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에 빛나는 <반지의 제왕>‘피터 잭슨’감독이
어린 시절부터 꿈꾸어 온 ‘평생의 역작’ <킹콩> 탄생 스토리
<반지의 제왕> 3부작으로 전세계적인 흥행 신화를 기록하며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쥔 세계적인 감독 ‘피터 잭슨’. 그가 어릴 적부터 꿈꾸어온 ‘평생의 역작’ <킹콩>을 다시 탄생시키기 까지는 한 소년의 일생을 뒤바꾼 사건이 있었다. 호기심 많은 뉴질랜드 소년 ‘피터 잭슨’은 우연히 1930년대에 제작된 ‘킹콩’이라는 흑백영화를 TV에서 보게 된다. <킹콩>을 처음 보던 날을 그는 이렇게 회상한다. “제가 아홉 살 때 뉴질랜드 TV에서 영화 <킹콩>을 처음 봤습니다. 그 작품은 저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 날부터 전 <킹콩>을 제 손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어린 소년이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킹콩>은 저에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로부터 3년 후, 그는 12살의 나이로 ‘킹콩’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제작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주신 낡은 모피 코트로 킹콩의 털을 만들고, 철사를 이용해 뼈대와 살집이 있는 킹콩의 외양을 완성했다. 킹콩이 기어오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판지에 그림을 그려서 만들었고, 빌딩 꼭대기에서 보이는 뉴욕의 하늘 배경은 침대 시트를 이용했다. 모피털로 뒤덮인 조악한 킹콩 모형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모델, 그리고 뉴욕의 하늘 배경은 지금까지도 감독 자신이 소장하고 있지만, 어린 시절의 ‘피터 잭슨’을 카메라와 씨름하게 만들었던 그 작품은 결국 완성되지 못했다. 그러나 ‘킹콩’을 제작하고야 말겠다는 집념은 30년이 넘도록 ‘피터 잭슨’ 감독을 사로잡았고, 결국 오리지널 작품을 리메이크해 2005년 전세계 관객들에게 세기의 걸작 <킹콩>을 선사하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피터 잭슨’ 감독과 함께 작업해 온 시나리오 작가 ‘필리파 보옌즈’는 이렇게 말한다. “피터 잭슨 감독뿐 아니라 굉장한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모든 감독들에게 오리지널 <킹콩>은 아주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고릴라가 뉴욕 도심 한 복판에 등장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정말 흥미진진하지 않습니까? 영화는 스토리를 스크린 위에 생생하게 표현해냄으로써 관객들과 소통합니다. 따라서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달리 드라마틱한 영상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면서 관객들을 사로잡아야만 합니다. 저는 ‘피터 잭슨’ 감독이 새롭게 만든 이번 <킹콩>이 그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1996년, ‘피터 잭슨’ 감독은 다시 한번 어린 시절부터 꿈꾸어온 <킹콩>의 영화화에 도전해, 강한 집념으로 시나리오 초안을 완성했다. 당시 ‘피터 잭슨’ 감독이 쓴 초안은 코미디와 어드벤처가 뒤섞인 다분히 할리우드적인 스토리였다. <마이티 조 영>과 <고질라>같은 ‘거대 고릴라’ 영화를 제작 중이던 유니버셜은 ‘피터 잭슨’ 감독이 제안한 <킹콩>을 잠시 보류시켰고, 대신 감독은 판타지 서사 액션 <반지의 제왕> 제작에 착수했다. 사상 최대의 스케일의 대작 <반지의 제왕> 3부작을 완성하기 위해 ‘피터 잭슨’은 최고의 배우들과 제작진들을 그의 본국인 뉴질랜드로 데려갔다. 16개월이 넘는 오랜 제작기간 동안, 총 촬영 일수만도 274일에 달하는 이 거대한 3부작을 그는 거의 동시에 촬영했고, 3부작의 판타지를 완성한 역사상 최초의 감독이 되었다. 이 작품들이 바로 전세계적으로 흥행 신기록을 세우며 아카데미상까지 휩쓴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2001), <반지의 제왕 2 ? 두 개의 탑> (2002), 그리고 3부작의 완결판 <반지의 제왕 3 ? 왕의 귀환>(2003)이다.