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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인 프렌치

러브 인 프렌치

: 미국 여자, 프랑스 남자의 두 언어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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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사랑 에세이 top20 9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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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64쪽 | 514g | 140*234*30mm
ISBN13 9791188907663
ISBN10 1188907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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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커플은 서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올리비에와 내가 지닌 차이점들은 마치 마트료시카처럼 서로의 진짜 모습을 감춘 채 은연중에 상대를 덜 신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올리비에는 쩨쩨하다 싶을 만큼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스럽게 아꼈다. 반면 나는 불치병에 걸린 독재자처럼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을 쏟아냈다. 지나고 나면 내가 말할 때의 기분과 말투만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올리비에는 우리가 나눈 대화 내용을 아주 상세한 부분까지 복사하듯 기억했다.
--- 본문 중에서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내 목소리에는 감정이 약간 실렸다. 올리비에는 무언가 다른 뜻을 가늠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저 그들이 정확히 무슨 요일에 오는지 알고 싶을 뿐임을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게 화가 났다.
올리비에가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는 게 무슨 말이야? 아까 내가 말한 그대로라고.”
“그래? 당신이 뭐라고 말했는데?”
“이미 말했잖아.”
“뭐랬냐고?”
올리비에가 잠시 침묵한 끝에 입을 열었다.
“너와 영어로 말하다보면 마치 장갑 낀 손으로 네 몸을 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잔뜩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에서는 슬픔이 조금 묻어났다.
--- 본문 중에서

언어는 자칫 경계가 삐끗해지면 로맨스가 싹틀 잠재성이 다분하다. 그래서 외국어를 정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어민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상대가 이질적일수록 매혹은 더 커지고, 에로틱한 생각이 상대를 향한 ‘숭고한 갈구’로 발전한다고 말한다. 언어의 환유가 귀나 눈,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엄지가 아닌 혀인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다른 혀를 받아들이려는, 그래서 입안에 다른 이의 단어들을 채우려는 의지는 유혹을 마다 않는 유연성을 암시한다.
--- 본문 중에서

한 가지 의문은 올리비에와 나 말고 다른 커플들도 언어의 교착 상태에 빠질 때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영어와 프랑스어는 서로 상반된 언어 체계다. 전자는 세계적이고 편리하며 비교적 격식에서 자유로운 반면, 후자는 특수하고 계층적 구조를 띠며 배우기가 어렵다. 프랑스어가 내 인간관계의 틀을 다시 잡아주어서 확실히 친하지 않다는 점이 판명될 때까지, 모든 이들을 무조건 친근하게 여기는 나의 타고난 성향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여전히 내 부모와 친구들, 동료들은 물론이고 멕시코 식당에서 내게 과카몰레를 공짜로 더 준 여종업원, 수국, 인터넷 팟캐스트, 깨끗한 침대보까지 모두 ‘사랑’한다. 올리비에도 그저 나를 계속 ‘사랑’해왔을 뿐이다.
--- 본문 중에서

태어나서 처음 접한 언어가 감정의 저수지라면, 두번째로 습득한 언어는 댐으로 막지 않은 강에 비유할 수 있다. 부모형제와 함께 있을 때는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남편이나 자녀와 대화할 때는 프랑스어를 쓰는 한 스위스 친구는 영어로 말할 때 일종의 해방감을 느낀다고 내게 말했다. 그 순간만은 누나도 엄마도 아닌 온전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리 위의 한 사람을 밀어 떨어뜨리면 열차에 치이기 직전 다섯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이 같은 딜레마를 모어가 아닌 제2 언어로 설명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한 명을 희생시키는 쪽을 택한다. 과학자들은 이를 해방적 분리 효과라고 부른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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