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미국 시카고 대학교 경영대학원(현 Booth School of Business)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인간의 직관적 판단과 의사결정 및 마케팅에의 응용’이며 이와 관련해 국내외 학술지에 많은 논문을 발표하였다. 특히 조슈아 클레이만 교수와 함께 《사이콜로지컬 리뷰Psychological Review》에 발표한 「확인의 편향에 관한 논문」과 스티브 호크 교수와 함께 《저널 오브 컨슈머 리서치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발표한 「광고와 상품경험의 모호성에 관한 논문」은 2012년 8월까지 각각 인용횟수 1250회와 550회를 넘어 해당 분야의 고전으로 인정받는다. 이 책에서 하영원 교수는 행동적 의사결정 이론에서 이룬 연구 성과들 중 핵심적인 내용을 골라 소개하며, 특히 다른 서적에서 많이 다루어지지 않은 인간의 비의식 과정, 시간이 개입된 의사결정, 의사결정에서 목표의 역할, 의사결정과 행복의 관계 등 최근 연구 주제들과 관련된 심리학 실험들과 연구들을 살펴봄으로써 인간의 직관적 판단과 의사결정의 심리에 관한 심층적 이해를 시도한다.
사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인가?’라는 의문은 지난 수세기에 걸쳐 여러 학문 분야의 많은 학자가 고민해 온 문제다. 경제학, 심리학, 인공 지능, 인류학, 그리고 철학에 이르기까지 학자들은 인간의 합리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을 모형화하고 실제로 사람들이 그 같은 모형이 예측하는 대로 행동하는지를 관찰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같은 모형들을 모두 검토하고 소개하는 것은 이 책의 범위를 뛰어넘는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인간의 합리성과 관련된 경제학적 시각과 심리학적 시각의 갈등관계를 중심으로 합리성에 대한 관찰 결과를 조명해 보고,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의 합리성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관해 기술해 보고자 한다.--- p.19
‘소수의 법칙’과 유사한 착각이 나타나는 또 다른 예는 ‘도박사의 오류the gambler’s fallacy’이다. 즉, 카지노의 룰렛 게임에서 바퀴를 돌려 지금까지 검은색과 빨간색 중에서 서른 번 이상 빨간색만 계속 나왔다면 사람들은 ‘이제는 검은색이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너도나도 검은색 쪽에 돈을 걸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오류는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서도 흔히 관찰할 수 있다. 올해 시즌 타율이 2할 5푼인 어떤 타자가 오늘은 3타석 무안타를 기록하고 네 번째 타석에 등장했다면 ‘이제는 안타를 칠 때가 됐다’고 생각하는 오류가 그것이다. 타자의 타율은 그 타자가 상당히 많은 타석(예컨대 500타석)에서 평균적으로 네 번에 한 번꼴로 안타를 쳤다는 것을 의미할 뿐 네 번밖에 안 되는 짧은 연속 시행에서 반드시 한 번씩 안타를 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많은 시행에서 나타나는 판단 대상의 특성이 몇 번 안 되는 시행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리라고 믿는 경향을 보인다.--- p.59
사람들이 둘 이상의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미래 경험을 머릿속에 그려볼 때 일어날 수 있는 오류는 둘 이상의 대안을 함께 놓고 평가하느냐 아니면 하나씩 단독으로 평가하느냐 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예컨대, 내가 두 개의 아파트를 놓고 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가정하자. 비교해야 할 두 아파트는 가격이나 직장까지의 거리 등 모든 측면에서 같지만, 다음 사항에서만 다르다. 한 아파트는 평수가 35평이지만 그곳에 사는 주민이 가끔 눈이 충혈되고 코가 막히는 알레르기를 경험하고 있었다. 반면에, 다른 아파트는 크기가 28평이지만 주민들이 알레르기를 경험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두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할 때, 비록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면에서 단점이 있다는 것을 알더라도 더 큰 아파트가 더 큰 안락함을 줄 것으로 예측하고 그것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살아 보면 아파트 평수 7평의 차이는 생활하는 데 큰 차이를 가져다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에 비해 알레르기는 우리가 생활하는 데 상당히 큰 불편함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더 작은 아파트를 선택해서 알레르기로 고생하지 않는 것이 실제로는 더 행복할 가능성이 큼에도 막상 선택 시에는 아파트 평수에 필요 이상의 가중치를 부여해 큰 아파트를 선택한다. 이와 같은 의사결정 상의 오류를 ‘차별성의 편향distinction bias’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예측 과업에서 사람들은 실제 소비 경험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선택 시에 쉽게 평가할 수 있는 아파트 평수 같은 속성에 지나치게 민감하기 때문이다.--- pp.133-134
당신은 미시간으로 가는 주말 스키 여행 표를 100달러에 샀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당신은 위스콘신으로 가는 주말 스키 여행 표를 50달러에 샀습니다. 당신은 미시간 여행보다는 위스콘신 여행이 더 재미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두 개의 표를 모두 사고 난 후 한참이 지나서야 위스콘신과 미시간 스키 여행의 날짜가 겹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표를 팔거나 환불받기에는 너무 늦어서 당신은 둘 중의 하나만 선택해야 합니다. 위 시나리오에서 응답자가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과거에 지급한 비용과 상관없이 자신이 선호하는 위스콘신으로 스키 여행을 간다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험 결과 54%는 자신들이 덜 좋아하는 미시간으로 스키 여행을 가기로 했다. 비용이 같을 때 실험 참가자들은 위스콘신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결국 매몰비용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냈다.--- p.227
좀 더 거시적인 시야에서 살펴보면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하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신화를 다시 검토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소득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소득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절대적인 빈곤 때문에 경험하는 불행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소득 수준에 따라 행복이 결정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종종 소득이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을 망각한 채 소득이 증가하면 더 많은 소득을 올리기 위해 자신의 시간 중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소득의 극대화를 위한 활동들이 주관적인 행복 수준을 향상시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삶의 행복을 설계할 때 소득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실제로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재와 앞으로 경험하게 될 미래에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지금 어떤 활동들이 필요한지에 관한 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어떤 활동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할애할 것인지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간배분 전략을 설계해 보는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