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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이론

끈이론

: 강박적이고 우울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가장 고독한 경기, 테니스

[ 양장 ] 알마 인코그니타이동
리뷰 총점8.4 리뷰 8건 | 판매지수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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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에세이 top100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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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2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48g | 130*213*18mm
ISBN13 9791159922718
ISBN10 115992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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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당신이 테니스를 몰라도 읽어야 합니다.
도서1팀 김유리 (asalighter@yes24.com)
2020-04-29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를 모르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단 한권의 책은 바로 이 『끈이론』이다. 이 책 속에는 애독자들이 월리스를 사랑하는 모든 것을 담겨 있다. 그의 차갑지만 씁쓸한 위트와 건조한 사막이 그려지는 문체, 그리고 뛰어난 리듬감까지. 거기에 그를 잘 몰라도, 그가 말하고 있는 ‘무엇’을 처음 보았을지라도 생생하게 느끼게끔 그리는 문장력은 덤이다. 그가 쓰면 에세이도 하나의 예술이 된다.

『끈이론』은 월리스가 덕질에 있어선 최절정임을 가늠하게 하는 에세이집이다. 우리가 테니스를 전혀 몰라도 그를 믿으면 된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애독자들이야 그가 대단한 테니스 애호가인 것을 알고 있겠지만, 처음 그를 접하면서 알게 무언가. 이 책에서 그는 진정한 테니스 덕후일 뿐. 나 역시 그가 이렇게나 테니스를 사랑했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테니스가 이렇게나 예술적인 운동인지도 몰랐다.

센트럴일리노이에서 열 다섯 살까지 주니어 테니스 선수로 활동했던 월리스는 테니스와 그것을 둘러 싸고 있는 코트, 바람까지도 파악해놓았다. 세월이 지나 지금 전문가가 봐도 경악할 수준이다. 물리학과 신체적 요소까지 어느 것 하나 빠트리지 않는 정교한 문장들은 독자들의 혼을 쏙 빼놓기 딱 좋다.

이 에세이의 매력은 자신만의 경험에 머물지 않고, 마이클 조이스, 페더러 선수의 경기를 맛깔 나게 복기해주는 신선한 경험을 에세이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너무 바빠 이 232쪽의 책을 다 못 읽은 수준이라면 「살과 빛의 몸을 입은 페더러」라도 꼭 읽어보시길. 월리스의 몰아치는 필력과 위트에 휩쓸려, 읽는 내내 기어코 코트 위에서 랠리를 한 판 뛰게 한 기분이 들 테니까. 그렇게 우리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팬이 된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닌 게 아니라 센트럴일리노이의 조건은 수학적 관점에서는 흥미롭고 테니스적 관점에서는 열악하다. 여름은 열기와 젖은 장갑 같은 습기를 내뿜고, 기이할 정도로 기름진 토양은 풀과 넓은잎을 테니스장 표면 위로 온 힘 다해 밀어올리고, 깔따구는 땀을 빨아 먹고 모기는 밭의 고랑과 밭 둘레의 녹조투성이 도랑에 알을 낳고, 나트륨등에 이끌린 나방과 똥깔따구가 키 큰 조명등마다 주위에 작은 행성을 이루고 온통 불 밝힌 테니스장 곳곳에 작은 그림자를 펄럭거리기 때문에 야간 테니스 경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악조건의 가장 큰 원인은 바람이다. 바람이야말로 센트럴일리노이 야외 생활의 질을 좌우하는 최대의 단일 요인이다. 휘어버린 풍향계와 기우뚱한 헛간을 소재로 삼은 이곳 농담은 일일이 기억할 수 없을 정도이고 온갖 바람을 일컫는 남부 지역의 별칭은 눈을 일컫는 이누이트족의 별칭보다 많다. 바람에게는 성격이 있었고 (고약한) 기질이 있었고 필시 의도가 있었다. 바람이 낙엽을 어찌나 규칙적으로 욱여넣어 선과 호를 만들었던지 사진을 찍어서 크라메르 공식(ramer’s Rule)과 3차원 공간에서 곡선의 외적을 구하는 방법의 예로 교과서에 실어도 좋겠다 싶을 정도였다.
--- p.23

