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주제로 삼는 연구는 거시적으로 문화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문화의 제반 영역문학·음악·미술·건축·교육·지리·관광에 대한 ‘문화기호학적 커리큘럼’의 설계를 통해, 미시적으로 광고와 브랜드 전략에 관한 텍스트의 분석을 통해 귀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확인된 사례와 경험을 축적한 문화 코퍼스Kultur-Corpus에서 규칙들을 도출하여 체계화하는 작업이 ‘문화과학’의 향배를 결정할 것이다.
--- p.48, 「1장 응용문화기호학의 과제」 중에서
금기의 핵심은 자기모순에 해당하는 자기취식, 동물이나 식물로 환생한 조상의 화신化身 또는 근친간의 성적 교섭을 배제하여 반족들 사이에서 족외혼의 범위를 조절하는 기제이다. 따라서 음식 금기는 임신에서 출산을 거쳐 내세에까지 영향을 주는 자식행위와 근친상간에 대한 엄중한 억제장치인 셈이다.
--- p.61쪽, 「2장 음식 연구의 이전사」 중에서
골목에서 싸우던 아이들은 종종 표정만 보고도 승자를 결정한다. 그래서 턱을 뒤로 빼고 얼굴을 쳐든 다음 ‘눈썹을 찌푸리면서 상대방을 노려보는’(Plus face) 상대방은 승리자로 간주되는 반면, ‘눈썹이 처진 채 턱을 아래로 떨구며 상대방의 눈길을 피하면’(Minus face) 패배자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10살 정도가 되기까지 아동이 체험하는 공간골목/학교에서 통용되는 서열 정하기의 원리인데 그런 위압적 메커니즘은 사회적 경험을 통해 감정을 자발적으로 표출하는 기제로 변환되기도 한다.
--- p.147쪽, 「4장 표정의 기호학」 중에서
케케묵은 원고지와 첨단 태블릿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패러다임의 진정한 교체를 말할 수 있는가? 언어를 기호의 제왕으로 모시는 배타성에 있어서는 인문주의와 연산주의가 다를 게 없다. 언어순수주의는 인간의 모든 감관과 기술적 장치를 총동원하는 전대미문의 다중매체3 시대, 즉 미디어폴리스의 도래로 말미암아 근원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출판으로 인한 지식독점의 붕괴를 걱정하던 중세의 우려가 계몽주의의 승리로 귀결되었듯이, 21세기 정보혁명은 위기가 아니라 차원을 달리하는 도전의 계기이다.
--- p.201쪽, 「6장 미디어폴리스」 중에서
구두언어로 조직된 사회에서는 사용되는 것만 전승되고 전승되는 것만 사용하는 순환구조에서 삶의 형식을 안정시킨다. 이처럼 항상성을 유지하는 구조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것은 적절한 방식으로 폐기된다(구조적 망각). 레비 스트로스는 그런 폐쇄적 문화구조를 “차가운 공동체”라고 부른다.
--- p.209쪽, 「몸과 커뮤니케이션」 중에서
지금까지의 인문학이지식의 창출에 매진해 왔다면, 현재의 인문학은 학문체계의 공동참여자를 고려해야 하며, 앞으로의 인문학은 차별적인 과제의 선점을 통해 동체의 가치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수혜에서 기여로 상아탑에서 현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자부할 수 있다.
--- p.231쪽, 「브랜드 시대」 중에서
소비와 이윤의 문제를 해소하는 방식으로 출현한 상품은 산업사회에서 야기된 과잉생산을 해결하기 위해 광고를 창발시키며, 광고 또한 자신의 신뢰도를 브랜드로 이월시키는 자기준거를 가속화한다. 말하자면 물물교환 시대의 물품은 익명 사회에서 구매를 유혹하는 광고를 창출했고 광고는 자체의 신뢰도를 증폭시키는 브랜드를 창출한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는 상품을 심급으로 교환되는 메타-상품이자 생산자와 소비자가 작동시키는 커뮤니케이션의 산물이다.
--- p.248쪽, 「브랜드의 탄생」 중에서
한국이 새로운 국가 이미지(다이내믹 코리아·업그레이드 코리아·한(韓)-스타일)를 추동한다고 하자. 그 과정을 관찰하는 외신은 ‘한국이 새로운 이미지를 추동한다’는 과정 전체를 관찰하고, 한국의 관찰자는 다시 타자의 관찰을 토대로 자신의 전략을 수정하고 정당화하는 피드백을 작동시킨다. 그것은 곧 ‘우리1의 현대사에 대한 타자(독일)의 (재귀)관찰’에 대한 ‘우리2(타아)의 (재귀)관찰’로 요약된다.
--- p.225쪽, 「국가 이미지」 중에서
공항과 공항 사이를 연결하는 여행은 필연적으로 도시와 그곳을 산책하는 행위자의 상상계에 몽타주의 흔적을 남긴다.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는 국가를 심급으로, 도시들은 다시 건물과 광장, 주택과 역사적 사건, 인물로써 연상되는 도시브랜드를 심급으로 상대방에게 주목받기 위한 ‘인정투쟁’(認定鬪爭)을 벌인다. 이런 요소들을 반영하는 ‘기내잡지’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의 속성을 드러낸다.
--- p.319쪽, 「기내잡지」 중에서
물질적 자원과 마찬가지로 기호학적 자원의 오염은 어느 정도 우회적으로 제어될 수 있다. 대도시 한복판이나 지하철역 내부처럼 소음이 심한 곳에서는 기호매질을 또렷하게 분절하여 이해도를 높이거나 청각경로(구내방송)를 포기하고 시각경로(‘수신호’나 ‘깃발 신호’)로 전환할 것이다.
--- p.339쪽, 「기호학적 공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