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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 평전

비트겐슈타인 평전

: 천재의 의무

[ 양장 ] Meaning of Life 시리즈-0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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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2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904쪽 | 1418g | 153*224*40mm
ISBN13 9788998045098
ISBN10 8998045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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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남기창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천재능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비실재론, 판단의존론 그리고 정적주의」 등 다수의 논문을 썼으며, 제6회 철학연구회 논문상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 《비트겐슈타인과 철학》, 《비트겐슈타인 규칙과 사적 언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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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팔에는 윈드 재킷과 낡은 군복 바지를 입은 가냘픈 노인이 기대어 있었다. 만일 지성으로 빛나는 얼굴이 아니었더라면, 사람들은 그를 맬컴이 추위를 피하게 해주려고 데려온 거리의 부랑자로 간주했을지도 모른다. (…) 나는 개스(Gass)에게 속삭였다. “저 사람이 비트겐슈타인이다.” 개스는 내가 농담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농담하지 말라”라는 식의 말을 했다. 그 후 맬컴과 비트겐슈타인이 입장했다. 블라스토스(Gregory Vlastos)가 소개되었고 그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모임의 사회를 보던 블랙이 일어서서 그의 오른편을 향했다. 이제 분명해졌다. 모든 사람이 놀랍게도 (…) 맬컴이 모임에 데리고 온 그 야윈 노인에게 블랙이 말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 그리고 그 충격적인 말이 들렸다. “비트겐슈타인 교수님,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하고 블랙이 말했다. 블랙이 ‘비트겐슈타인’이라고 말하자마자 그 자리에 모인 학생들이 숨을 크게 멈추는 소리가 났다. 당신은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 ‘비트겐슈타인’은 1949년의 철학 세계에선, 특히 코넬에선 신비스럽고 두려운 이름이었다. 그 숨이 멎는 소리는 블랙이 “플라톤,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라고 말했을 경우에 생겼을 것과 같은 것이었다. --- p.797

그의 강의 스타일은 다른 강사들의 스타일과 아주 달라서 자주 묘사의 대상이 되었다. 그는 노트 없이 강의를 했고, 자주 수강생들 앞에서 그저 혼자 중얼거리며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끔 그는 “잠깐만, 생각 좀 해볼게요!”라고 말하면서 강의를 멈춘 후 몇 분 동안 위로 향한 자신의 손을 응시하면서 앉아 있곤 했다. 때때로 강의는 용감한 학생의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다시 시작되곤 했다. 종종 그는 “나는 멍청이야!”라든가 “이건 지독하게 어렵군!”이라고 격렬한 탄성을 지르며 자신의 우둔함을 저주하기도 했다. --- pp.415~416

비트겐슈타인이 친구들과 학생들에게 학교를 떠나라고 충고한 것은 알맞은 생활을 하기에는 학교의 공기가 너무 희박하다는 확신에 근거한다. 그는 드루어리에게 케임브리지에는 산소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것은 비트겐슈타인에게는 아무 문제가 안 되었다. 그는 자신의 공기를 제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고 케임브리지의 공기에 의존하는 사람들에게는 거기를 떠나서 더 건강한 환경으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했다. --- pp.477~478

맬컴과 함께 그는 놀랄 정도로 많은 세미나와 토론에 참석했다. (…) 넬슨은 그중 한 경우를 “아마도 그가 보냈던 시간 중 철학적으로 가장 분투하며 지냈던 두 시간”으로 기억했다.
“그는 탐구를 무자비할 정도로 밀고 나갔기 때문에 내 머리는 거의 터질 것 같았다 (…) 문제가 어려워지더라도 휴식 시간은 없었고 주제에서 벗어나는 일도 없었다. 우리가 토론을 끝냈을 때 나는 완전히 탈진했다.”
넬슨의 반응은 전형적인 것이었다. 비록 다른 사람들이 토론의 주제를 정했지만 언제나 토론을 지배한 것은 비트겐슈타인이었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그들이 익숙하지 못한 정도의 강력하고 세심한 집중력을 요구했다. 어느 날 그런 토론이 끝난 후 바우스마는 그렇게 저녁을 보내면 혹시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건 아닌지 비트겐슈타인에게 물었다. (…) “그렇지는 않아요. 하지만 나는 미쳐버릴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 pp.790~791

램지와 스라파를 제외하곤, 비트겐슈타인은 케임브리지 교수들과는 별로 관계가 없었다. (…) 그는 무어의 표현의 정확성을 높이 사고, 종종 그가 만들고 싶어 하는 특정한 의미에 맞는 정확한 단어를 찾기 위해 그것을 사용하곤 했지만, 비트겐슈타인은 그를 독창적인 철학자로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무어? 그는 전혀 아무런 지적 능력도 없는 사람이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 (…) 비트겐슈타인은 존슨을 논리학자로서보다 피아니스트로서 더 좋아했고, 존슨의 연주를 듣기 위해서 그의 일요일 저녁 ‘집(at home)’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석했다. 존슨 쪽에서 보면, 비록 비트겐슈타인을 좋아하며 칭찬했지만 그의 귀환을 ‘케임브리지에 닥친 재앙’으로 생각했다. 존슨은 비트겐슈타인을 ‘토론을 같이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 pp.378~379

허트와 파스칼 모두에게 고백을 듣는 것은 불쾌한 경험이었다. 허트의 경우, 불쾌하게 느낀 이유는 라이언스의 카페에서 그와 마주 앉은 비트겐슈타인이 그의 죄를 크고 분명한 음성으로 낭송하는 동안 그저 앉아 있는 것이 창피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파스칼은 모든 것에 화가 났다. 비트겐슈타인은 적절치 않은 시간에 전화를 해서 그녀를 보러 갈 수 있는지 물었다. 그녀가 급한 일이냐고 묻자, 급한 일이라서 기다릴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 어느 순간 그녀는 이렇게 외쳤다. “뭐가 문제입니까? 당신은 완전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겁니까?” 그러자 그는 벽력같이 외쳤다. “물론이야! 나는 완전하게 되기를 원해!” --- pp.526~527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관심은 많지만 그의 생애를 모른 채 그의 철학만을 연구하는 사람들과 그의 삶에 매력을 느끼지만 그의 철학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양극단으로 나누어진 것은 불행한 일처럼 보인다. 가령 노먼 맬컴(Norman Malcolm)이 쓴 《회고록(A Memoir)》을 읽고 책에서 묘사된 인물에 매혹된 후 스스로 비트겐슈타인의 저서를 직접 읽을 마음이 생겨나 읽어보았지만 한 글자도 이해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는 경험은 흔히 있는 일이다. 비트겐슈타인이 탐구한 철학적 주제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입문서들이 많이 있다고는 하지만,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사람과 그의 철학과의 관계(그의 삶을 지배했던 정신적, 윤리적 관심사와, 그것과는 조금 동떨어진 것 같지만 그의 저술에 나타나는 철학적 문제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빠뜨리고 있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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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의 삶에 대한 태도는 엄숙하고 숭고하며 인간으로서 그는 위대하고 아름답다. 그는 문학 속의 주인공 안티고네와 카르멘 같은 정신적 귀족에 속한다. (…) 몽크의 재미나는 소설같이 읽히는 전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진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정신위생학적으로도 귀중한 양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박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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