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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자작 감행

혼밥 자작 감행

: 밥도 술도 혼자가 최고!

리뷰 총점8.4 리뷰 12건 | 판매지수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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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375g | 128*188*19mm
ISBN13 9788952738905
ISBN10 895273890X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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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새삼스러운 마음으로 분홍 소시지를 먹어본다. 역시나다. 특별히 맛있지도 않고, 특별히 맛없지도 않다. 그리고 그렇다는 사실에 아무런 불만도 없다. 그저 한결같이 입을 오물거릴 뿐이다.
--- p.20

나는 이자카야에서 찌그러져 있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다. 이자카야에 혼자 들어가 다들 즐겁게 왁자지껄 마시는 모습을 어두운 눈초리로 흘깃흘깃 바라본다. ‘괜찮아. 나야 뭐 어차피…’라고 생각하며 기가 살짝 죽은 채 술을 마신다. 그런데 이게 즐겁다. 어두운 눈매를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몹시 귀엽다. 이런 이상한 취미의 소유자다. 그런데 취미라는 것은 점점 깊은 곳으로 빠지게 마련이므로 ‘이자카야에서 혼자 마신다’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게 되어 ‘이자카야에서 대낮부터 마신다’고 하는, 한층 더 과격한 조건에 끌리게 된 것이다.
--- p.24~25

거리를 걷다가 음식 모형을 발견하면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다. 길 건너편에서 발견했다면 그 길을 건너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
--- p.124

오니기리는 속재료 주변을 밥이 감싸고 있는 구조다. 그러므로 오니기리의 첫입은 맨밥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는 이게 싫다. 정말로 싫다. 한 입 분량의 밥에 적당량의 반찬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게 매우 마음에 안 든다. 그런데 최근 이런 말을 하는 사람과 만났다. “맨밥만 먹게 되는 오니기리의 첫입. 그건 또 그것대로 좋다고 봐요.” 놀라운 깨달음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반찬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그대로를 즐긴다는 말이란 건 잘 알겠다. 그런데도 싫다. 절대로 싫다.
--- p.172~173

이렇게 공복으로 으르렁 상태일 때, 이제부터 먹게 될 한 끼에 임하는 패기는 대단하다. 그 기대도 엄청나다. 완벽을 기하자고 생각한다. 실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할 때, 인간은 대체로 실패한다. 공복으로 머릿속이 혼란한 데다가 앞뒤 재지 않는 욱하는 감정도 더해지므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날도 당연히 실패했다.
--- p.186~187

그릇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른다. 음, 냄새도 좋다. 두부 한 모를 통째로 얹은 덮밥이라니. 실제로 보니 그 박력이 대단하다. ‘두부 한 모를 올렸을 뿐’이라는 소박함도 좋다. “그 녀석, 좋은 친구야”라는 표현을 빌려 “그 녀석, 좋은 덮밥이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 p.221~222

옛날식 다방에는 설탕통이 반드시 있었다. 이성과 함께 다방에 가면, 아직 별로 친하지 않은 사이여도 “설탕은 몇 숟갈?” 하고 물어봐 주고 “세 숟갈” 하고 대답해 주던 시대였다. 뜨거운 커피 잔에 설탕 세 숟갈을 퐁당퐁당 넣어주던, 그때가 그립다.
--- p.258~259

근처에 사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점심, 어때? 시간 돼?” 하고 물어볼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됐다. 그만두자’ 싶어집니다. 그러므로 밥은 원래부터가 혼밥이었고, 밥 먹기로는 백반집이 제일 좋습니다.
--- p.287~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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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지 사다오, 이 노인네 책이 번역되어 나온다고? 깜짝 놀랐다. 주제넘지만, 나는 이 사람에게 일찍이 매료되었다. 낮술과 아침술(!)을 즐기는 이 대책 없는 만화가 할배의 책을 우연히 본 후였다. 몇 권의 일본어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일본어가 어려워서 읽다가 던져두었지만, 이걸 번역해서 내준다니.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론 억울하다. 힘겹게 번역해서 한두 줄씩 읽었는데, 여러분은 추리닝 바람에 편하게 소파에 누워 “헛, 재미있는 노인네. 정말 한잔 마시고 싶어지는걸?” 하면서 그냥 읽기만 하면 될 테니까. 어디나 사람은 같고, 어디나 안주도 같고, 어디나 술꾼은 같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된다. 소개되는 도쿄의 술집을 언젠가는 꼭 가봐야지 하고 벼르게 될 것이다. 한일 관계가 좋아질 날도 올 테니까. 그때는 나도 좀 부르시라. 쇼지 사다오 노인네의 단골집에 가서 아주 진상을 부려줄 테다. “이봐, 사다오상이 즐겨 드시는 안주를 가져오라고!” 물론 이 책에 나오는 기 센 주모들에게 쫓겨날 것이 틀림없겠지만. 어쨌든 술꾼 만세다.
- 박찬일 (셰프, 에세이스트, 애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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