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교과교육 연구의 의의 및 방법
1.1 영어 교과교육 연구의 정의
교과교육은 교과와 교육이 합해진 말로, 교과의 목표와 내용 및 세부 지식에 대한 이론적 이해를 바탕으로 교수학습 활동의 실제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교과교육이란 말은 이론과 실제의 융합과 상생을 전제하며, 그 자체로 교실 친화적이고 교사 친화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교과교육 연구는 교육 현장을 우선 염두에 두고 이뤄지는 연구로 그 범위가 정해져야 옳다. 다시 말해, 교과교육 연구는 교실에서의 수업 활동의 실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수행된다. 연구방법의 실제로는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수학습 활동을 직접 관찰하거나 교수학습 활동에의 참여자(즉, 교사와 학생)를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하는 것을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다. 한편, 실험실 환경에서 연구 변인을 보다 정교하게 통제하여 진행하게 되는 실험 연구(experimental studies)의 경우라도 그것이 교과교육과 관련하여 제기된 연구 질문을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을 두고 있다면 교과교육 연구의 범위로 이해하는 것이 마땅하리라 본다.
결국 영어 교과교육 연구는 영어과 교수학습 활동의 제 문제를 개선하고자 교실 혹은 실험실 환경에서 이뤄지는 연구로 정의될 수 있겠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교사가 교실을 무대로 계획하고 또 실행해 볼 법한 영어 교과교육 연구 주제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를 살피고자 한다. 그리고 본 장에서는 영어 교과교육 연구의 주요 특징과 의의, 그리고 구체적 연구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1.2 영어 교과교육 연구의 특징과 의의
영어 교과교육 연구는 영어 교과교육과 관련하여 이뤄지는 연구이다. 따라서 그것의 이해를 위해서는 연구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연구란 무엇인가.
1.2.1 연구란 무엇인가?
안타깝게도 연구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결코 쉽지가 않다. 그래서인지 연구방법론을 논하는 책들을 들춰보면 연구의 정의 및 그 본령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없이 곧바로 본론에 들어가는 경우들이 허다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언가를 궁금해하고 그에 대해 답을 구하려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 텐데(Black, 1999), 그렇다고 질문과 답이 조합된 그 모든 것을 연구라 이르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 답이 어렵다는 말은 사실상 그 어떤 답도 어느 정도는 타당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에 Hatch와 Lazaraton(1991)에서 시도된 정의를 가져와 보면 이렇다: “Research is the organized, systematic search for answers to the questions we ask” (p. 1, 강조는 원저자 표기). 연구란 우리가 던지는 질문의 답에 대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탐색이라는 정의이다. 해당 정의에서 우리는 두 가지의 핵심어를 만난다. ‘조직적인(organized)’과 ‘체계적인(systematic)’이 그것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 연구일 수 있는데,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연구이기 위해서는 그 탐색 과정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필자는 대학원 수업을 진행하면서 연구에 대해 정의하기를 ‘작은 생각을 정제된 틀 안에서 정리하는 행위’라 말하곤 한다. 작은 생각이라 꼭 짚어 말하는 것은 영어 교과교육 연구에 있어 큰 생각은 연구 주제로서 그다지 적합하지 않으리라는 뜻이다. 어느 한 편의 연구로 영어 교과교육이라는 복잡다단한 현상에 대해 온전한 답을 구하겠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초심자의 경우 이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좋은 공부를 하겠다는 욕심이 지나치는 경우엔 본인의 연구가 영어 교과교육과 관련하여 큰 족적을 남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모름지기 연구란 (적어도 영어 교과교육과 관련한 연구란) 작은 생각에 대한 탐색이다. 작은 생각들이 마치 모자이크와도 같이 모이고 모여 전체 현상에 대한 이해의 발판이 마련된다. 큰 생각은 큰 모자이크 조각이고, 작은 생각은 작은 모자이크 조각이어서, 모자이크의 조각이 작고 정교할수록 전체 그림은 더욱 분명해지는 법이다. 당연하게도 하나의 작은 모자이크 조각은 그것만으로 무엇을 하기에는 그 크기가 너무 작다. 즉, 전체 그림의 모양을 온전히 드러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른 모자이크 조각들이 필요할 일이다. 결국 하나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구자 혼자의 역량만으로는 부족하다. 많은 연구자들의 협업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그렇듯 작은 생각을 정제된 틀 안에서 해야만 그것이 비로소 연구가 된다. 정제된 틀은 연구 맥락에서 약속된 바를 의미한다. 그것은 연구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에도 적용되고, 절차를 통해 구한 답을 보고하는 과정에도 적용된다. 연구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을 연구 절차라 할 수 있을 텐데, 이에 대해서는 1.3절에서 더 설명하기로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제된 틀을 벗어나 내 맘대로 생각을 펼치게 되는 경우 그 결과는 공상이 되고 말 뿐이라는 사실이다.
연구에 대해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와 같은 어려운 주제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다음으로 좋은 연구 주제는 어떠한 것인가에 대해 잠시 논의해 보자. 이는 연구 초심자들로부터 가장 빈번히 제기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1.2.2 무엇이 좋은 연구 주제인가?