오스틴의 이야기는, 운동만 하다가 스물한 살에 소진된 영재가 겪은 역경은 정도 차이를 제외하면 일만 하다가 예순두 살에 죽은 공인회계사 가장이 겪은 역경과 아무런 차이가 없으므로, 심오할 수도 있었다. 이 책은, 열일곱 살에 모든 것을 얻었다가 스물한 살에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이유로 모든 것을 잃는 것이 그 뒤에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말고는 죽음과 꼭 같으므로, 참된 영감을 불어넣을 수도 있었다. “트레이시 오스틴이 챔피언십 테니스 너머의 삶을 발견하기까지의 오랜 분투를 그려 영감을 불어넣는 이야기”라는 책날개 문구에서 약속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책날개 문구는 거짓말이다. 여기서 ‘영감을 불어넣는(inspirational)’이라는 말은 ‘가슴 따뜻한’, ‘훈훈한’, 심지어 (하느님, 용서하소서) ‘장대한’ 따위와 기본적으로 똑같은 상투적 광고 문구 클리셰의 의미로서만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느 상품 광고 클리셰와 마찬가지로 이 문구는 모든 것을 암시하되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으려는 수작이다.
--- p.72

방송용 블레이저 차림의 중저음 아나운서들은 경기가 끝날 때마다 찾아와 신체적 천재들에게 틀에 박힌 클리셰를 이런 식으로 짜깁기해달라고 요구한다. 시간이 좀 지나면 이 문구들은 일종의 묘한 자장가처럼 들리기 시작하는데, 방송국에서 끈질기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방송하는 것은 물론 이런 진부한 말을 진지하게 좋아하는 시청자가 많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들이 자신의 감정을 묘사할 때의 공허가 마치 우리가 믿고 싶은 무언가를 확증하기라도 한다는 듯.
--- p.75

단언컨대 테니스는 스포츠 중에서 가장 아름다울 뿐 아니라 가장 힘겹다. 테니스는 신체 통제, 손과 눈의 협응, 재빠름, 최고의 속도, 지구력, 그리고 조심과 (우리가 용기라고 부르는) 놓아버림의 기묘한 조합을 필요로 한다. 두뇌도 필요하다. 수준 높은 경기의 한 포인트에서의 한 번의 공방에서의 단 하나의 샷은 역학적 변수의 관점에서 악몽과 같다. 네트의 (가운데) 높이가 91.4센티미터이고 두 선수의 위치가 (비현실적이게도) 고정되었다고 가정하면 샷 하나의 위력을 결정하는 것은 각도, 깊이, 속도, 스핀이다. 이 요인들은 각각 또 다른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이를테면 샷의 깊이를 결정하는 것은 공이 네트 위를 지나는 높이에다 속도와 스핀을 아우르는 어떤 함수를 조합한 것인데, 공의 네트 위 높이 ‘자체’는 선수의 신체 위치, 라켓 그립, 백스윙 각도, 라켓 면 기울기, 공이 실제로 줄에 닿는 시간 동안 라켓 면이 움직이는 3-D 좌표로 결정된다. 변수와 요인의 나무는 가지를 뻗고 또 뻗으며, 상대 선수의 위치와 성향과 그가 친 공의 탄도학적 특징을 고려하면 더더욱 뻗어 나간다. 현존하는 어떤 CPU도 단 한 차례의 공방에 관계된 모든 변수를 계산하지 못한다. 메인프레임에서 연기가 피어오를 것이다. 여기에 동원되는 사고는 살아 있고 차원 높은 의식을 지닌 존재만이, ‘무’의식적으로만 해낼 수 있다. 즉, 재능과 반복을 고도로 결합하여 의식적 사고 없이도 변수를 조합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일정 수준 이상의 테니스는 일종의 기예다.
--- p.117-118

