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가 보이는 언덕에서 코쿠리코 하숙집을 운영하는 열여섯 소녀 '우미'는 바다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매일 아침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는 깃발을 올린다. 그 깃발을 매일 바다 위에서 바라보는 열일곱 소년
'슌'.
한편, 낡은 것을 모두 부수고 새로운 것으로 바꾸자는 사회적인 움직임과 함께, '우미'의 고등학교에서도 오래된 동아리 건물의 철거를 두고 갈등이 일어난다. '우미'와 '슌'은 낡았지만 역사와 추억이 깃든 건물을 지키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보존운동을 시작하고, 두 사람은 이를 계기로 서로에게 서서히 끌리기 시작하는데...
2011년 9월, 첫사랑의 설렘이 다시 찾아옵니다.
이야기 1
2011, 스튜디오 지브리가 선사하는 첫 번째 사랑 이야기!
‘하울의 움직이는 성’‘벼랑 위의 포뇨’등을 통해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온 스튜디오 지브리가 아날로그 감성으로 선보이는 첫 번째 사랑 이야기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매일 아침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언덕 위에서 깃발을 올리는 열여섯 소녀 ‘우미’와 바다 위에서 그 깃발을 바라보는 열일곱 소년 ‘슌’이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사랑의 설렘과 아련한 그리움을 담아낸 작품이다.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첫 번째 사랑의 모습은 각기 다르다. ‘코쿠리코 언덕에서’에는 스튜디오 지브리가 처음으로 소녀와 소년의 설레는 첫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본격적인 러브스토리 외에도 ‘우미’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깃발을 올리듯 가장 먼저 사랑을 배우게 되는 존재인 부모님에 대한 따뜻한 추억,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던 시대에 ‘우미’와 ‘슌’이 동아리건물 ‘카르티에 라탱’을 지키려는 것처럼 추억과 역사가 깃든 오래된 장소에 대한 애착 등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세가지 색깔의 ‘첫 번째 사랑’을 선사한다. 관객들은 ‘코쿠리코 언덕에서’를 통해 잊고 지냈던 지난 날의 설렘과 그리움의 순간들을 다시 한번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 2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선택! 그의 눈물을 훔친 바로 그 작품!
일본관객 1000만 시대를 연 장본인, 2001년 2,400만이라는 경이적인 흥행 스코어 기록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초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아카데미 영화제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 상을 수상하고 2004년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베니스 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및 기술공헌상 수상한 세계적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1980년대 만화잡지 ‘나카요시’에 연재되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순정만화의 영화화를 끊임없이 고민해왔던 그의 오랜 염원을 담아낸 작품으로 그동안 스튜디오 지브리가 추구해온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아련한 첫사랑 이야기를 그려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포스터 이미지를 비롯해 기획과 시나리오, 전체적인 미술 설정까지 직접 제작을 총 지휘하며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으로 영화를 100% 채웠다. 특히, 지난 7월 31일 니혼TV계열에서 방송된 특별프로그램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이렇게 탄생했다’를 통해 시사회장에서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습이 공개되어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70세 거장의 눈물을 자아내며 화제를 모은 ‘코쿠리코 언덕에서’의 첫 번째 사랑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을 불러모은다.
이야기 3
부전자전(父傳子傳)! 아버지와 아들 ‘사랑 이야기’로 ‘처음’ 손잡다!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애니메이션 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와 그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가 함께 완성한 작품으로 아버지와 아들 2세대가 공감하는 감성 로맨스를 탄생시켰다. 아버지와 아들의 합작이지만 그 과정에는 주인공 ‘우미’의 캐릭터 설정은 물론 사소한 것 하나에도 몇 번씩이나 치열한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한다. 70세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끝없는 열정을 쏟는 아버지의 기대치는 그 대상이 아들이라 해도 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거장이라 불리는 아버지에 맞서는 아들 미야자키 고로는 끝없이 아버지와 비교 대상이 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감독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뜻 깊은 아버지와 아들의 첫 합작 프로젝트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일본 개봉 당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부자의 합작에 의한 큰 성과”, “아버지의 시나리오와 아들의 연출력이 호흡이 좋았다”, “영화가 끝난 후 박수를 쳤을 정도로 미술, 캐릭터, 연출력 모두 좋았다” 등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아들이 연출한 ‘코쿠리코 언덕에서’를 관람한 후 “한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면 이미 감독이다. 나를 좀 더 위협해 보라”며 하야오 식의 응원을 보냈다고. 특히 “이번 영화를 계기로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하야오가 만든 시나리오를 고로가 현실적인 것을 더하여 일으켜 세웠다”며 두 사람의 시너지를 성공적으로 평가한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의 말처럼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아버지 미야자키 하야오를 이을 스튜디오 지브리의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히고 있다. 끊임없이 서로 부딪히면서도 그 위기들을 극복하고 한 편의 영화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와 아들, 두 사람 모두 ‘영화를 만든다’는 같은 목표와 그를 이루기 위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에서 미야자키 고로로 이어진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새로운 지브리 작품의 탄생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야기 4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의 향연!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추천한 테마송 「이별의 여름(さよならの夏)」!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코쿠리코 언덕에서’ 펼쳐지는 가슴 설레는 첫 번째 사랑의 아날로그 감성을 한껏 자극하는 것은 단연 음악이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영화가 사랑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아름다운 OST인만큼 이번 영화에서도 음악에 심혈을 기울였다. 영화의 엔딩곡이자 첫사랑의 아련한 여운을 전해주는 주제가는 모리야마 료코가 1976년도에 부른 「이별의 여름(さよならの夏)」으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 곡을 제안하고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 맑고 청아한 음색의 테시마 아오이를 가수로 추천해 「‘Summer of Farewells - From Up On Poppy Hill’ (이별의 여름 - 코쿠리코 언덕에서)」가 탄생했다.
