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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지나간 자리, 당신에겐 무엇이 남았나요?

고통이 지나간 자리, 당신에겐 무엇이 남았나요?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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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13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324g | 128*178*20mm
ISBN13 9791188096978
ISBN10 1188096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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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낚싯줄에 걸리거나 그물망 안에서 몸부림치며, 아가미를 벌리고 숨을 쉬려 안간힘 쓸 때 비로소 물을 발견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고통이 우리를 평범했던 일상에서 불쑥 들어 올리면 그제야 우리 자신이 갖고 있던 강력하고도 진정한 무엇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그런 광경을 수없이 목격했다. 병실에서, 묘지에서, 법정에서, 집에서, 그리고 내가 눈물의 의자라 부르는 내 집무실 소파에 누군가가 앉아 절절히 흐느끼고 있을 때 말이다. --- p.12
나는 사람들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을 인용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 “세상은 모든 이들을 짓밟고, 많은 경우 그 짓밟힌 부분이 더 강해진다.” 내게 이 말은 진실이라기보다는 헤밍웨이식 허세처럼 느껴진다. 짓밟힌 부위가 더 단단해지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테지만 나의 허리는 더 단단해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짓밟힌 결혼생활, 짓밟힌 가슴, 망가진 평판, 이런 것들은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치유될 수 있으며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다시, 혹은 난생처음으로 찾는 기회를 만날지도 모른다. 대개는 이전보다 더 유연하고 더 지혜로우며 더 아름다운 모습의 자아를 말이다. 두 번째 사랑. 두번째 기회. 이전과는 다른 걸음걸이를 찾게 될 것이다. --- p.31

끔찍한 고통을 혼자 이겨낼 수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믿고 그들에게 곁에 있어달라고 청해야 한다. 두렵다고, 혼란스럽다고,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달리 의지할 데가 없다고 털어놓아야 한다. 사람들은, 설사 당신에게 별 관심이 없을 거라고 여겼던 사람들조차도, 놀랍도록 당신의 고통에 공감해줄 것이다. 그들 역시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들이 당신을 더없이 깊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심지어 무너진 당신의 모습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감사하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해 어느 정도는 치유 받게 될 것이다. --- p.37

슬픔과 사랑은 도망치거나 피해선 안 된다. 억지로 잊고 새 출발하려 해서도 안 된다. 그저 살아내야 한다. 아직 남아 있는 한 가지, 즉 기억을 붙잡고 그 자리에서 묵묵히 적응해야 한다. 고통은 기억을, 추억을 허락하는 것이다. 기억이 들어올 시간과 공간을 내주는 것이다. 우리의 친구들이나 동료들, 지인들, 그리고 각종 자기계발서를 비롯해 온 세상이 새 출발을 하라고, 추억이 가득한 집을 떠나라고 권유한다. 추억은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보호해주는, 유일하게 남은 무엇이건만 사람들은 털어내라고 권유한다. 세상은 추억을 허락하지 말라고 한다. 기억이 들어올 시간과 공간을 허락하지 말라 한다. 그러나 슬픔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충분히 울고 붙잡고 그리워해야 한다. 애써 털어내지 말고 아파해야 한다. 머리와 가슴으로 충분히 느껴야 한다. --- pp.75∼76

폴란드의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니크Bluma Zeigarnik가 입증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은 작은 한 조각을 오려낸 원의 그림을 보면 커다랗게 남은 원보다는 그 사라진 한 조각에 먼저 집중한다. 고통과 상실의 한가운데서는 자신에게 아직 많은 것이 남았음을 인지하기 어렵다. 삶을 바꾸고 싶다면, 진정 변화하길 원한다면 고통에도 불구하고 이미 축복 받은 삶을 누리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 p.87

우리는 가족 또는 친구 사이에 박힌 못을 빼낼 수 있다. 용서는 과거의 잘못과 연관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미래와도 연관된다. 우리는 가족이나 친구 사이의 미래도 책임져야 한다.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놓는 못을 빼자. 용서하지 않으면 사랑은 사그라지고 만다. 상처를 준 사람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는 것, 그보다 더 좋은 교훈이나 그보다 더 큰 선물, 그보다 더 훌륭한 치유가 있을까? ‘정말 미안해’라는 말은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주고 고통 받는 모든 이들에게 치유의 길을 열어준다. --- p.115

마호메트의 전기를 쓴 저술가 레슬리 헤이즐턴Lesley Hazleton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의심을 버리면 믿음이 남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인정사정없는 신념이 남습니다. 과격한 극단주의자들은 스스로 무어라 주장하든, 스스로 기독교도라 하든 유대교도라 하든 이슬람교도라 하든 그 무엇도 아닙니다. 그들은 별개의 광신적인 종교집단입니다. 그것은 신앙이 아닙니다. 그것은 광신입니다. 그 둘을 혼동해선 안 됩니다.” 겸양이 결여된 위대한 권능은 위대하다 말할 수 없다.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 빈 라덴, 아사드가 그러했다. 거만한 상사, 범죄자, 학대하는 부모, 무정하고 차가운 배우자가 이런 존재다. 친구 사이에, 가족 사이에 남아 있는 괴로운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가? 당신의 독선에 의심을 주입해보아라. --- p.136

나는 고통을 광고하는 사람이 아니며, 고통만 전담하는 책임 랍비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만약 그런 직책이 있고 내가 그런 직책을 맡았다면 나는 고통 받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인생은 길다고. 그러니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다시 일어서면 된다고, 새로 사진을 찍고, 새로 추억을 만들고, 치유할 수 있을 만큼 인생은 길다고 말해줄 것이다. 하루가 가장 컴컴한 시간인 자정에 시작하는 것은 그래야 그 어둠이 지나면 빛이 찾아온다는 믿음을 갖고 살 수 있는 까닭이다. 신월이 뜰 때, 그러니까 달이 가장 어두울 때, 칠흑 같은 하늘에 가느다란 초승달의 빛만 드리우고 있을 때 희망은 시작된다. 그리고 눈물 고인 눈으로 볼 수 없는 무언가를 믿는 것, 그것이 가장 진실한 믿음이라고 나는 말해줄 것이다. --- p.161

고통은 우리 안의 고장 난 무언가, 세상의 망가진 무언가를 고치라는 권유이다. 단순히 더 편한 삶을 추구하기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곧고 진실하며 신중하고 단단한 내면을 갖도록 독려한다. 고통은 우리의 깨지고 고장 난 가족, 우리의 고장 난 도시, 우리의 고장 난 나라, 그리고 우리가 너무도 자주 숨기는 우리의 고장 난 자아 속으로 손을 뻗어 열기와 한기에 물집이 잡혀도 끝까지 고치도록 독려한다. 그들, 혹은 그것, 혹은 우리 자신을 방치하고 어깨를 으쓱한 뒤 가던 길을 가지 않도록 독려한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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