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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모든 계절은 당신이 알려주었다

내가 아는 모든 계절은 당신이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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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268g | 128*188*14mm
ISBN13 9791160403268
ISBN10 116040326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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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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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이라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이라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너무 흔해서 부끄러운 말.
좋았지만 민망한 말.
하지만 이제는 안다.
모든 진심은 이렇게 흔한 말 속에 있다.
--- p.8

있잖아, 내가 외로운 거 잘 모르는 성격이라고 했잖아요?
추운 것도 더운 것도 잘 모르는 것처럼.
그런데 실은 옛날에 되게 외로웠다는 걸 오늘 문득 알았다?”
당신은 웃으면서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지금 당신이 내 옆에 있잖아? 그래서 알게 됐어.”
“…그거 너무 좋은 말이다. 그렇죠?”
--- p.31~32

“변했어”라는 말은 변한 사람이 먼저 하는 말이었다. 처음엔 의아했다. 당연한 말을 왜 하는 걸까? 한결 같은 마음이라는 게 있을까? 우리는 다양한 방향으로, 또한 지속적으로 변하는 중 아닐까? 세상엔 그렇게 깊어지는 사랑도 있을 것이다. 모든 연애는 그런 기대 위에서 묘목처럼 시작하는 마음의 상태인지도 몰랐다. 노환으로 병상에 있는 아내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면서 서로 웃거나, 서로 엉덩이에 손을 대고 설거지를 하는 노년 부부의 사진을 리트윗할 때의 애틋한 판타지. 하지만 그렇게 강인한 일상을 지탱할 의지나 힘은 아직 없는 채.
--- p.67

요즘은 변하는 마음이야말로 물처럼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랑이 차게 식는 쪽으로 변하는 건 아니다. 이별이 두려워서 망설이는 관계도 있지만, 모든 이별이 실패는 아니라는 것도 지금은 안다. 어제는 저 앞에서 예쁜 얼굴로 뛰어오는 당신을 보면서 어떤 다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내일 당신을 잃을 것처럼 오늘은 오늘의 사랑을 하자고 노래 가사처럼 생각하면서 당신 쪽으로 조금 더 빨리 걸었다. 그렇게 매일 새로 시작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등 뒤에 죽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소중한 하루를 독촉하듯이. 슬픔도 두려움도 없이, 변하는 것은 변하는 그대로 아무렇게나 두고.
--- p.70

그때 조금 더 솔직했다면 어땠을까? 어딘가 갈라지는 걸 막을 수는 없었겠지만, 마음이 갈라졌으니 섭섭하다고 말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때 그렇게 싸웠다면, 둘 사이에 도사리고 있었던 어떤 문제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었을까? 하지만 헤어질 사이는 어차피 헤어진다는 운명론적 허무, 개인의 역사에도 가정문은 의미가 없다는 사실만 점점 더 명확해졌다. 더불어, 그때 헤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행복도 없었을 거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마음이 조금 더 복잡해졌다. 인연은 끝나지만 사랑은 끝나지 않았고, 그때 그렇게 엉망이었으니까 지금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작은 희망 같은 것.
--- p.142

나쁜 일을 경험하고,
나쁜 시기를 관통하고,
나쁜 이별을 하고 나서야 깨닫는 일이 있다.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을 땐 마음에 힘을 빼고 계절 탓을 했다.
참 오래 돌아왔다고 좋은 사람 곁에서 생각했다.
애꿎게, 다시 봄이었다.
--- p.164

다만 한 가지 원칙은 생겼다. 이제 말은 최대한 덤덤하게 하려고 한다. 보고 싶다는 말도, 이런 거 이젠 그만하고 싶다고 말할 때도 침착한 마음으로 담백하게 전하려고 한다. 뼈를 맞출 때 숨을 참 듯, 방에 불이 났을 때 물에 적실 만한 천을 찾는 것처럼. 말이란 그렇게도 소중한 거라서. 그것만은 분명히 알게 됐으니까.
말을 고르는 시간과 입을 여는 시간 사이를 최대한 줄이려는 연습도 같이 하고 있다. 갖고 싶은 게 생기면 그때그때 사고, 누가 예쁘다고 생각할 땐 담담하게 “당신 참 예쁘다” 말하려고도 한다. 손을 잡고 싶을 땐 그러고 싶다고, 당신이 좋아서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하려고 한다. 그렇게 애를 쓰는 동안에도 되고자 하는 어른은 아직 못 되었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게 됐다. 대화로 마음을 나누는 일은 종종 부러진 뼈를 맞추는 것보다 어려웠다. 때론 더 아프기도 하고.
--- p.2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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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다. 상대를 깊게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그러나 함부로 헤집지 않는 섬세함. 그의 글도 그렇다. 참 예쁘다. 지루한 일상, 갑작스레 찾아오는 사랑과 이별. 누구나 하는 흔한 연애를 우린 특별했다고 과대포장하지도, 그저 그런 연애로 치부해버리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덤덤히 담아낸다. 그리고 그것들은 새벽 물기를 머금은 나뭇잎처럼, 파도에 부서진 모래알처럼 이따금 반짝인다.
“자주 슬프고 매일 두렵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한 구절에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혼자가 되는 것, 둘이 되는 것, 또다시 혼자가 되는 것에도 이 책과 함께라면 조금 의연해질 수 있을 것 같다.
- 핫펠트(예은)
같이 일할 때 우성이는 늘 침착했다. 흥분한 상태를 본 적이 없었다. 그건 우성이의 자제이자 기질이었겠지만, 한편 나는 그것을 우성이의 품위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그런’ 우성이의 연애담에 대해 적고 있다.
고뇌가 많으나 사색적이고, 감수성이 강하나 헤프지 않고, 추억이 필요하나 집착하지 않는 연애의 형태. 어른이 되었지만 소년이 많이 남은 우성이의 연애는 늘 차분히 이어졌다가 고요히 허물어진다. 이 책은, 그러니까, 존중하고 존중받는 연애의 진짜 진실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이충걸 ([GQ KOREA] 초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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