좋은 연구 주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도 사실 어렵긴 매한가지이다. 어떤 주제를 골라 연구를 해야 하는가를 묻는다면 필자의 답은 한결같다. 연구자가 관심 있어 하는 주제를 골라야 하고, 그것만큼 중요한 답으로 연구자가 능히 해낼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연구 주제의 가치를 따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두 가지라 생각한다. 작은 생각을 정제된 틀 안에서 해야 하는 연구 행위는 매우 지난하고 피로도가 높다. 그 과정을 조금이라도 즐겁게 지날 수 있으려면, 또한 연구 결과를 통해 진정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으려면 내가 관심 있는 것을 연구의 주제로 삼아야 옳다.
내가 진정 관심 있어 하는 좋은 주제를 골랐다 하더라도 그것이 그림의 떡이라면 말짱 도루묵에 지나지 않는다. 일례로 나는 고등학교의 교사인데, 초등학교 교실을 무대로 하는 연구 주제를 구상하였다면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 있는지를 따져 물어야 한다. 나를 도와줄 초등학교 교사가 있는지, 아니면 내가 직접 들어가 연구 자료를 모으는 데 협조해줄 초등학교 교실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주제라 할지라도 내가 실행할 수 없는 주제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좋은 주제가 아니란 뜻이다. 좋은 연구 주제는 내가 능히 할 수 있는 범위의 주제이다.
이와 같이 연구자 자신에게 흥미 있고 또 연구자가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연구 주제이어야 한다는 두 가지 기본 조건 이외에도 좋은 연구를 가늠하는데 있어 매우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두 가지만 더 짚어보자.
좋은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선행연구를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 선행연구에 대한 탐색은 연구자 본인의 연구를 맥락화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선행연구에 대한 검토 및 탐색과 관련하여 간혹 이런 질문을 받는다. “제가 구상하는 연구는 관련된 선행연구를 찾을 수가 없어요. 어떻게 하지요?” 이에 대한 답을 아주 간략히 하면 (따라서 정확한 답은 아니다. 정확한 답은 사례마다 다르다), 관련 있어 보이는 선행연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은 해당 연구 주제에 대한 적절한 맥락화가 곤란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는 두 가지 경우에 나타난다. 하나는 본인의 연구가 매우 독창적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정말 대단한 연구일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그 반대의 경우이다. 아무도 하지 않는, 미안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은 연구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는 아무래도 드물다. 아니 아예 없다고 보는 편이 맞다. 결국 선행연구를 찾을 수 없다면 그 연구는 진행하지 않는 것이 옳지 않나 생각한다. 한마디로 관련된 선행연구를 충분히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주제일수록 그것이 좋은 연구 주제일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연구의 가치를 따질 때 시의성의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다. 공시적 관점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 의해 회자되고 있는 주제가 더 좋은 것인가, 아니면 통시적 관점에서 소위 전통 있어 보이는 주제가 더욱 좋은 것인가? 이에 관한 답도 어렵다. 개인 취향의 영역일 수도 있음을 먼저 전제해야 할 것 같다.
시의성이 높은 주제의 연구는 유행에 민감한 것인 경우가 많다. 유행에 민감한 주제의 연구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기가 어렵다. 유행이 지나면 쉽게 잊히기 때문이다. 영어 교과교육 연구와 관련해서 이렇듯 시의성이 높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연구들을 흔히 만나게 된다. 특정 교육 과정에서 특별히 강조되는 내용을 다룬 연구들이 그러하다. 과거 2009 개정 교육 과정을 통해 활발히 논의되곤 하였던 창의 및 인성교육이 좋은 예다. 현시점에서 2015 개정 교육 과정을 통해 논의가 활발한 핵심역량 중심 교육이 또한 예시가 된다. 의미 있는 주제들임에도 불구하고 그 수명이 너무 짧다. 새로운 교육 과정을 통해 새로운 핵심어가 제시되면 이전 내용을 붙들고 이야기를 계속하기가 겸연쩍다.
연구를 통해 영어과 교수학습 활동과 관련하여 구하게 되는 답이 조금 더 긴 수명을 가지고 적용될 수 있는 것이면 더욱 좋지 않을까 한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아도 괜찮다. 좋은 연구 주제는 오랜 시간을 통해 더욱더 많은 독자들에게 공유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해 놓고 보면 연구자 본인이 관심 있어 하는 것을 선택해 연구하는 것이 제일이라는 결론으로 다시 돌아간다.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 중, 연구를 통해 고민하게 되는 내용은 마치 작은 모자이크 조각과도 같고, 그래서 전체 그림을 올바로 살피기 위해서는 연구자 간 협업이 필수적이라 하였다. 또한 많은 선행연구를 통해 탐구되어 왔던 내용이 보다 좋은 연구 주제일 것이라고도 하였다. 이 말과 관련하여 자주 제기되는 질문이 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연구가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해 이뤄진 것 같아요. 어떻게 하지요?” 이러한 질문의 기저에는 연구는 독창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연구는 물론 독창적이어야 한다. 독창적인 연구를 두고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연구의 독창성이라는 가치에 매몰되어 자칫 언제나 새로운 연구만을 쫓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까 염려가 된다. 연구의 독창성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보자.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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