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을 찍으면서 체득한 점은 ‘영화는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만큼 ‘환상적’이어야 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현실감’이 있어야 한다’ 는 것이었다. 감독은 <킹콩>의 배경을 1930년대로 잡았고, 영화 속 배경도 실제 30년대처럼 보이도록 현실감 있게 재현했다. 뉴욕 도심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더욱 현실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었고, 킹콩이 존재하는 ‘해골섬’에서 일어나는 탐험은 환상적이면서 동시에 거대한 스케일이 돋보이도록 연출했다. 감독이 말하는 <킹콩>은 거대한 야수 ‘킹콩’의 감정을 함께 느끼면서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감동을 받는 러브 스토리이다. 감독은 이러한 판타지적 요소들을 영화 속에서 드라마틱하고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저는 <킹콩>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다고 해서 관객들도 이 영화를 판타지라고 생각하면서 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판타지 영화지만 생동감과 현실감이 넘쳐서 마치 관객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실제 상황처럼 느껴지는 영화를 본다면, 관객은 훨씬 더 큰 재미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판타지를 현실 세계처럼 느끼면서 영화 속에 깊이 빠져들면 더욱 굉장하고 대단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1996년에 시나리오 초안을 쓰던 시기에는 미쳐 몰랐던 것들을 판타지 서사 액션 <반지의 제왕>을 제작하면서 확실히 알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킹콩>의 시나리오를 더욱 다이내믹하고 드라마틱하게 완성했습니다.”
<반지의 제왕>으로 세계적인 흥행 신화를 창조했을 뿐 아니라 아카데미까지 거머쥐며 세계 최고의 감독 반열에 오른 피터 잭슨 감독. 그는 이제 상상력으로 가득찬 판타지와 생동감 넘치는 현실을 함께 빚어낸 ‘세기의 걸작’ <킹콩>을 탄생시킨 것이다. ‘피터 잭슨’ 감독은 <킹콩>에 대한 자신의 애착과 염원을 이렇게 표현한다. “1933년 제작된 오리지널 <킹콩>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어릴 적부터 제 손으로 꼭 다시 만들고 싶었던 영화였기 때문에 리메이크를 하게 되었습니다. 30년대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발전을 이룩한 초현대적인 테크놀로지를 가미해서 이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재창조하고 싶었습니다. 최첨단의 기술력과 2억 7백만 불이라는 초대형 제작비를 투입해 새롭게 탄생한 초대형 블록버스터 <킹콩>을 다시 보고 싶은 팬의 입장으로 저는 이 작품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야수를 사로잡은 매혹적인 미녀 ‘앤 대로우’
Vs. <킹콩>의 히로인 ‘나오미 왓츠’
‘킹콩’을 사로잡은 여주인공 ‘앤 대로우’는 일자리를 잃고 가난에 시달리는 삼류 배우였다. 우연히 영화 감독 ‘칼 덴햄’의 눈에 띄어 여주인공으로 발탁된 그녀는 자신에게 닥칠 위험도 모른 채 ‘해골섬’으로의 험난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킹콩>의 제작진은 ‘앤 대로우’ 역을 연기할 배우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이 배역은 고혹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강인한 용기와 생존 본능을 지닌 동시에 내면에 담긴 우울함과 절박함까지 표현해야 하는 다면적인 캐릭터였기 때문에 깊이 있는 연기력의 소유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제작진들을 <21그램> 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도 노미네이트 된 실력파 연기자 ‘나오미 왓츠’를 떠올렸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보여준 그녀의 내면 연기에 반한 ‘피터 잭슨’ 감독은 배우 ‘나오미 왓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저는 언젠가 ‘나오미 왓츠’와 꼭 함께 일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아시다시피 그녀는 정말 굉장한 배우입니다. 