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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

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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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570g | 140*215*30mm
ISBN13 9788965707998
ISBN10 8965707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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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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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씩 극명하게 나뉘는
나의 명과 암을
하나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생은 빛과 어둠의 농도 차가 만드는 긴 그림자 아니었던가 ---「선과 빛, 그리고 틀」중에서

어차피 우린 전부 누군가의 바깥이지만
헤매다 안으로 들어서는 것도
안을 누비다 바깥이 되는 것도 전부 사람의 일이니까 ---「패턴」중에서

먼저 밖이 되기로 했다고 해서 안이 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마음을 미리 내주었던 날도 있다.
차지하는 것만 마음의 일은 아니라고 외치는 사람에게 수긍하는 손이 있다.
주기만 하던 사람이 밖으로 몸을 뻗는다. ---「우산-밖이 되기를 자처하는 일」중에서

우리로부터 뛰어가던 건
비의 다리였을까
빗나간
안부였을까
비가 그치기 전 몰래 두고 온 말들이었을까 ---「뛰어가는 다리와 지워지는 광경」중에서

매일 다른 문장으로 우리가 현상되듯
나무는
자신이 잃어버린 마지막 살갗의 기억으로 갱신된다
떠나는 것들
자신을 두고 가는 것들의 외침을 들으면
몇 번씩 새로 살 수 있다 ---「나무의 살갗」중에서

물의 종국에는 물만 있다
물은
물로 태어나서
물에 둘러싸인 곳에 살다가
물이 없는 곳에서 물 아닌 것처럼 살기도 하다가
물로 죽는다 ---「빨래라는 생태」중에서

우리가 돌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
녹지 않는 몸을 갖지 못해 슬퍼한 적이 있어
살기 위해
아무 가까운 품에나 밀착한 적이 있어 ---「물을 흉내 내는 사물들」중에서

말이 사람을 떠날 때
직감하기도 하는 것이다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어 ---「마음의 질감」중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속내가 되지 말자
서로에게 어떠한 속내도 되지 말자
서로에게
서로가 아닌 무엇도 되지 말자
---「물의 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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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진 앞에서는 눈물이 핑돈다.어느 문장 앞에서는 막막하다. 남몰래 공간을 사랑하는가 싶더니 시인은 곳곳에 시인의 마음을 숨겨놓는다. 사진이 시가 될 수 있다는 이 명백한 증명, 그래서 아름다운 이 한 권은 우리가 무엇을 겪으며 살고 있는지 알게 해준다. 아무것도 아닌것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지만 우리는 쓸쓸하게나마 다소 행복하고 싶은 것, 이제는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겠다. 이훤시인이 선물해준 세계의 목록들 앞에서, 세계의 공기 앞에서 여러 번 마음이 베이고만다. 그러다 이 문장앞에서는 그만 얼굴을 묻고말았다. 서로에게 서로가 아닌 무엇도 되지말자, 라니. 도시의 속삭임, 고독의 형태, 차가운것의 뜨거움. 시인은 앵글로 풍경이아닌 감정을 잡는다. 말을 걸 수 없는 대상에게 말을 걸고 대답을 듣는다. 이훤시인이 살아내는 솜씨에, 삶의 흠집을 덮어내는 솜씨에 나는 그만 경탄하고만다.
- 이병률 (시인, 여행가)
정지된 이미지는 우리를 꿈꾸게 한다. 그 순간의 앞과 뒤에 머물던 일에 대해서. 그 순간을 목격한 한 사람에 대해서. 그이가 일부를 통해 드러내려한 세계에 대해서. 한장한장 넘길 때마다 소리 없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그때마다 눈의 결정체 같은 작고 아스라한 감정이 안에 맺히곤 했다. 나는 그것을 이훤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작고 조용한, 그 순수한 의지가 네가 좇고있는 시로구나.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천천히 젖어갔다. 이 책은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사람의 일을 은유하고 있다. 마음을 다해 찍고, 애써 쓰고있는 시인의 웅크린등, 아름다운 정면의 배후가 자꾸 눈앞에 선하다. 본적없는 뒷모습이.
- 유희경 (시인, 서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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