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급부상으로 인한 중국위협론은 미중관계는 물론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핵심적 갈등요인으로 등장했다. 여기에 북한의 핵개발은 갈등적 상황을 보다 복잡하게 전개시키고 있다. 이러한 갈등적 관계는 기존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나타나 미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과 한국의 무역갈등도 첨예하게 발생한 바 있다. 그러나 반대로 중국은 현 미국중심의 세계화질서에 최대 수혜자로서 WTO에 가입했고, 북핵문제와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 미국과 협력하고 있다. 미국도 경제위기 상황에서 중국의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이런 협력관계는 한미 및 미일간의 경제관계 그리고 SCO를 통한 중러관계 등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b>중층적이고 이중적인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이해하는 탄탄한 이론틀과 실증적 분석</b><br/>탈냉전 이후 국제관계는 구조적 전환을 경험하고 있다. 핵심적 특징으로는 양극적 국제구조가 무너지고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형성되었으나 중국의 급속한 부상으로 단극|다강의 국제질서로 전환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동아시아에서도 우월적 위상을 확보하며 질서를 주도하고 있지만 역내 국가들의 관계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br/><br/>동아시아 국제관계를 간추리자면 냉전시기의 일관된 대립 및 갈등관계 또는 협력관계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사안별로 또는 시기별로 갈등과 협력의 관계가 중층적으로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즉 동아시아 국제관계는 갈등과 협력이 병존하는 이중적이며 불규칙적이라는 것이다. <br/><br/>동아시아 국제관계를 주제로 다루는 이 책은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을 목적으로 하는 실증적이면서도 이론적인 노력이다. 동아시아 국제관계 전환의 방향은 무엇인가? 동아시아 국가들은 갈등하고 대립할 것인가 아니면 협력할 것인가? 이러한 전환은 어떤 요인들에 의해서 발생하는가? 특히 동아시아 국제관계는 어떤 이론에 의해 정확하게 분석되고 설명되는가? <br/><br/><b>양면게임이론을 통한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전면적 분석</b><br/>이 책은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국내정치와 국제정치 양면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양면게임이론(Two-Level Game Theory)을 통해 분석한다. 필자는 박사학위에서부터 로버트 퍼트남(Robert Putnam)이 선도적으로 제기한 양면게임이론에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고, 이 책은 그러한 연구의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br/> <br/>양면게임이론은 국제체제적 요인들만을 중심으로 국제관계를 설명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적극적으로 국제관계에 있어 국내 행위체들의 역할을 중심으로 국내적 요인을 강조하는 접근법이다. 양면게임이론은 국제관계에 있어 더 많은 국내외 행위체들의 참여를 인정하며 국제관계가 국내외의 이중적 수준에서 전개되고 있음을 전제한다. 국제관계에서의 행위체의 양적 증가와 다양화 그리고 중층적 상호작용의 현상을 분석하자는 것이다. 국내적 변수를 포함시킴으로 해서 국내적 요인에 의한 국제관계의 변화를 보다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br/><br/>양면게임이론에서는 국제관계는 두 가지 수준(level)에서 전개된다고 주장한다. 첫째 단계(Level I) 즉 국제수준(international level)에서는 각국의 국내행위체들의 이익을 확대하고 상대국가와의 관계로부터의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각국 정부 간의 상호작용 또는 협상이 이루어진다. 국내수준인 두 번째 단계(Level II)게임에서는 국내수준의 선호정책결정과 이미 상대국과 형성된 관계 또는 협상된 합의안의 국내적 승인(ratification)에 영향을 미쳐 각자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정부와 국내행위체들과의 협상과 상호작용이 포함된다. 이렇듯 양면게임이론은 국제관계에 있어 국내적 요인 및 국내 행위주체들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br/><br/>양면게임이론을 채택한 이 책에서는 국내정치와 국제정치가 실질적으로 분리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국제관계에서 국제체제적 요인들과 국내적 요인들의 “상호 작용적(interactive)” 또는 “상호 규정적(co-determinant)” 관계를 강조한다. 즉 국제체제와 이 체제에 존재하는 국가 및 국내행위체들의 관계는 상호 독립적인 동시에 상호 의존적이라고 판단한다. 