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학은 사랑과 미움, 욕망과 법, 고통과 즐거움, 우리들의 언어, 꿈, 환상 등을 연구한다. 또한 그렇게 정신분석학은 단순하기도 하고 복잡한, 그러나 언제나 실재하는 일들을 맡는다. 정신분석학은 단지 추상적 사고와 이론의 수단뿐만 아니라, 분석가와 분석수행자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두 당사자 간의 구체적인 관계에서 우러나는 인간 경험에도 열중한다.
--- p.16
자신이 먼저 자기 문제의 원인에 대한 해결의 길을 재고하는 분석가의 이런 자기반성의 재능은 분석수행자의 난해한 수수께끼를 알아맞히려는 욕망에 안주하지 않고, 그 욕망을 분석가 자신 속으로 끌어들인다. 말하자면 분석수행자가 말하는 고통의 근원을 밝히기 위한 도구로 분석가 자신을 이용하는 것이다.
--- p.18
우리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행위에 부딪혀서 무의식의 존재를 공증한다. 그것은 이 행위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본질, 정신심리의 본질, 정신심리 자체로서 무의식이란 존재를 증명한다. 그때 의식은 무의식 과정의 부수적 결과요, 인식일 뿐이다.
--- p.42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에서 성애는 두 개인의 생식기관의 접촉만도 아니고 생식기관의 자극도 아니다. 정신분석학에서 “성적”이라는 개념은 “생식기관”의 성보다 훨씬 더 넓은 개념이다. 프로이트는 성애를 어린 아이의 성애와 성도착까지 그 범위를 확장했다. 우리는 신체 부위 즉 입, 항문, 눈, 목소리, 피부에서부터 환타즘에 이르기까지 어떤 쾌감을 일으키는 모든 행위를 성적인 것이라 부른다.
--- p.57-58
죽은 페렌치는 오늘날 우리에게 아주 독창적인 방식으로 아버지의 문제를 제기한다. 왜냐하면 그가 자신의 클라이언트에게 쏟아 부은 자애로움은 어머니에게만 있는 배타적인 속성이 아니다. [...] 우리는 근본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아버지나 어머니 어느 한 쪽만이 아니라 두 사람이 모두 필수불가결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 p.165
질병은 삶의 충동에 속하며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본질적인 것의 표현에 속한다. 그러나 그 질병은 또한 메달의 뒷면이자 갈등의 표시이며, 유년기에 뿌리를 둔 죄책감의 표시이다.
--- p.206
놀이의 정신분석 기법이란 무엇인가? 우선 그 기법은 정신분석의 원칙 안에는 없다는 사실에서 시작하자. 첫째로, 놀이 기법은 놀이에 의한 치료만은 아니다. 놀이 치료의 원리는 환자에게 가능한 재방출, 즉 감정 방출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환자는 외상적 사건의 기억에 결합되어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불편한 감정적 상태로부터 벗어난다.
--- p.238
아이는 어른을 치료하는 방식처럼 자유 연상을 행할 수가 없다. 그것은 아이들이 말할 줄 몰라서가 아니다. [...] “이것은 아이들이 그들의 생각을 말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불안이 언어적 연상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 p.241
멜라니 클라인은 [...] 안나 프로이트가 추천했던 정신분석에서 교육은 무익할 뿐만 아니라 프로이트적 원리에 입각하여 진행되는 분석 작업을 방해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 p.245
불안과 죄책감은 이런 오이디푸스적 근친상간의 시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파괴 충동에서 나오는 것이다. “죄책감은 사실상 파괴 충동에 대한 반작용이다.” 이 리비도 충동들은 분리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죄책감은 초자아의 형성과 섭취의 산물이다.
--- p.254
위니코트는 자기 아기가 생후 첫 몇 달까지의 기간 동안 아기와 아주 밀접하게 일체가 되고, 이론적으로 아기의 욕구들을 완전하게 수용하는 엄마를 충분히 좋은 엄마라고 평가한다. [...] 이러한 엄마는 아이에게 충분히 좋은 환경을 의미하고, 이것은 미래의 정신건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
--- p.315-316
이런[충분히 좋지 못한] 엄마는 영아의 자발적인 동작과 욕구에 응하는 대신, 자기 자신의 것으로 대체하려 한다. 그런데, 가장 나쁜 엄마는 “처음부터 괴롭힐 수밖에 없는 사람, 즉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이다.”
--- p.318
돌토는 부모의 신경증과 그들 자녀들의 신경증 간의 관련성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다. 그들의 아이들은 면제되지 않은, 세대로 전해지는 빚을 지닌 자들이다. 때로는 양쪽 부모의 말해지지 않은 고통이 다음 세대의 역동을 저해한다. 아동들은 그들 부모들의 역동적인 특질 또한 받고 태어난다. 그러므로 주체의 구성에는 3대가 영향을 미친다.
--- p.356
“인간은 거의 모든 상실을 승화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군가 현실을 변화시키지 않고 그 상실을 중재한다는 조건에서, 그가 누군가와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자기 경험을 몸으로 표현하지 않고 말로 할 수 있다는 조건에서 그렇다.” 또한 [...] 돌토는 정신병리적 장애가 어떤 결핍 때문이라는 현실주의적 견해는 피하고 있다.
--- p.357
증상은 말없는 질문이며, 해독해야 할 메시지이고 오해지만, 아동 자신의 진실을 표현하고 있다.
--- p.357
지각들의 중재자, 어머니는 말로 인해 감각에 가치 있는 의미작용을 부여한다. 타자의 말이 없다면, 아동의 지각들은 교감되지 않아서 몸은 사물이 된다.
--- p.364
어머니가 그녀의 배우자와 함께 있을 때, 아동의 부름에 답하지 않는 것은 어머니의 구조적인 행동이다. 그것은 어머니에게는 모성적 타자 이외의 것, 결과적으로 2자구도 이외의 것이 있음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행동이다.
--- p.366
거세는 장애나 부정적인 손상이 아니라 활력을 주고 더 큰 자율성을 얻게 하는 조건이 된다. 거세는 더 이상 타자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인간화된 존재를 수반한다.
--- p.377
인간은 인격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하나의 인격이다. 그래서 인간은 광인이지만, 그것은 정신병의 임상적 의미에서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의 구조로써 이 근원적 광기를 임상적 의미의 편집증에서 본다.
--- p.449
나의 욕망은 문자 그대로 타자의 욕망이다. 내가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서, 나는 타자의 꼭두각시놀음, 타자의 욕망의 길을 통과한다. 나는 타자의 흔적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의 욕망은 타자가 내게서 드러낸 것이다.
--- p.455
인간은 부채로 구성된다. 이 부채의 경우, 부채를 진 사람은 당사자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앞 세대의 부채를 갚아야만 한다. 인간의 운명은 큰타자의 부채를 갚아야 하고, 문제의 부채를 갚기 위해 큰타자를 대신해야 한다. [...] 강박신경증이 구성하는 일련의 증상을 앓고 있는 『쥐인간』은 결코 그 자신이 진 적 없는 부채를 갚아야만 했다. 왜냐하면 부채를 진 사람이 그의 부모, 특히 그의 아버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 신경증에 걸린 주체는 그가 지지 않은 부채, 그의 역사 속에서 그의 선대 타자들이 진 부채를 갚는다.
--- p.462-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