그는 짐승처럼―필리푸시스를 보면 정말 그런 생각이 드는데―스파르타인처럼 생겼다. 크고 느린, 기계 같은 파워 베이스라이너로, 눈에는 싸늘한 적의가 감돈다. 그와 맞서는 샘프러스는 정확히 문볼을 구사하지는 않지만 허약하고 지적이고 (슬기롭고 슬픈) 시인처럼 보이며 민주주의만이 그렇게 지칠 수 있는 듯한 방식으로 지쳐 보인다. 그의 표정은 몬트리올과 신시내티 등에서 여름내 그를 괴롭힌 야릇한 윔블던 이후 우울감으로 가득하다.
--- p.158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의 한 장면 같았다. 어떤 소리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내 배우자 말로는 헐레벌떡 들어가 보니 소파에 팝콘이 널브러져 있고 나는 한쪽 무릎을 꿇었는데 눈알이 장난감 가게에서 파는 눈알 같았다고 한다.
어쨌든 이것이 페더러 모멘트의 한 예이며, 텔레비전에서만 봐도 이런데 텔레비전 테니스와 실제 테니스의 관계는 비디오 포르노와 현실에서 느끼는 인간적 사랑의 관계와 같다.
--- p.192-193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테니스를 못 치거나 심지어 안 보는 사람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책이다. 월리스는 로저 페더러가 라켓을 휘두르듯 능숙하게 펜대를 휘두른다. 찬란히 빛나는 그의 다른 작품들에서처럼 월리스는 이 산문에서도 쇠숟가락 구부리듯 언어를 다루는 기막힌 방법을 발견하고야 만다.
- 빌 게이츠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회장)
스포츠가 예술의 일종임은 누구나 안다. 아름다우니까. 위대한 선수들은 모두 인체의 물리학을 위반한다. “인간 안에서 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초월”을 실행한다. ‘아!’ 하는 외마디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동작의 기적적 응축. 언어의 길을 완벽하게 무너뜨리는 순간적인 창조가 거기에 있다. 오랜 연습을 통해 인간의 모든 움직임을 극한에 이를 때까지 단련한 후에도, 아주 잠깐 동안만 구현할 수 있는 힘의 약동.
그런데 순간은 예술이 아니다. 찰나의 덧없음을 영원의 형태로 붙잡아 둘 수 있는 미학적 힘이 있어야 비로소 예술이 된다. 위대한 선수들의 자서전은 흔히 자신의 아름다운 움직임을 예술로 만드는 데 실패한다. 잘못은 없다. “한 번에 공 하나씩” 같은 언어적 클리셰에 대한 완전한 믿음과 자연스러운 실천이야말로 그들이 지닌 위대함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테니스라는 경기를 미(美)의 물질로 만든다. 전적으로 테니스에 바쳐진 이 책에서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단 한 줄조차 클리셰에 양보하지 않는다. 이 책은 우아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축조된 테니스 자체다. 아마추어 선수로 테니스 경기의 세부를 피부로 경험했고, 또 언어 예술가로 한 시대를 감동시킨 탁월한 소설가답다.
일대일로 적을 맞이했을 때에만 분출되는 격렬한 에너지,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받아쳐 90센티미터 높이의 네트 너머로 23.77미터 떨어진 0.1제곱미터의 네모 안에 넣을 수 있는” 기적적 정교함, 샷 하나마다 “각도, 깊이, 속도, 스핀”을 조절할 수 있는 뛰어난 지능 등 테니스의 움직임 전체가 온전한 언어를 얻었다. 불가능이 가능해지면서 테니스의 미학이 드디어 탄생했다.
- 장은수 (문학평론가,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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