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달러라도 좋으니 돈을 내!”
101이 다그쳤다. 별로 달갑지 않은 할인이었다.
“100달러. 목숨은 살려줄게.”
또다시 반값 할인! 너희가 무슨 창고 정리하는 부도난 슈퍼마켓이냐? 내가 일어서는 것을 라틴남이 도와주었다. 납치한 주제에 불필요하게 친절했다. 심지어 내 등에 붙은 먼지까지 손으로 털어주었다. --- 「3류들의 납치」 중에서
‘춥다…. 배고프다….’
여행 중 추위에 떨거나 허기를 느끼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면 도대체 추위 때문에 괴로운 건지, 공복 때문에 괴로운지조차 모르게 된다. 만약, 에게해에서 여신이 나타나 “당신의 괴로움 중 어느 쪽을 없애드릴까요?”라고 묻는다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 걸까? 추위? 공복? 서바이벌 상식대로라면 추위를 없애달라고 한 다음, 여신을 구워 먹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 「생체실험, 굶어 죽기 vs. 얼어 죽기」 중에서
“100달러라고? 100킵을 잘못 말한 거 아니야?”
“아니, 100달러.”
“미국 돈 100달러?”
“미국 돈 100달러.”
완전 바가지다. 라오스에서 10달러라고 하면,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해 산적을 처단할 수 있는 가격이다. 거기에 0을 하나 더 붙이면 PMC(민간군사기업)를 고용하고, 산적들의 주둔지를 화염방사기로 깡그리 태워버릴 수 있다. -해적과 격랑, 둘 중 하나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 방에서 지냈을까?’
벽에는 다양한 총이 그려져 있었다. 게다가, 친절하게 전화번호까지 적혀 있었다. 총이 피자 같은 것이라니…. 누군가 죽이고 싶으면, 저 번호 중 하나를 누르면 된다. ‘이 방에 있는 바퀴벌레를 죽이려면 어떤 총이 좋을까?’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나는 총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 「타코, 총알 그리고 식욕의 함수관계」 중에서
“하하하하하하하!”
그는 웃기 시작했다. 그를 따라 전원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재미는 없었지만, 사회적인 인간인 나는 함께 웃기로 했다.
“하하하……하하!”
여전히 의심스러운 산타클로스들 때문에, 웃는 얼굴을 만들기 위해서는 부자연스럽게 근육을 당겨야 했다. 괴로운 웃음이었다. 웃음은 귀찮을 정도로 계속되었다. 잦아든다고 생각하면 그 중 누군가가 다시 크게 웃었고, 그러면 또다시 전원이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나 역시 어느새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 진이 빠지도록 웃자 공포도 긴장도 불안도 사라졌다.
--- 「루돌프 택시와 여섯 명의 산타클로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