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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 예술로 위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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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642g | 151*217*30mm
ISBN13 9791195045365
ISBN10 119504536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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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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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병원의 예술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우리 치료사들에게 한결같은 믿음과 격려, 사랑을 보내준 환우들과 보호자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린다. 우리는 이들을 치료하면서 치유받았다. 예술로 그들을 위로하면서 결국 우리가 위로받았다. 이 책은 환우들과 함께 성장하며 만든 것이다.
--- p.12~13

외모만큼이나 수정 씨의 즉흥연주도 변화를 거듭했다. 즉흥연주는 내담자의 심리를 악기 연주로 표현하게 하는 음악치료의 한 방법이다. 치료 초기, 치료사인 내가 동거남이 주로 썼던 “조용히 해”라는 말과 함께 연주를 시도했을 때 수정 씨는 연주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내 연주 소리가 부드러워진 후에야 작은 소리로 북을 조금 두드렸다. 북이 동거남처럼 느껴지니 무서워서 큰 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치료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수정 씨의 북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강해졌다. 그녀의 이너보이스, 즉 내면의 목소리가 점차 또렷해짐을 알 수 있었다.
--- p.29

“이모, 가지 마! 가지 마!” 순간 나는 씻김굿을 진행하는 무녀가 된 듯했다. 무녀가 그렇듯이 나 역시 이모를 잘 떠나보낼 수 있도록 제의를 마무리 지어야 했다. 피아노로 완전 5도 위아래를 번갈아가며 두 화음을 반복하면서 저음의 구음으로 그녀의 울음소리를 부드럽게 감쌌다. 이렇게 음악이 컨테이너로서 현미 씨의 아픔과 슬픔을 담아주고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동안 그녀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었다. 음악이 끝나자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작별을 고했다. “이모…. 잘…가….”
--- p.37~38

종하가 연극에서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거부한다고 해서 혼자 대단한 무언가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극 중 종하는 먹는 것도 귀찮아했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자는 것만 좋아했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가만히 있는 것…. 종하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어쩌면 그런 ‘쉼’이 아닐까? 그럼 종하가 원하는 대로 내버려두자. 오로지 혼자 있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돕자. 대신 나는 종하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종하에게 아무런 관심 없는 것처럼.
--- p.108

성준이는 자폐성 장애아가 아니었다. 신생아가 태어나 생후 6개월부터 주 양육자를 통해 사회성을 배우는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성준이는 그동안 제대로 된 주 양육자의 돌봄과 맞춤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자라왔다. 이 때문에 2012년에 상영한 영화 〈늑대소년〉의 주인공처럼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왔던 것이다. 사물의 명칭도 몰랐고, 무엇이 사회적으로 허용되고 허용되지 않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규율이나 규칙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타고난 발달지연이 있긴 했지만 편모슬하에 장애 동생들이라는 열악한 가정환경이 더해지면서 최소한의 의사소통조차 습득하지 못한 채 혼자만의 정글에서 살아온 성준이….
--- p.160

정윤이는 긴장되기보다는 신나는 것 같았다. 짧은 연습을 마친 후 공연이 시작되었다. 나와 둘이서 연주하던 때와는 다르게 조금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빛으로 응원을 하면서 정윤이의 마음을 안심시켰다. 틀린 부분이 다소 있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 순간 함께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이 정윤이에게, 어머니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건인지 둘 다 알고 있는 듯했다.
음악극이 끝난 후 정윤이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한참 동안 아이를 안고 있었다.
--- p.172

내가 20년 동안 음악학과 음악평론을 하면서 바람직한 대안으로 생각했던 음악문화―누구나 어려운 엘리트 음악으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만인이 음악의 주인이 되는 음악해방론, 음악의 민주화론을 실천하는 현장이 여기임을 깨닫는다. 요즘은 ‘내가 고작 이걸 하려고 그 많은 것들을 쌓아왔나’가 아니라 ‘내가 이걸 하려고 클래식, 국악, 대중음악을 공부하고 음악 기획과 연출을 했었구나’ 하며 미소 짓는다.
--- p.192

얼마 전 무엇을 위해 지금까지 그렇게 열정적으로 살아왔을까 생각해보았다. 나는 내담자들에게 ‘따스한 쉼을 주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고자 이 길을 묵묵히 걸어왔던 것 같다. 힘든 치료를 받느라 지친 환아들에게 음악치료 시간만큼은 편히 쉴 수 있게 해주고 싶다. 환아들의 빛나는 눈동자 속에서 나를 발견하며 진정으로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소망한다. 환아들이 하루 종일 듣는 소리 중 이 음악치료가 부디 ‘의미 있는 소리’이기를…. 또 ‘소리를 넘어선 음악’이기를….
--- p.223

음악치료는 감기 환자에게 감기약 처방하듯 음악을 처방하는 활동이 아닙니다. 음악 선곡에는 대상자의 선호도가 중요하지만, 치료사의 판단에 의해 그리고 치료가 이뤄지는 그날의 상황에 따라 사용되는 음악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즉, A라는 음악을 들으면 반드시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혹은 B라는 음악을 들으면 우울증이 낫는다는 식의 음악 처방은 할 수 없습니다.
--- p.240

오늘 사용한 도구에 소독액을 뿌려 닦아놓으면 퇴근을 해도 좋다. 가끔은 나에게도 가정이 있고 양육과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는 게 버거울 때도 있지만,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위한 적절한 에너지 배분과 치료 스케줄 조정은 필수적이다.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분배하고 고갈되지 않도록 쉼의 시간이 필요하다. 부르르 몸을 털고 세정실에서 물비누로 거품을 내어 손을 씻는다. 치료실에서 겪었던 그 공감의 감정들과 근육의 기억들을 털고 닦는 내 나름의 의식이다. 이젠 정말 퇴근할 시간!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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