국제체제는 국가의 행위에 중요한 영향을 주지만 국가 및 국내행위체들은 이 체제에서 스스로의 이해관계와 선호하는 바에 따라 행위하고 있다는 것이다. <br/><br/><b>탄탄한 이론틀과 실증적 분석으로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전면적 해부</b><br/>이 책의 4부로 구성되어있다. 제1부 서장에서는 탈냉전 이후 전개되고 있는 국제질서의 특징과 경향을 파악하고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조망함으로서 그 특징과 성격을 찾는다. 1장에서는 이러한 동아시아 국제관계 분석을 위한 이론적 논의를 전개한다. 신현실주의(Neorealism) 및 신자유주의 국제제도이론(Neoliberal Institutionalism) 등과 같은 기존 국제정치이론들의 주장에 비판적 소개와 양면게임이론의 주장과 가설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br/> <br/>제2부는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외교안보 분야에 집중한다. 미국 및 중국 등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대외정책과 주요 안보이슈들에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우선 2장에서는 국제정치 전반은 물론 동아시아지역에서도 초강대국의 위상을 유지함으로서 역내 국제관계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의 세계전략과 잠재적 패권 도전국으로 지목되고 있는 중국의 대외정책기조에 대해 분석한다. 3장에서는 미국의 패권적 위상을 유지하는 안보정책의 핵심인 핵비확산정책에 대해 분석한다. 미국의 인도에 대한 예외적 핵정책의 요인을 규명하고, 더튺어 오바마정부의 ‘핵 없는 세상’의 핵정책도 분석한다. 4장은 중국의 대외정책 기조 및 대미정책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안보협력에 대해 다룬다. 특히 중국의 미국에 대한 균형과 편승 병행의 이중적 정책의 원인을 분석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5장은 2차 북핵위기의 발생과정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의 과정과 결과의 결정요인에 대해 분석한다. 특히 9.19공동성명으로 협력의 단초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이 성공적 결과를 성취하지 못한 원인들을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6장은 한미동맹관계를 연구함으로서 한국과 미국의 안보협력관계의 변화 결정요인들을 규명한다. 특히 한미동맹관계의 변화가 한국의 국내적 요인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주장에 대해 검증한다. 7장은 한국의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안보적 역할을 조명하고 어떤 요인들에 의해서 한국의 베트남파병과 이라크파병 정책이 다르게 결정되었는지 그 결정요인들도 파악한다. <br/><br/>제3부에서는 경제 및 자원이슈에 대한 연구이다. 8장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쇠고기 협상에 대해 논의한다. 대규모 국민들의 촛불시위를 불러온 한미 쇠고기무역협상을 연구하여 어떤 요인들에 의해서 치열한 협상과정이 전개되었고 어떻게 그리고 어떤 조건에서 최종합의문에 한국이 원하는 바를 더 많이 반영시킬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검토한다. 9장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무역갈등과 협상에 대해 분석한다. 두 차례의 미일자동차무역협상의 과정과 결과를 비교분석하여 어떤 요인들에 의해서 일본이 1993~95년 자동차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획득했는지에 대해 파악한다. 10장에서는 일본의 무역협상 전략의 변화를 분석한다. 11장에서는 중국의 자원외교와 소프트파워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br/><br/>제4부의 12장은 결론으로서 사례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갈등과 협력의 이중적이며 불규칙적인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규정하는 요인들에 대해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양면게임이론의 유용성과 한계에 대해 규명하여 이론적 적실성을 평가한다. <br/><br/>이 책은 우리의 동아시아 및 국제관계 전반의 연구에 있어서 새로운 성과이다. 먼저 국제관계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이론틀로서의 양면게임이론을 소개하고, 그 유용성과 적실성을 사례연구를 통해 입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론적 틀을 수미일관하게 적용하고 탄력적으로 활용하며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주요한 이슈들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하고 있다. 따라서 갈등과 협력이 공존하며 세계질서의 새로운 축으로 등장하고 있는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이해의 수준과 지평을 한껏 확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