영화의 오프닝을 풍성하게 장식하는 "아침밥의 노래"는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 직접 작사한 곡으로, 정겨운 식사 장면과 지브리 특유의 맛있는 감성이 어우러진다. 또한, 삽입곡 「위를 향해 걷자」는 본편에서 2번이나 등장하는데 이는 지브리 작품에서는 무척 이례적인 것이다. 이 곡은 영화가 그려낸 1960년대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치며 빌보드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한 사카모토 큐의 전설의 곡. 사카모토 큐의 목소리는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전해준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미야자키 하야오는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시대다. ‘위를 보며 걷자’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야기 5
시간이 흘러도 사랑하는 마음은 이어진다!
영화 속 시대적 배경인 1963년은 도쿄올림픽이 개최되기 바로 전 해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토에이 애니메이션에 입사한 해이기도 하다. 다음 해에 열릴 도쿄 올림픽을 맞아 이제부터 고도경제성장을 향해 엑셀을 밟는 시기.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 도로에 꽉 찬 자동차의 먼지, 사람들로 들끓는 길거리, 공사나 건물이 해체되면서 나는 소음, 낡은 것을 모두 없애고 새로운 것만이 멋진 것이라고 믿었던 시기지만 그래도 바다는 푸르렀고, 녹음은 빛나고, 하늘은 넓고, 세계는 희망에 가득 차 반짝반짝 빛났다.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너그러웠던 시대. 미야자키 하야오는 “지금, 이런 시대를 그리는 것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 역시 ‘코쿠리코 언덕에서’의 시대설정에 대해 “우리 세대는 이전 세대가 만든 시스템에 편승해 살아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걸까’하고 가로막힌 듯한 느낌을 안고 있다. 그 두 세대를 비교해서 ‘지금 세대는 잘못됐고, 옛날에는 좋았다’는 식으로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영화를 만드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밝혔다.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세대를 이어 내려오면서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아직 우리의 일부로 남아있는 것들을 담아냈다. 부모와 자식, 2세대의 청춘을 그린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관객들에게 우리들의 역사가 어떻게 이어져왔으며 지금 우리들이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야기 6
미야자키 하야오, 일본 대지진 피해지역 특별 시사회로
피해주민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다!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 대지진 참사가 발생했다. 그리고 3월 28일 스튜디오 지브리에서는 ‘코쿠리코 언덕에서’의 주제가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진 이전에 예정되어있던 이날 행사는 절전을 위해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진행되었다. 지금까지 작품에서 사람과 환경문제에 대해 많이 다뤄온 미야자키 하야오가 어떤 심경을 밝힐지 관심이 모아지던 가운데, 그는 “기자회견이 열리는 게 과연 잘 하는 일인지 고민했지만 그래도 하기로 결정했다”며 무거운 심정을 밝혔다. 대지진의 여파로 정전이 되는 등 ‘코쿠리코 언덕에서’의 진행상황 또한 더디게 진행될 수 밖에 없었는데, 미야자키 하야오는 “우리는 정전이 되어도 일을 계속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왜냐하면 오늘도 우편배달부는 편지를 배달하고 있으며, 버스 운전사는 교통지옥 속에서도 운전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역경 속에서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있음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지진 전날 주제곡을 녹음했다며 말문을 연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이 노래가 지금 우리를 지탱해주고 있듯이 우리의 영화가 지진 피해를 입은 여러분들의 버팀목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감상적으로 피해지역에 돈을 보내는 것이 아닌 가장 필요한 장소에 가장 필요한 것을 보내도록 하겠다던 미야자키 하야오는 영화가 완성된 후 피해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그 곳의 학교들을 돌아다니며 ‘코쿠리코 언덕에서’특별 시사회를 진행해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주기도 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우리가 여기 온 이유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으로 동참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특별 시사회를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 것은 그저 영화필름을 가져와서 틀어드린 것뿐이다”라며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미야자키 하야오를 비롯한 스튜디오 지브리 관계자들은 일본의 한 사이트에서 실시된 지브리 캐릭터 랭킹 설문조사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한 ‘토토로’가 그려진 종이를 들고가 어린이들에게 일일이 싸인을 해주며 위로와 희망을 전했다.
