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사람들은 무언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매우 유능하고 성취욕에 불타는 사람들이 안정된 직장에 대한 전망도 없이 형편없는 보수를 받으며 일하고, 훌륭한 교육을 받고 열심히 일하면 승진과 성공이 보장된다고 여겼던 사회적 관념이 무너졌다. 윤리와 도덕적 미덕도 점점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처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과 주변 친구들도 고통을 함께 느끼고, 심지어 절망하거나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실패, 고통, 절망을 느끼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며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더 열심히 배우고 더 열심히 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안간힘을 써도 성공과는 거리가 멀고 때로는 자살이 유일한 출구처럼 여겨질 만큼 극도의 수치심에 사로잡히게 된다면, 이런 비극적 상황을 타개하고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나는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 요지부동처럼 보이는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에 입각한 용기가 필요하다. 무자비한 경쟁, 불공정한 사회적 구조와 복지 배분, 훼손된 인간의 존엄성 등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우리는 함께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진정으로 개선을 원한다면 이런 상황에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헤쳐 나갈 수 있는 대안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납득할만한 관념과 일반적인 규범을 받아들일 용기를 북돋아 일으킬 때 비로소 잘못되어 가는 사회 구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용기에는 여러 면이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길거리에서 데모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나는 한국 독자들이 필요한 변화에 맞부딪칠 적절한 용기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이런 대담한 용기를 가지면 엄청난 정신적 힘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삶에 만연한 무기력과 절망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은 세계화된 세상에서 비슷한 고통을 겪는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한국어판 저자 서문
어떤 기능을 이용해 주로 결정하는지를 알면 두 번째 질문, 즉 ‘결정을 한 후에 더 편안한가 아니면 하기 전에 더 편안한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결정을 한 후에’ 마음이 더 편해지는 사람은 어떤 일을 쉽게 결정할 것이다. 일이 결정되고 마무리되면 이를 환영하고 만족해한다. 이런 사람은 눈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일을 불편하게 여긴다. 따라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결정을 좋아하고 규율과 통제를 높이 평가한다. 이런 사람은 빠르고 체계적이며 확실하게 행동한다.
이와 달리 ‘결정하기 전에’ 마음이 편안한 사람은 그 상태에 머무르기 위해 최대한 오래 결정을 미루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무한한 가능성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미정 상태에 매혹되어, 확정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미정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며 더 나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를 느긋하게 기다린다. 창의력, 자발성, 유연성이 이들의 장점이지만 결단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왜 그럴까? ---p.22
직장 일이 오래전부터 참을 수 없는 것이 되거나 그 때문에 병이 날 지경이라고 상상해보라. 새 직장이 눈에 띄지 않는데도 과감히 사표를 던질 수 있는가? 또는 사랑하는 사람이 불난 집에 갇혔거나 가족이 중병에 걸려 신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용기가 있는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당신은 자신이나 남을 용기 있게 책임질 수 있는가? ---p.75
아는 만큼, 그리고 준비를 철저히 하는 만큼 우리의 능력은 커진다. 새로운 과제가 생기고 용기 있게 한계를 극복해야 할 때는 그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혜와 건전한 지식은 용기 있는 행동을 유발하는 힘의 원천이다. 에리히 캐스트너는 지혜 없는 용기는 잘못된 행동이고, 용기 없는 지혜는 바보짓이라고 말한다. 플라톤도 그렇게 확신했다. 그는 지혜 없는 용기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결과는 무분별함, 무모한 행동, 위험에 대한 틀린 판단일 것이다. 물론 이런 지혜는 지식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의 삶을 넘어 무한하고 신적인 것과 결부된다. 지혜에 대한 사람은 옳고 선한 관념을 인식하게 해주고, 이 관념은 자신을 적극적이고 용기 있게 바꾸어 놓는다. ---p.164
이런 식으로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좋은 만남이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잠재력과 접촉할 수 있고, 그 잠재력을 꽃피우거나 용기 있게 전진할 수 있다. 장기간 관계를 맺는 사람일수록 우리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우상이나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롤 모델에 둘러싸인다. 그것도 아주 어릴 때부터 말이다.
---pp.216~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