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먹보 대장
공부와 청소에는 시큰둥하다가도 점심시간만 되면 나서기 대장으로 변하는 구로사와. 급식 당번을 정할 때 한바탕 소란을 피워 급식 당번이 된다. 게다가 나보고도 급식 당번을 하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나도 얼떨결에 급식 당번이 된다.
“오늘은 우리 반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겠어요. 먼저 급식 당번 하고 싶은 사람 손들어 보세요.”
선생님 말씀이 끝나기 무섭게 구로사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저요, 저요, 저요, 저요욧!”
구로사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의자 위에 올라가 팔다리를 흔들며 한참 동안 소란을 피운 끝에 결국 급식 당번으로 뽑혔다.
“야, 너도 급식 당번 해!”
구로사와가 나도 급식 당번을 하라고 소리쳤다.
사실 나는 꽃 당번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구로사와가 하도 정신없게 굴어서 “에헤헤헤.” 하고 실실거리다가 그만 급식 당번이 되고 말았다.
“에잇, 정신없게 구는 녀석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까.”
고지마가 못마땅해하며 투덜거렸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카레라이스
오늘은 급식으로 구로사와가 좋아하는 카레라이스가 나오는 날이다. 아침부터 잔뜩 흥분한 구로사와는 수업을 거의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3교시가 끝나자마자 잽싸게 급식복으로 갈아입고 조리실로 쌩하니 달려간다. 다들 구로사와가 4교시가 끝났다고 착각한 걸로 알고 웃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구로사와는 다시 교실로 돌아오지 않는데…….
“좋아, 할 수 없지. 우리 다 같이 구로사와를 찾으러 가자!”
선생님이 앞장을 서자 우리는 모두 그 뒤를 우르르 따라 나갔다.
구로사와는 역시 조리실에 있었다. 조리실 문에 딱 붙어서 영양사 선생님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일하시는데 방해해서.”
선생님이 인사를 하자 조리실에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뒤를 돌아보더니 “와하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영양사 선생님이 미소 지으며 설명했다.
“구로사와가 방금 1학년 1반은 모두 먹보라서 점심 시간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곧 이리로 몰려올 거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정말로 이렇게 뛰어왔네요.”
영양사 선생님과 조리실 아주머니들이 다시 “와하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 4교시입니다. 급식은 저한테 맡기시고 여러분은 다시 교실로 돌아가 수학 공부를 하시지요.”
구로사와가 잔뜩 점잔을 빼며 말했다.
아주 공평하게 찔끔찔끔!
점심시간만 되면 알아서 척척 움직이는 구로사와. 오늘은 카레를 아이들에 차례대로 떠 주면서 줄을 똑바로 서라고 큰소리를 탕탕 쳤다. 그런데 구로사와는 일부러 아이들에게 카레를 조금씩만 나눠 준다.
“구로사와, 치사하게 그럴래? 공평하게 나눠 달라고.”
줄을 선 아이들이 한마디씩 불평을 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공평하게, 공평하게 나누어 줄게. 다음, 다음, 다으음.”
구로사와는 정말로 공평하게 카레를 찔끔찔끔 얹어 주었다.
마지막은 선생님 차례였다. 구로사와는 선생님에게도 카레를 조금밖에 주지 않았다.
“애걔, 겨우 이만큼?”
선생님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누구한테나 공평하게 드립니다.”
또 다른 우리 반 먹보 대장
구로사와는 엄청나게 많이 남은 카레를 연거푸 다섯 번이나 떠다 먹는다. 결국 배탈이 난 구로사와는 화장실로 달려간다. 그 사이 구로사와가 좋아하는 예쁘장한 마리아가 남은 카레를 모두 먹어치운다. 뒤늦게 교실로 돌아온 구로사와는 마리아가 자기보다 카레를 두 번이나 더 먹었다는 것을 알고 분해한다.
“저기, 카레는 내가 다 먹었어.”
마리아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구로사와, 너는 카레라이스 몇 번 먹었어?”
마리아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
“다섯 번.”
구로사와가 얼떨떨한 얼굴로 대답했다.
“우아, 내가 이겼다! 나는 일곱 번 먹었어. 그것도 카레랑 밥이랑 듬뿍 담아서.”
마리아는 두 팔을 불끈 치켜들고 또 생글생글 웃었다.
“진짜?”
구로사와는 깜짝 놀라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진짜야!”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졌다!”
구로사와가 고개를 툭 떨궜다. 마리아보다 적게 먹어서 정말로 분한 모양이었다. 59, 60쪽
다음번에는 꼭 열 번 먹을 거야!
배탈이 심해서 결국 양호실에 가게 된 구로사와. 나는 선생님과 함께 구로사와를 보러 간다. 양호 선생님은 구로사와에게 음식은 배 속에 저장해 둘 수 없으니 적당히 먹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구로사와는 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열 번은 먹겠다고 말해 모두를 당황스럽게 만드는데…….
“시라카와 선생님, 점심시간에 많이 먹기 대회를 하면 어떻게 합니까? 큰일 날 뻔했잖아요.”
우리 선생님은 양호 선생님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쩔쩔맸다.
나는 선생님이 불쌍해 보였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