내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으로 연기합니다. 배우의 눈을 보면 알 수 있죠. 매우 우아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 제작진 모두가 그녀의 팬이었지만 실제로 그녀를 만나본 적은 없었죠. <킹콩>을 다시 만들겠다고 결심하면서부터 33년 오리지널 <킹콩>의 여주인공 ‘페이 레이’를 능가하는 여배우의 캐스팅을 고민하고 있을 때, 우리 모두는 그녀를 떠올렸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나오미 왓츠’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피터 잭슨’의 열렬한 캐스팅 제의를 받은 ‘나오미 왓츠’는 흔쾌히 ‘앤 대로우’역을 수락했다. “영화를 선택할 때 저는 감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피터 잭슨’의 초기 작품부터 쭉 지켜봐 온 열혈 팬입니다. ‘피터’가 제게 만나자는 전화를 했을 때, 정말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직 <킹콩>의 시나리오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원작 영화를 잘 알고 있었고 그 멋진 영화의 여주인공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 시나리오 초안이 완성됐을 때 ‘나오미 왓츠’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시나리오 초안을 받았을 때 그 속에 담겨있는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놀랐습니다. <킹콩>은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작품들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이면서도 각각의 등장인물에게는 굉장한 깊이가 있었습니다. 물론 거대한 스케일이 돋보이지만 내면에는 휴머니즘이 녹아있는 작품입니다. 저는 <킹콩>에서 뛰고, 구르고, 다른 배우들과 함께 부대끼는 역동적인 모습과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모두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킹콩>에는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액션과 스릴, 그리고 재미와 따뜻한 인간미가 녹아있습니다. 더 이상의 작품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가장 만족스러운 영화입니다.”
예민한 감수성과 용기를 지닌 시나리오 작가 ‘잭 드리스콜’.
Vs. 아카데미가 인정한 명배우 ‘애드리안 브로디’
‘피터 잭슨’ 감독은 섬세한 시나리오 작가 ‘잭 드리스콜’ 역을 캐스팅할 때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다. 1933년의 오리지널 작품 자체로도 훌륭한 영화라고 원작에 대한 오마쥬를 표하는 감독은 원작에서 마초적인 일등 항해사로 그려진 ‘잭’의 캐릭터에 아쉬움을 느꼈다. 이번 <킹콩>에서는 좀더 현대적인 캐릭터로 변화를 모색한 결과, ‘잭’은 아주 감수성이 예민하면서도 위험한 순간에는 용기를 발휘하는 시나리오 작가로 캐릭터를 바꾸었다. 따라서 배우 자체도 강하고 마초적인 스타일 보다는 지적이면서 스마트한 인물을 캐스팅하고자 했다. 감독은 오히려 원작과 상반되는 이미지의 배우를 캐스팅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이 시나리오 작가 ‘잭 드리스콜’은 일단 해골섬에 도착하자 용감한 탐험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여배우 ‘앤’이 원주민들에게 납치되고 탐험대가 ‘킹콩’과 공룡의 위협을 받게 되자, ‘잭 드리스콜’은 용기를 발휘해서 행동력 있는 남자로 변신한다. ‘피터 잭슨’ 감독은 애드리안 브로디를 캐스팅하게 된 과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실 ‘잭 드리스콜’은 연기하기 어려운 역할입니다. 우리는 <피아니스트>를 비롯해서 ‘애드리안 브로디’가 출연했던 많은 영화들을 봤습니다. 지적이면서 내면에 열정을 품고 있는 그의 이미지가 새롭게 변화된 ‘잭’의 캐릭터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애드리안 브로디’는 선뜻 캐스팅 제의를 받아들였고, 결국 우리가 처음부터 원했던 배우들을 모두 캐스팅 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대단한 행운이죠.”
