁨, 순수한 즐거움이 그 순간 손가락 사이로 허무하게 빠져나가 버리는 것만 같았다. 예전의 나라면 여기서 완전히 힘이 빠져 자신감도 기쁨도 역시 환상이었다고, 극도로 좌절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정말 목숨을 끊어버리자고 죽음을 향해 돌진했을 것이다. 그러나 며칠간 편지를 끌어안고 있다 보니 차츰 굴욕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당신이 내게 보여준 행위가 모두 돈을 위한 것이었다면 그래, 그것도 좋다. 돈을 지불하겠다! 분명한 것은 내가 당신 덕 분에 1년간 내 몸과 시간을 투자해서 노력하며 얻은 것들은 그것이 비록 돈 때문이었다고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확신했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나에게 스스로 놀라면서….
그녀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나는 그 청구서 덕분에 ‘나의 다리’로 똑바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기꺼이 청구서의 돈을 지불했다. 그동안 나에게 ‘살아갈 힘’을 가르쳐 준 사람은 정신과 의사가 수십 명 모여 있는 대학에도, 그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내게 필요한 것은 정신의학과 심리학 지식보다 비록 돈 때문이었다고는 해도 내가 느낀 그녀의 따뜻한 배려와 현실에서 살아가기 위한 지혜, 즉 ‘생활력’이었다.
--- 「2장의 ‘약함을 내보이는 것’의 중요함을 깨닫게 해준 교토의 여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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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들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마음이 아픈 환자로, 환자 가족으로, 그리고 이들을 치료하는 의사로 남다른 삶을 살아온 저자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감동입니다. 여린 듯 강한 여운으로 마음을 적시며 읽는 이에게 이런 다짐을 하게 만듭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일상의 삶에서 힘들다, 못살겠다, 죽겠다는 푸념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는 한마디로 삶에 대한 감사, 인간에 대한 사랑 그리고 겸손한 인생관을 배우게 해주는 책입니다. 고난과 시련을 축복으로 바꾼 겸손한 용기와 사랑의 승리를 함께 기뻐하며 기도하게 됩니다. '그래, 맞아. 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는 저자의 말을 다시 깊이 되새기면서.
- 이해인 (수녀. 시인)
‘가장 좋은 정신과 의사는 환자와 같은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다.’ 정신과 의사들 사이에서 흔히 오르내리는 말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상처를 담담히 드러내며 크고 작은 상처를 지닌 우리 모두에게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픔의 기록이자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원고를 펼쳐 든 후 한숨도 쉬지 않고 끝까지 읽었습니다. 저자가 전하는 '말하는 것', '아픔을 드러내는 것', '함께 웃는 것'이 지닌 치유의 힘을 생각하게 됩니다. 저자의 말처럼 ‘말하는 것’에는 치유의 힘이 있습니다. 상처와 아픔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이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 장형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린 완벽주의자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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