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을 출간하고, 강연을 다니며 많은 엄마를 만났는데 강연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들이 있었다. 책을 읽고 싶어도 도대체 시간을 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하소연을 들으면 나는 처음 책 읽기 할 때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7년 전, 독박육아와 독박 가사로 육아 우울증이 심하게 왔었다. 10년 차 직장인으로 번아웃도 함께 와서 불면증과 무력감으로 죽을 것 같은 시간을 보냈다.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하루 한 권 책 읽기’ 덕분이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잠이 오지 않는 밤, 아무도 없는 고독 속에서 나는 책을 붙잡았다. 하루 한 권 책을 읽으며 나는 침잠했다. 일과 가사로 피폐해진 몸과 마음이 바닥도 없이 계속 뚝뚝 떨어지다가,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슬로우비디오처럼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매일 밤마다 책으로 정신을 붙잡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힘든 육아를 잘하기 위해 자녀교육에 대한 책을 읽고, 남편과 시어머니를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책을 읽었다. 고부갈등 책을 읽었다. 부부관계 책을 읽었다. 직장인의 전문성에 대한 책을 읽었다. 인생을 알기 위해 철학책과 문학책을 읽었다. 그렇게 하루 한 권씩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일과 삶이 어떤 의미인가’ 다시 생각해볼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가족들이 잘 때 몰래 한 독서가 나를 살리는 독서가 되어갔다. 그렇게 조금씩 나는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 「몰래한 독서가 나를 살렸다」 중에서
남편이 자꾸 설거지를 할 때마다 입이 나오길래 “당신이 설거지를 안 하니 가사 도우미를 부르겠다”고 했다. 남편이 어이없어했다. 우리 집에 가사 도우미가 왜 필요하냔다. “설거지, 빨래, 옷 개기, 화장실 청소, 장난감 정리, 당신 방 정리, 베란다 정리,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분리수거, 청소, 요리, 신발장 정리, 냉장고 정리 때문에 필요하다”라고 대답했다. --- 「남편에게 돈으로 시간을 사겠다고 선언하다」 중에서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쉼 없이 일하면서 우울증까지 온 이유는 슈퍼우먼처럼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하나씩 포기하니 숨통이 트였다. 그러려면 무엇에 더 집중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직장인으로 100점, 엄마로서 100점, 며느리로서 100점, 딸로서 100점 합이 400점짜리 전안나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50점짜리 직장인 + 50점짜리 엄마 + 0점짜리 며느리 + 0점짜리 딸 합쳐서 100점짜리 전안나가 되기로 했다. --- 「50점 직장인 + 50점 엄마 + 0점 며느리 + 0점 딸」 중에서
하루 한 권 책 읽기 7년 차로 그동안 1천 7백여 권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생각’이었다. 300여 권을 읽은 시점부터 생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니 자연스럽게 복합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고 사고의 폭과 깊이가 그 전과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타인의 말에 끌려다니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삶의 방향의 키를 잡고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삶의 우선순위에 무엇을 둬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적 호기심은 자꾸만 커져서 더욱더 많은 책을 읽고 공부하게 만들었다. --- 「하루 한 권, 7년을 읽어보니」 중에서
책을 읽으면서 본업 외에도 ‘작가’와 ‘강사’ 그리고 ‘독서토론모임 대표’라는 직업이 새로 생기게 되었다. 추가적인 부수입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다. 독서모임을 진행하면서 함께 하고 싶다는 분들의 요청으로 3개의 독서토론 모임을 진행하게 되어 ‘독서토론모임 리더’라는 역할도 수행하게 되었고, ‘하루 한 권 책밥’ 이라는 비영리 단체의 대표라는 직함도 새로 생겼다. 책을 읽으며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를 하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이다. 독자들과 메일을 주고받고, 강연에서 만나고, 독서토론 모임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인연을 맺다 보니 책을 읽기 전과 비교해서 1천 500여 명 이상의 사람들과 교류를 시작하게 되었다. --- 「직업과 인맥의 변화」 중에서
회사에서는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그 일을 누가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서 업무를 분담한다.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해 공부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물어보며 진행한다. 그런데 집에서는 많은 일을 혼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노력한 만큼 가시적인 결과물이 보이지 않으니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우리집 104호를 회사라고 생각하기로. 우리집의 공동대표는 나와 남편, 직원은 아이들이라고 설정했다. 그렇게 생각을 전환하자 보이지 않던 문제의 해결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 「회사에서 유능한 나 vs 집에서 무능한 나」 중에서
아이들은 책을 읽을수록 호기심이 많아진다. 읽은 책이 쌓이고, 이 책에서 저 책으로 연결해서 독서를 하다 보니 ‘이건 왜 이렇지?’ ‘이 책에는 없지만 나는 이 부분이 궁금한데?’와 같이 자꾸만 지적 호기심이 발동하는 것이다. 이런 호기심은 굉장한 동기부여가 돼서 자꾸만 더 많은 정보가 있는 책을 찾아 읽게 된다. 앞으로의 자녀학습에는 읽기와 말하기, 논술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한다. 내 아이가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소리 내어 책 읽기, 토론하기, 독서록 쓰기를 열심히 실천해야 한다.
--- 「가족 독서를 시작하고 우리에게 찾아온 변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