‘애드리안 브로디’는 진부한 액션 영화의 히어로를 연기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한다. 액션 히어로이지만 남다른 감수성을 가진 역할을 원했던 그에게 <킹콩>의 ‘잭 드리스콜’은 그가 꿈꾸던 인물 그 자체였다. 오랜 세월 동안 관객들에게 기억될 멋진 작품에 출연하기를 항상 소망했던 그에게 <킹콩>은 바로 딱 맞는 작품이었다. ‘나오미 왓츠’와 마찬가지로, ‘애드리안 브로디’도 시나리오가 완성되지 않은 단계에서 막연하게 작품 속 캐릭터를 구상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판타지적인 스토리의 바탕에 깔려있는 리얼리티를 통해 주인공 ‘잭’의 캐릭터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애드리안 브로디’는 ‘잭’의 캐릭터를 이렇게 연기했다. “피터 잭슨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판타지의 세계를 그리지만 결코 캐릭터의 현실감을 간과하지는 않습니다. 관객들의 눈을 현혹시킬 판타지에도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실이 있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습니다. CG로 창조될 보이지 않는 대상과 함께 연기를 해야 할 때도 그 대상을 향한 감정을 계속해서 상상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제 눈 앞에 서있는 거대한 ‘킹콩’을 상상력을 통해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이 배우로서 한 단계 발전해나가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열정과 야망에 사로잡힌 영화 감독 ‘칼 덴햄’
Vs. 개성있는 연기파 배우 ‘잭 블랙’
또 다른 주인공인 ‘칼 덴햄’은 영화 <킹콩>에서 사건을 일으키는 중심인물이다. 제작자들은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영화감독 ‘칼 덴햄’역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의 배우를 캐스팅 하기 위해 애썼다. “처음에는 원작 <킹콩>처럼 나이가 지긋한 영화 감독을 연상했습니다. 원작에서 ‘칼 덴햄’을 연기한 ‘로버트 암스트롱’은 당시 50세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좀더 젊은 배우가 이 배역을 연기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고민하던 중, 당시 ‘잭 블랙’이 주연한 <스쿨 오브 락>이 개봉했고, 우리 아이들은 이 영화에 열광했습니다. 결국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애들과 함께 10번 넘게 영화를 보면서 ‘잭 블랙’이라는 배우의 매력에 빠져버린 거죠. 젊고 역동적인 ‘칼 덴햄’역에 그가 적역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피터 잭슨’은 ‘잭 블랙’을 캐스팅하게 되었다.
<킹콩>에서 다시 젊게 태어난 ‘칼 덴햄’은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서 제작진들을 험난한 ‘해골섬’에 끌고 가는 독단적이고 열정적인 감독이다. 영화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감독으로서 투자가들에게 압력을 받고 있거나, 지나친 야심에 불타거나 지독한 가난에 허덕이는 등 각자에게 닥친 절망적인 상황 때문에 ‘해골섬’으로의 탐험을 시작하게 된다. 이것이 이 모든 사건을 일으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잭 블랙은 지나치게 열정적인 감독 ‘칼 덴햄’ 역에 멋진 유머감각을 더해 주었고, 그를 독단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인물로 만들었습니다. 지나친 야망과 열정에 불타올라 가끔씩 엉뚱한 결정을 내려 주변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리기는 하지만 악역으로 그려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잭’은 기대 이상으로 열연을 펼쳐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라며 ‘피터 잭슨’ 감독은 잭 블랙을 극찬했다.
세계 최고의 제작진과 최첨단 기술력으로
스크린 위에 새롭게 탄생한 전설적인 야수‘킹콩’
영화 <킹콩>을 제작하면서 ‘피터 잭슨’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관건이자 어려운 난관은 ‘영화의 주인공인 무시무시한 야수 ‘킹콩’을 스크린 위에 어떻게 창조해 낼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감독은 ‘킹콩’이 키 25 피트(약 7.6미터)에 몸무게 8천 파운드(약 6천 3백 킬로그램)의 거대한 고릴라로 창조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감독은 ‘킹콩’이 인간처럼 의인화 되는 것도, 비인간적인 괴물로 그려지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거대한 동물로서의 순수한 본질을 표현하면서 인간과 교감하는 존재로 창조하려고 했다. “우리는 ‘킹콩’이 그 종족 중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존재라고 가정했습니다. ‘킹콩’은 해골섬에 마지막으로 남은 거대한 고릴라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해골섬에 살고 있는 무서운 공룡들에게 맞서 홀로 투쟁해야 하는 외로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 ‘킹콩’은 다른 생물들과 감정을 나누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지만, ‘앤 대로우’를 만나면서 포악한 동물적인 본능에서 한발 물러나 생명의 연약함과 보호본능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킹콩’은 결국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 무시무시하고 야만적인 고릴라’라고 ‘피터 잭슨’은 단호히 말한다.
