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창업을 이루어낸 우리를 보면 누군가는 대단하다고 이야기하겠지만, 우리 역시 아이 하원시간에 맞춰 놀이터로 달려가는 지극히 평범한 엄마다. 함께 욕하고, 함께 등 떠밀어줬다가, 가끔은 함께 꼬꾸라져 모니터에 대고 맥주캔을 두드리는 우리는 대부분의 엄마 창업가가 그러하듯 그냥 보통의 애엄마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의 엄마’라서 이 모든 것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제 와서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 수백 번 고민하다가 ‘뭐라도’ 해보자며 또다시 노트북을 켜는 우리는, 엄마라는 가장 어려운 산을 넘고 있기에 어쩌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괜찮다. 육아 말고 뭐라도, 그렇게 한 발을 떼어보자 --- 「여는 글」 중에서
육아 때문에 일을 포기하거나 일 때문에 육아에 소홀해지는 것은 원 치 않았다. 양자택일의 함정에 빠지기는 싫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한 후 나머지 하나를 평생 아쉬워하고 후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았다.
왜 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거지?
둘 다 놓지 못하겠다는 것이 그렇게 가당찮은 욕심인가?
출구가 없다면 벽을 뚫거나 입구로 돌아 나와 다른 길을 찾아야지, 없는 출구를 찾아 헤매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벽을 뚫을 힘과 용기는 없었으므로 입구로 돌아 나와 다른 길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나는 죽을 때까지 내 일을 하고 싶었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잘릴 걱정도 없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 그런 나만의 일을 갖고 싶었다. --- 「Part 1. 엄마라서 창업했다」 중에서
엄마를 타깃으로 하는 많은 업체들 중에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을 콘텐츠로 만들어 끼워 파는 곳들도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지쳤고, 보이지 않은 목표를 향해 달려야 했고 끊임없이 더욱 좋은 엄마, 화내지 않는 엄마, 감정조절 잘하는 엄마가 되어야 했다. (중략) 거창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엄마들이 혼자 가슴앓이하지 않도록 언제든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진짜 친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가 되어보니, 엄마가 보이기 시작했다. 비로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부모도 불완전한 존재임을, 그래서 나약한 존재임을 이해하게 된 순간 우리를 더욱 흔들리게 만드는 수많은 단절을 이어보기로 했다. 부모와 아이 사이의 정서적 단절, 엄마와 일 사이의 사회적 단절, 나와 너 사이의 소통의 단절들을. --- 「Part 2. SNS 콘텐츠로 창업의 징검다리를 놓다」 중에서
어떻게 팔아야 할지 막막하던 물량 3,000개를 다 소진하고 나서 결산해보니 순이익이 1,500만 원 정도 남았다. 한 푼도 없이 창업해 넉 달만에 이룬 성과치고는 놀라웠다. 스스로가 얼마나 대견하게 느껴지던지. 생각해보면 한 푼도 없이 시작한 것이 다행이기도 했다. 만약 2,000 ? 3,000만원쯤 쥐고 있었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발주부터 했을테고 그랬다면 3,000개나 되는 립스틱을 어디 가서 팔았겠나 싶다. 손에 쥔 게 없으니 멈춰서 생각하고 또 조금 앞으로 내딛고 하면서 헛발을 딛지 않으려고 조바심낼 수밖에 없었고 그 덕에 큰 성공은 아니어도 2차 펀딩에 나설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 「Part3. 자본금 0원, 소셜 펀딩으로 희망을 쏘다」 중에서
내 삶을 잘 조직해서 내가 원하는 만큼 일하고 내가 원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 그와 더불어 스몰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먼저 긁어주기도 하고. 그게 꼭 비즈니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함께 고민하고 그것을 디자인이라는 매 체를 통해 키워내는 이 직업은 충분히 미래가치를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 「Part 4. 네트워킹보다 힘센 자산은 없다」 중에서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면서 일의 주도권을 갖기는 힘들다. 엔잡러로 사는 것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시간과 일의 주도권을 내가 갖는다는 의미가 크다. 일과 삶의 균형을 원하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요즘 세태에 엔잡러는 본인이 시간과 일의 주도권을 가진 만큼 자기 인생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어 매력적인 게 아닐까. (중략) 엔잡러에 도전하고 싶다면 먼저 자기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 일하기를 좋아하는지, 어떤 일이 적성에 맞는지, 어떤 것을 잘할 수 있는지 등 차분히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러 일을 병행해야 하므로 체력과 시간 관리에도 자신 있어야 한다. --- 「Part 5. N잡 전성시대, 나는야 엔잡러」 중에서
피보팅에 한발 늦은 만큼 피보팅 강행군에 돌입했다. 아이템의 전면 백지화까지 각오하며 다시 시장조사를 하고 스타트업에 있는 동료들과 전문가들을 상대로 조언을 구했다.
피보팅의 첫 단계로 아이템을 바꿔보기로 했다. (중략) 검색량과 판매량 기준으로 랭킹 서비스만 제공하던 기존 시스템을 확장해 제품을 비교분석한 데이터를 토대로 구매 가이드라인과 제품을 비교분석하는 영상을 추가한 후 피보팅을 진행했다. (중략) 기저귀, 젖병, 완구 등 성장 단계에 따라 필요한 육아용품이 좀 더 쉽게 눈에 띄도록 디자인도 바꿨다. 이렇게 피보팅을 거친 이후부터 베베템 접속량이 늘기 시작했다. 2018년 1월 방문자 수가 월 평균 2,000명가량 되더니 많을 땐 4,000명을 넘기기도 했다.
--- 「Part 6. 엄마로서 고충이 스타트업 출발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