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차보고서에서, 워런 버핏은 CEO로 보낸 첫 25년을 되돌아보며 자신이 배운 가장 중요하고도 놀라운 교훈에 대해 언급했다. 그것은 십대 또래집단의 압력 같은 것으로, 업계에서도 CEO들이 다른 경쟁자들을 모방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는 이상한 기운이 있다는 것이었다. 버핏은 곳곳에서 출몰하는 이 강력한 기운을 ‘제도가 가하는 압박’이라고 이름붙이고, 유능한 CEO가 되기 위해서는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책에 나오는 CEO들은 모두 이 강력한 압박 영향에서 벗어나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들은 경영철학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이는 조직과 문화에 스며있는 가치관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자본을 배분하는 의사결정을 이끈다. 그들은 각자 독자적으로 경영철학을 세웠다. 그런데 매우 희한한 부분은, 각자 업종과 환경이 아주 다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경영철학이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는 것이다. --- pp.39~40
CEO란 장기적으로 주당가치 최적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게 그들의 핵심 가치관이었다. 조직 성장시키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더 큰 기업 경영자들일수록 대체로 연봉이 더 높은 경향이 있고 명망 있는 위원회나 클럽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선제적으로 규모를 줄이려는 기업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거의 모든 CEO들은 자사주를 매입해 주식기반을 현저하게 축소했다. 아울러 자산을 매각하거나 기업을 분할해 규모를 줄여나갔고, 성과가 시원찮은 사업부를 매각하거나 접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결국 성장은 주주가치 극대화와 무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 p.45
싱글턴은 이런 광범위한 차익거래 기회를 충분히 활용해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1961년부터 1969년까지 싱글턴은 무려 130개 기업을 인수했다. 항공전자에서 특수강, 보험까지 다양한 산업에 걸쳐 있었다. 이 가운데 두 곳 외에는 모두 비싼 텔레다인 주식을 이용해 사들였다. 그런데 싱글턴의 인수방식은 다른 대기업 경영자들과 결이 달랐다. 그는 마구잡이로 기업을 인수하지 않았다. 실적이 바닥을 찍은 기업을 피했고, 해당 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로 수익성이 좋으면서 성장하는 기업들에 중점을 뒀다. 틈새시장 기업들에도 종종 관심을 보였다. --- pp.80~81
1981년, 두 가지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다. 첫째로, 워싱턴 포스트의 오랜 라이벌인 ?워싱턴 스타?가 지속적인 판매부수 하락 끝에 결국 방행을 중단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워싱턴 포소트는 파업 후 비용체계에 군산을 덜어낸 상황에서 미국 수도의 유일한 일간지가 됐다. 그 결과 방행부수와 수익성이 치솟았으며 이는 이후 10년 동안이나 지속됐다. 둘째로 1970년대 내내 네 번이나 시도한 끝에, 그레이엄은 마침내 딕 시먼스라는 뛰어난 COO를 찾아냈다. 다각화된 미디어기업 던 앤 브래드스트리트 COO를 역임한 시먼스는 워싱턴 포스트 COO가 되자 즉시 경쟁사에 비해 마진이 떨어지는 사업들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시작했다. 그를 영입한 것은 워싱턴 포스트를 놀라운 수익성의 시대로 이끈 신의 한수였다. 우리의 역발상 CEO들이 성공하려면 능력 있는 COO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다시 한 번 증명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p.171
버핏의 공개시장 투자방식, 바로 포트폴리오 관리는 상세하게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 버크셔 전체 수입 면에서도 중요하지만 버핏의 폭넓은 자본배분 철학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관리, 즉 투자자가 주식을 얼마나 소유하고 얼마나 오래 보유하는지 여부는 수익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투자자 두 사람의 투자 철학이 같더라도 포트폴리오 관리방식이 다르면 성과는 극적인 수준으로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버핏이 버크셔의 주식투자를 관리하는 방식에는 높은 수준의 집중과 지극히 긴 보유기간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두 영역 모두 그의 생각은 통념과는 거리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