실제보다 한층 더 실감나는 ‘킹콩’을 만들어내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과 ‘모션 캡쳐(motion capture)’를 결합시킨 기술로 <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만들어냈던 ‘웨타 디지털(Weta Digital)’의 특수효과 팀은 더욱 발전된 신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블루 스크린 앞에 배우를 세워놓고 “저기 킹콩이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해!” 라고 하는 것은 ‘피터 잭슨’ 감독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배우들이 더욱 실감나는 감정 연기를 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킹콩의 습성을 그대로 이해하고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피터 잭슨’은 ‘골룸’을 연기한 ‘앤디 서키스’ 야말로 ‘킹콩’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확신했고, 그를 다시 <킹콩>에 전격 캐스팅하게 된 것이다. ‘피터 잭슨’ 감독은 “<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만들어내기 위해 ‘앤디 서키스’의 연기가 필요했던 것처럼 디지털 기술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인간의 움직임을 그래픽에 얹는 ‘모션 캡쳐’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킹콩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으니까요. ‘앤디 서키스’는 이 중요한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킹콩’과 똑같이 행동하고, 표현하고, 소리 지르면서 온몸을 던지는 열연을 했습니다.” 그를 캐스팅함으로써 ‘피터 잭슨’ 감독의 그의 시각효과 팀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창조된 캐릭터가 아닌 창조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배우를 얻게 되었을 뿐 아니라, 주인공 ‘나오미 왓츠’는 ‘앤디 서키스’와 함께 연기하면서 ‘킹콩’의 감정과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킹콩이 과연 어떻게 생긴 동물인지를 사실적으로 표현해 내는 것은 복잡한 기술을 요하는 고난도의 작업이었다. ‘피터 잭슨’ 감독은 ‘앤디 서키스’에게 단지 ‘배우같이’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을 뿐, 그가 연기해야 하는 대상은 인간이 아닌 고릴라였다. ‘앤디 서키스’는 ‘킹콩’의 몸짓과 울음소리 등 모든 것을 고릴라들의 습성대로 행동하고 표현해야만 했다. 따라서 고릴라의 습성을 이해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었다. 결국 그는 <킹콩>의 크랭크 인에 앞서 천연의 야생 고릴라를 관찰하기 위해 권위 있는 영장류 동물학자와 함께 르완다까지 날아갔고, 고릴라의 습성과 행동 양식뿐 아니라 심지어 17가지에 달하는 고릴라의 발성법까지 통달하는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이러한 ‘앤디 서키스’의 연기는 ‘모션 캡쳐’ 기술을 통해 ‘킹콩’의 몸짓으로 변화되었다. 하지만 ‘킹콩’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결국 컴퓨터 그래픽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부분이었다.
<반지의 제왕>의 그래픽 기술을 담당한 세계적인 컴퓨터 그래픽 회사 ‘웨타 디지털’의 특수효과 팀은 ‘모션 캡쳐’를 통해 ‘골룸’을 완벽하게 창조해냈지만 똑같은 기술로 ‘킹콩’을 창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킹콩’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었다.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겉모습을 표현해야 함은 물론이고, 고릴라라는 동물의 얼굴에 인간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정까지 심어 넣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골룸’의 얼굴 표정은 ‘앤디 서키스’의 표정을 토대로 인간의 감정 반응을 모델로 했던 반면, 킹콩은 고릴라의 얼굴 구조를 통해 감정을 표현해야만 했다. 따라서 ‘앤디 서키스’의 얼굴 표정을 ‘모션 캡쳐’로 따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옮기는 작업만으로는 현실감 있는 고릴라를 표현해낼 수 없었던 것.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웨타 디지털’의 전문가들은 킹콩의 얼굴과 눈을 통해 수많은 감정들을 표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냈다.
