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및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독일 훔볼트 재단 초청으로 슈투트가르트 대학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경북대학교 교수, 인하대학교 교수, 인하대학교 문과대학장을 역임했다. 실러를 비롯하여 괴테, 아이헨도르프, 하이네 등의 작품을 번역했고, 이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옮긴 책으로는 『프랑스 종군기』 『즐거운 방랑사: 아이헨도로프 시선』 『하이네의 명시』 『소박문학과 감상문학』 『그리스의 신들』 『이비쿠스의 두루미』 등이 있다. 2003년 타계했다.
스페인의 전제군주인 필립 2세는 자신의 아들인 돈 카를로스 왕자의 약혼녀인 프랑스의 공주 엘리자베스를 강제로 두번째 왕비로 삼는다. 카를로스는 어린 시절부터 세자빈으로 책봉되어 사모해오던 여인을 갑자기 어머니라 부르게 되었다. 하지만 카를로스는 사랑하던 사람을 잊을 수가 없다. 한편 마음에도 없는 왕비가 된 엘리자베스도 카를로스에 대한 사랑을 억제하기가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내심을 드러낼 수는 없다. 카를로스는 이러한 비밀을 브뤼셀에서 돌아온 옛 친구 포사 후작에게 고백한다. 포사는 카를로스의 상태를 불안해하면서도 엘리자베스와의 만남을 주선한다. 이 만남에서 카를로스는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이를 거절한다. 카를로스는 번민에 휩싸여 괴로워하지만, 그의 친구 포사의 헌신적인 우정과 격려,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고귀한 감화와 현명한 교시(敎示)로 한 개인의 연정을 초월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 그래서 필립 2세의 탄압에 시달리고 있는 식민지 네덜란드의 독립운동 지도자가 되기 위하여 떠나려고 한다. 이 와중에 포사는 카를로스에 대한 필립 2세의 의혹을 풀기 위해 죽음으로써 자신을 희생한다. 결국 카를로스도 필립 2세에게 사로잡혀 종교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는다.
『오를레앙의 처녀』
티보 다르크에게는 세 딸 마르고, 루이종, 잔느가 있는데. 이들에게는 에티엔, 클로드 마리, 레이몽이라는 구혼자들이 있다. 첫째와 둘째 딸은 각각의 구혼자들과 혼인이 성사되어 바로 내일로 결혼식 날이 다가왔지만, 막내인 잔느는 구혼자인 레이몽의 청혼을 외면한 채 말이 없다. 이들이 사는 평화로운 마을에도 불안한 전운이 감돈다. 전세는 프랑스군에게 완전히 불리하여 영국군은 이미 랭스, 파리 등의 주요 도시를 함락하고 마지막으로 오를레앙까지 포위해서 아직 즉위도 하지 않은 프랑스 왕 샤를 7세를 고립시켰다. 아버지 티보에게는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시국에 딸들이 걱정이다. 그런데 우연히 이웃 주민이 읍내에서 가져온 투구를 보자마자 막내는 갑자기 그것을 빼앗듯이 가로채고는 조국 프랑스를 구하기 위해서 싸울 것을 선언한다. 그때 일체의 애욕을 단념할 것을 신에게 맹세한 오를레앙의 양치기 소녀 잔느는 조국을 구하고 샤를을 왕위에 오르도록 하라는 성모 마리아의 계시를 받는다. 우연히 입수한 투구를 쓰고 그녀는 전쟁터에 나타나서 열세인 프랑스군을 지휘하여 기적적으로 영국군을 물리치고 조국의 해방과 독립을 가져오게 한다. 그녀는 신으로부터 남성의 사랑으로 자신을 더럽히지 않음으로써 기적을 행할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다. 결국 잔느는 영국군과 싸워 물리치고 조국에 승리를 가져다준다. 그런데 전쟁터에서 만난 영국 장군 라이오넬에게 연정을 품게 되면서 잔느는 신비한 힘을 잃는다. 조국에 대한 사명과 세속적인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일체의 번뇌를 극복하고 다시 조국에 승리를 가져오게 한 후 영광에 싸여 승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