지브리 월드 들여다보기
*스튜디오 지브리에는 맛있는 음식과 청소가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에는 유독 맛있는 밥과 청소씬이 많이 등장한다. ‘천공의 성 라퓨타’의 달걀 프라이 토스트,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베이컨 에그, ‘벼랑 위의 포뇨’의 큰 햄을 얹은 라면처럼 ‘코쿠리코 언덕에서’에도 영화를 보고 나면 꼭 생각나는 음식들이 관객들의 식욕을 자극한다.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주인공 우미가 하숙집 식구들을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장면, 학교에서 정성이 가득 담긴 정갈한 도시락을 먹는 장면, 그리고 우미와 슌이 고로케를 함께 나눠 먹는 ‘맛있는’ 장면들이 등장해 음식에 얽힌 따스한 추억을 자극한다. 학교 도시락을 먹는 장면을 위해서 제작진들은 당시 고교생들이 어떤 도시락을 먹었는지 조사를 진행해 이미지를 만들어 나갔다고 한다. 특히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아무것도 아닌 아침 식탁 장면이 지진 재해 이후 매우 중요한 장면이 되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청소씬도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을 보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소녀 ‘시타’가 더러운 해적선 주방을 청소하여 해적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는 할머니가 된 소피가 움직이는 성의 대청소를 한 후 하울의 동료로서의 지위를 확립한다. 또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주인공 치히로는 신들이 목욕하고 간 더러운 욕조를 청소한다. 이는 외부에서 온 주인공들이 함께 할 장소들을 정화해 동료로 인정되는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코쿠리코 언덕에서’도 역시 청소씬이 등장한다. 철거 위기에 놓인 동아리 건물 ‘카르티에 라탱’을 지키기 위해 주인공 ‘우미’가 대청소를 제안하는 것! 이 또한 ‘우미’가 ‘카르티에 라탱’을 지키려 애쓰는 친구들과 동료가 되어가는 하나의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안전한 항해를 빕니다!’
두 사람을 이어주는 ‘깃발’의 정체는?
영화 속에서 우미가 매일 아침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코쿠리코 언덕 위에서 올리는 깃발은 「U?W」로 ‘안전한 항해를 빕니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해상의 선박들 간의 통신을 위해 세계 공통으로 사용되는 국제신호기. 매일 아침 배로 등교하며 우미가 올리는 깃발을 바라보는 소년 슌은 그에 화답하는 의미로 「UW MER」라는 신호기를 배 위에 올린다. 이는 우미가 올리는 깃발의 ‘안전한 항해를 빕니다’라는 「UW」에 우미 이름의 뜻인 ‘바다’의 프랑스어 ‘MER’를 더한 것. 이는 우미를 향한 슌의 마음을 조심스레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특히 「U?W」 깃발은 ‘코쿠리코 언덕에서’의 제작기간 동안 스튜디오 지브리의 옥상에 걸려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날로그는 아날로그답게!
리얼한 사운드를 찾기 위한 진심이 담긴 노력!
영화 전반에 흐르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유명한 스튜디오 지브리가 ‘소리’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아날로그 감성을 담아낸 작품인 만큼 고로케를 먹는 소리, 자전거 페달 돌아가는 소리, 티켓을 자르는 소리, 전차가 달리는 소리, 바닥을 걷는 소리 등 효과음에도 특별한 정성을 들인 것. ‘코쿠리코 언덕에서’의 우미와 슌이 함께 고로케를 나눠먹는 장면에서는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 스튜디오에서 직접 튀김을 먹으며 녹음을 진행했다. 또한 사쿠라기쵸 역에서 티켓을 자르는 소리를 녹음할 때도 제작진이 실제 개찰 집게를 구입해 소리를 담아냈다. 아날로그 감성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전차가 달리는 히로시마까지 직접 가서 실제 움직이는 다양한 소리를 채록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우미의 코쿠리코 하숙집과 학교의 오래된 동아리 건물 ‘카르티에 라탱’을 걸어갈 때 나는 바닥소리도 캐릭터 성격마다 미묘한 차이를 설정해 녹음하는 등 작은 소리 하나에도 노력을 들였다. 그렇기에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영화를 보는 내내 생생한 묘사와 함께 정감 어린 아날로그적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