특수효과 전문가인 ‘조 레테리(Joe Letteri)’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킹콩’에서 사용한 기술은 새롭게 개발된 방식이었어요. ‘모션 캡쳐’ 기술은 과거에도 사용되어왔지만, 이번에는 감정 상태에 기초한 시스템입니다. 모든 얼굴 근육을 이해하고 인간과 고릴라의 얼굴 구조 사이의 연관성을 이해해야만 가능한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특수효과 팀은 근육들이 어떠한 유기적 관계를 갖고 움직이는지 관찰했고, 근육과 근육을 오가는 감정의 움직임을 그래픽에 대입했다. 이를 통해 고릴라의 근육과 골격 구조를 만들어 놓은 뒤 인간의 표정과 눈빛을 고릴라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옮길 수 있는 혁신적인 신기술을 개발해낸 것이다. 이 기술은 ‘골룸’에 사용된 방법보다 한 단계 진보한 하이 테크놀로지이며, 영화 역사상 <킹콩>에서 최초로 시도된 것이었다. 이로써 ‘앤디 서키스’가 느끼는 감정을 주인공 ‘킹콩’의 감정으로 표현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 역사상 최고의 특수효과와 2,500개의 미니어쳐로
창조된 환상적인 미지의 세계‘해골섬’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3부작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특수효과가 사용된 <킹콩>. 영화 역사상 최고의 특수효과가 사용된 <킹콩>의 거대하고 환상적인 스케일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450명 이상의 특수효과 팀이 2,500개가 넘는 작업물을 만들어내는 대장정이 필요했던 것. 특수효과 팀은 실사와 디지털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 우선 아크릴, 오일, 파스텔, 흑연 등으로 배경을 그리는 초기 디지털 작업을 시작했다. 디자이너들은 폭풍우 치는 하늘 등 특수효과가 필요한 영화 속 배경을 두꺼운 종이에 그려냈고 이는 디지털 작업을 통해 완성되었다. 수백만 년 동안 진화의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 ‘해골섬’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서 현실감을 최대한 강조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했다. 이 모든 작업을 실제 정글을 배경으로 진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에 ‘피터 잭슨’ 감독은 ‘해골섬’을 완벽하게 축소한 모형 수십 개를 하나 하나 제작하는 방식을 택했다. 1933년 오리지널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흐린 듯한 흑백영화의 톤을 사용하되, 매우 세련되고 현실감 넘치는 장면들로 화면을 구성했다. 원작에 등장했던 공룡들의 모습을 살려내기 위해 특수효과 팀은 수많은 공룡들을 디자인했고, 등에 거대하고 날카로운 날이 솟아있으며 악어가죽보다도 더 거친 피부를 표현해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브론토 사우르스와 티라노 사우르스는 실제 모습에 특수효과 팀의 상상력이 가미된 것이며, 하늘을 나는 도마뱀은 100퍼센트 상상력에 의해서 창조된 미지의 생물이다.
그 어떤 생명체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킹콩’을 디자인 하는 일이었다. 실제 고릴라의 모습을 바탕으로 하면서 다른 고릴라와는 확연히 구별되도록 디자인했다. 일단 디자인이 완성되자 조각가들은 킹콩의 입체적인 피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킹콩’의 미니어쳐를 특수효과 팀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스캔 받았다. 그 다음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킹콩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들어 주는 애니메이팅 단계를 거쳤다. 고릴라는 어느 정도 인간과 유사점이 있기 때문에 인간의 특성을 불어넣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킹콩’ 얼굴의 새로운 움직임과 표정을 연출하는 것은 컴퓨터 그래픽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특수효과 팀은 미니어쳐에 몸과 얼굴 근육조직을 입히고 털로 뒤덮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렇게 창조된 ‘킹콩’은 싸우고 떨어지고 뛰는 등의 ‘앤디 서키스’의 동작 연기를 통해 완벽하게 태어날 수 있었다. 디지털 캐릭터의 움직임이 인간의 행동으로 구체화되지 않는 한 관객들이 그것을 실제 생명체로 느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