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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 페기

여왕 페기

: 미국의 평범한 비서, 아프리카의 여왕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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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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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536쪽 | 698g | 153*224*35mm
ISBN13 9788984073814
ISBN10 898407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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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엘리너 허먼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인 『침실 권력(Sex with Kings)』과 Sex with the Queen을 포함해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세 권의 책을 집필한 작가다. 허먼이 쓴 페기에 대한 인물 탐구는 『워싱턴 포스트 매거진』에 커버스토리로 실렸다. 현재 버지니아 주 매클린에 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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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새로운 왕이라니 무슨 소리죠?” 페기가 예민하게 물었다. “오투암에서는 지금껏 여자가 왕이 된 적이 없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왕궁에서 열린 어머니 생신 잔치에 참석한 이후 전 그곳에 가지도 않았는걸요. 나는 워싱턴 D. C.에 사는 미국 사람이에요. 이건 말도 안 돼요.”
페기는 콰메 룸포포가 착각한 것이고, 원로들이 자신을 모후로 간택한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가나에서는 왕의 아내가 아닌 왕의 어머니가 여자와 아이들에 관련된 일을 관장했다. 모후는 열정적이고 인내심이 강하며 어려움을 보듬는 대사로서 왕에게 부드럽게 조언하고 왕이 그 말을 묵살하면 조용히 수긍하는 자리였다.
생각해보니 페기는 끔찍한 모후가 될 것 같았다. 페기는 남자에게 굽실거릴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왕이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왕을 상당히 들볶으며 여자와 아이들에게 좀 더 잘해주라고 고래고래 호통칠 사람이었다. 그리고 여자들에게는 어리석은 남자들과 잠자리를 해서 무턱대고 아이만 많이 낳는다고 꾸짖을 것이다.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가지고 정의심에 불타는 페기가 왕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페기가 왕이 된단 말인가? --- p.31

다음 날 아침, 페기는 다크서클이 뒤덮인 얼굴로 차를 몰아 출근하는 길이었다. 록 크리크 파크웨이에 접어들어 신호등에 다가가자 페기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또 무슨 소리가 나면 어쩌지?’
“나나, 오에 와에이미암, 니에 비아라 나 워돈데 온예 오헤네.” 그 목소리가 또다시 울려 퍼졌다. ‘나나, 당신의 운명이다.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 왕이나 왕비가 되는 건 아니다.’
차 안에 조상님이 타고 있는 게 분명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운전하고 있는데 그 옆에 앉은 귀신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만약 잘못 대답하기라도 하면 어쩌지? 페기는 그냥 계속 운전하기로 했다.
몇 초 후, 작은 다리를 건너는 순간 또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이것은 당신의 운명이다.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 왕이나 왕비가 되는 건 아니다.” 이번에는 페기의 귀에 제대로 들리게 하려는 듯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페기가 대답했다.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그렇게 하겠어요.” --- p.65

페기는 왕으로서의 위상이 저 높이까지 올라가서 현기증이 났지만, 회의를 하고 나니 정신이 퍼뜩 들 정도로 땅바닥으로 패대기쳐졌다. 아내 폭행, 형편없는 의료 서비스, 교육 기회 부족, 쓰레기 수거 전무, 수도 시설 파손, 게다가 재원 부족. 페기는 왕위를 수락하기 전부터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오투암의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니 저 바닥으로 떨어져 맨 처음에 품었던 낙관적 미래가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페기는 왕위를 수락하면서 선조들의 은총을 입어 오투암 부족민들의 훌륭한 지도자가 되리라 믿었다. 실수였을까? 스스로 자초한 결과일까? 도대체 이들을 어찌 도와야 할까? --- p.143

“어부세를 거둘 가장 확실한 방법을 찾았는데 왜 우리가 왕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까? 우리가 고심해서 내린 결정이니 왕께서는 그저 따라주시지요.”
“왕에게 이렇게 무엄하게 굴다니!” 페기는 식탁을 내리치며 호통쳤다. “내가 남자였다면 이리 대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이건 어부세를 거둘 가장 확실한 방법도 아닙니다. 대체 누가 매일 해안까지 내려가 생선을 얼마나 잡았는지 일일이 확인한단 말입니까? 주간이나 월간 단위 어획량에 따라 징수할 것입니다.”
“오투암에서 오래 산 사람은 바로 우리들입니다.” 모세스 삼촌은 손을 크게 휘저으며 외쳤다. “난 오투암에서 나고 자라 나이를 먹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왕께서는 케이프 코스트에서 태어난 이후 줄곧 미국에서 사셨잖습니까? 바다에 대해 뭘 얼마나 안다고.” “최대한 정중히 말씀드리자면, 나나. 이것이 최상의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재무 담당 이사이아가 슬쩍 거들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치아미가 급히 끼어들었다. “우리 말대로 하시지요. 왜 이렇게 매번 일을 복잡하게 만드십니까? 도착한 지 고작 몇 시간밖에 안 됐는데 벌써부터 분란을 일으키시는군요.”
페기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드디어 이제껏 벼르던 연설을 써먹을 때가 되었다. 페기는 그녀가 원로들만큼 강하다는 것을 피력하기 위해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원고를 작성했다. “당신네들과는 달리 나에겐 불알이 없습니다. 하지만 난 젖가슴이 달린 남잡니다! 나는 남자이자 왕입니다. 이 사실을 명심하세요.” --- p.245

한 남자가 일어나서 외쳤다. “신의 은총에 힘입어 저희는 훌륭한 왕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나나께서는 이곳에 물을 끌어와 주셨고, 미국 사람들이 저희 아이들의 교육을 후원하도록 주선해주셨습니다. 자나 깨나 하루 일과 중 맨 처음과 마지막에 하는 일은, 나나를 위해 신께 기도를 올리는 것이지요. 우리 마을을 위해서 나나께서 하실 수 있는 모든 것을 행할 수 있도록 나나께 힘을 내려달라고 하늘에 부탁해야 합니다.”
“신의 은총이 가득하길!” 몇몇 사람들이 영어로 이렇게 외쳤다.
“아이 드제!” 정말 잘하셨습니다.
“나나가 자랑스럽습니다!”
그렇다. 사람들은 페기를 자랑스러워했다. 이렇게 순박한 농부와 어부와 할머니들이 페기를 자랑스러워했다. 페기는 그들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도중에 수많은 어려움과 술수를 만나기도 했으나 그들에게 사랑받았다. 페기는 그 사실을 깨닫고는 마치 어머니 품에 안기듯 기쁨으로 몸이 붕 떠오를 것 같았다.
--- p.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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