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행어사는 하급관리인 당하관에서 뽑았다. 고위정치관료가 암행어사로 활약했던 것은 아니었다. 암행어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당상관이 아닌 당하관에서 뽑은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암행어사의 임무는 부정부패를 적발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나이 들어 노회한 고위정치관료들보다는 젊은 관리들이 적격이었다. 젊은 관리들은 관리로서의 경험이 미숙하지만 정의감에 불타는 장점이 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강개함으로 사사로운 정에 사로잡히거나 뇌물에 매수되지 않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암행어사의 직무가 상당한 체력을 요구했던 데 있었다. 암행어사는 하루에 말을 타고 수백 리를 달려가야 했고, 여러 날의 걸식도 견뎌야 했다. 순회하는 지역이 여러 곳일 경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신출귀몰함도 요구되었다. 그러나 실무 경험이 미숙하면 오히려 지방수령들에게 휘둘릴 우려가 있었다.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하자 영조대에는 수령을 지닌 전적이 있는 자 중에서 암행어사를 선발하기도 했다. --- 「암행어사란 무엇인가」 중에서
어느 인물을 탄핵하려면 그 인물의 잘못에 관한 증거가 분명하게 제시되어야만 억울한 누명을 쓰는 일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고관대작의 비행에 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만큼 정확한 정보를 획득할 수는 없다. 그런 증거가 있다 해도 자신의 신분을 밝혀가면서까지 대간에 자료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때문에 대간들은 풍문탄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풍문의 근거를 찾을 수 없게 되면, 국왕이나 대신은 풍문의 선 발언자를 추궁했다. 성종 3년 집의 임사홍과 장령 이맹현이 평창군수로 임명된 김순성을 탄핵했다. 그러나 내심 지목한 것은 김순성의 배후에 있는 한명회였다. 대간이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 것을 아는 한명회는 그 고발이 근거 없다고 하면서도 자신의 직첩을 거두어 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진심은 아니었다. 어린 왕에게 은근히 압력을 넣기 위한 의도였다. 왕은 이맹현에게 탄핵의 근거를 물었다. 그러자 이맹현은 “저희들이 그런 사실을 직접 듣거나 목격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김순성이 청탁하지 않았다면 한명회가 어떻게 김순성의 처가 병중인 것을 알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