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걸어가는 삶의 길에서 착한 것만으로는 왠지 좀 부족하고 참된 분별력과 지혜가 필요함을 갈수록 더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 p.34
딱히 그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서도 현재의 순간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만의 행복방정식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 p.65
하루하루를 잘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중심을 잘 잡는 일일 것입니다. 자신의 가치관이 흔들릴 때, 신앙이 흔들릴 때, 오래된 사랑과 우정이 흔들릴 때,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내적인 힘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성숙한 사람이 지닐 수 있는 가장 귀한 보물이고 지혜가 아닐는지요. --- p.122
말을 잘못 전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불화를 만들지 않는 것, 어느 자리에서나 중간 역할을 잘해 평화를 만들어가는 것 역시 중심을 잘 잡는 일일 것입니다. 곁에 있는 가족, 친지, 이웃을 골고루 사랑하며, 일터에서 맞이하는 다양한 손님들을 차별 없이 대하며, 일상의 시간들에 감사하며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곧 중심을 잘 잡는 일임을 기억하며 오늘도 기쁘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 p.123
반세기의 수도 생활 동안 수없이 기쁨에 대한 책을 읽고 묵상하고 설교도 했으나, 이제야말로 저는 자신 있게 기쁘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살아서 눈을 뜨는 것, 신발을 신는 것, 하늘과 바다와 꽃을 보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 그리고 그날이 그날 같은 단조로운 일상의 시간표조차도 모두 새롭고 경이로운 감탄사로 다가옵니다. 살아서 누리는 평범하고 작은 기쁨들, 제가 마음의 눈을 뜨고 깨어 있으면 쉽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이젠 제 탓으로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 p.146
인간관계에서 조금은 져주면서 살고 이기심과 욕심을 내려놓는 연습을 잘 해야만 내적 기쁨이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것을 다시 배우는 요즘, 기쁨으로 만든 과자, 기쁨으로 빚은 음료수를 누구에게 전할까 궁리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금방 행복해집니다. --- p.146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소중하게 여기며 진지하게 다루어야지! 작지만 큰 결심을 새롭게 봉헌합니다. --- p.155
살다 보면 우리는 예기치 않은 실수를 통해 조금 더 겸손해지고, 이를 잘만 이용하면 인간관계도 좋아지는 축복을 누리기도 하니 자신의 사소한 실수에 무조건 실망하고 한탄만 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이 좀 허술해 보이면 어떠냐/ 가끔은 민망한 김칫국물 한두 방울쯤/ 가슴에 슬쩍 묻혀나 볼 일이다’라는 구절이 특히 마음에 듭니다. 남에게 늘 멋지고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겠지만 인간적으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더라도 자신의 약점을 자랑하는 용기야말로 진정한 용기가 아닐는지요. --- p.181
지난 일 년의 삼 분의 일을 병원에 있으면서 아픔과 동행하다 보니 저 나름대로 깨우친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우리는 몸이든 마음이든 다 어딘가 조금씩 아픈 존재라는 것, 그래서 어떤 모양으로든지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p.188
사람은 서로 많이 부대끼는 그만큼 자기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조금씩 모가 깎이고 둥글어짐을 믿으니까요. --- p.188
성경에 사도 바오로가 ‘내가 자랑할 것은 약점밖에 없다’라고 말씀하는 구절이 나와요. 아! 약점을 자랑하는 용기가 있으면 살겠구나. 언제나 망신당할 각오가 있는 사람들은 제 몫을 해나가죠. --- p.215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글로 쓰긴 쉬워요. 실천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죠. 사랑의 실천은 결국 인간관계와 직결되는데요. 사랑받는 비결은 마음에 안 내킬 때도 먼저 다가가는 용기예요. 사랑하는 비결은 상대가 원할 만한 것을 먼저 헤아려서 기쁨을 주는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평범하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이를 실천하면 차츰 넓어지는 사랑을 체험할 수 있을 거예요. --- p.216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할 것을 잘 분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늘 자신을 객관화시켜서 심판대에 올려놓아야죠. 그다음에 해야 할 책임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겁니다. 문제는 하고 싶지만 하면 안 될 일을 실천하는 건데요. 그 마음이 잘 다잡아지지 않을 땐 기도를 하면 좋아요. 용기를 청하며 내적으로 선한 싸움을 시작하는 거예요. 승리를 얻도록요. --- p.216~217
우리가 비교급에서 조금만 탈피하면 삶이 달라질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은 객관적으로 굉장히 불행한 상황인데도 잘 헤쳐 나오고, 나무랄 데 없이 다 갖췄으면서도 끊임없이 울적하다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죠. 그래서 저는 ‘어둡다고 불평하는 것보다 촛불 한 개라도 켜는 것이 낫다’라는 중국 격언을 좋아합니다. 긍정적인 행동 하나가 희망의 촛불일 수 있거든요.
오늘 아침도 아이들을 깨워 씻기고 먹여 학교에 보냅니다. 남편이 출근한 뒤 홀로 식탁에 앉아 수녀님의 시를 읽어봅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흰 종이에 손을 베었다
종이가 나의 손을 살짝 스쳐간 것뿐인데도 피가 나다니 쓰라리다니
나는 이제 가벼운 종이도 조심조심 무겁게 다루어야지 다짐해본다
세상에 그 무엇도 실상 가벼운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내가 생각 없이 내뱉은 가벼운 말들이 남을 피 흘리게 한 일은 없었는지 반성하고 또 반성하면서―
―「종이에 손을 베고」 『희망은 깨어 있네』
얼마 전 여성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근거 없는 말과 험한 댓글로 오랫동안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런 슬픈 일이 있을까요. 저도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이상한 오해와 쉽게 단정 짓는 말들이 내게 던져지는 순간이 있지요. 그럴 때마다 조용히 수녀님의 시와 말씀을 새겼습니다. 평온하게 나를 다독이는 시들을 읽으며 “괜찮다, 괜찮아”라고 위로받았습니다.
일찍 연예계에 들어와 거침없이 일만 보고 달릴 때도, 결혼 후 두 아이, 한 남자와 가정을 꾸려 살고 있는 지금도 변함없이 곁에는 수녀님 시집이 있습니다. 배우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인간관계가 넓어질수록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습니다. 스쳐 지나가듯 가볍게 한 말이 그 사람에게 쓰린 상처가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습니다. ‘내가 생각 없이 내뱉은/ 가벼운 말들이/ 남을 피 흘리게 한 일은 없었는지/ 반성하고 또 반성하면서―’ 수녀님 시구를 외우다시피 합니다.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아침 햇살 아래 수녀님의 시를 읽으니 마음이 풀어져 졸리기까지 합니다. 제게 언제나 등을 토닥여주시는 수녀님. 이 평온한 마음을 안겨주는 수녀님의 시를 사랑합니다. 이번 겨울에도 수녀님의 새로운 책 『그 사랑 놓치지 마라』를 아침 식탁에서 읽겠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마음을 내려놓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도 저처럼 위로받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