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닌 성분은 오렌지 와인에서 아주 중요한데, 레드 와인에서와 마찬가지로 입안을 상쾌하게 하고 과일 향의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또한 색깔과 안정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것이, 모든 페놀성 화합물이 와인이 산화되지 않도록 돕는다. 오렌지 와인의 종류는 정말 스킨 콘택트가 됐는지 거의 알아볼 수 없는 것에서부터, 입안에 타닌을 입히는 것도 모자라 씹히는 질감마저 나는 것까지 매우 다양하다.”
--- p.8
"프리울리와 슬로베니아의 와인 양조자들은 산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오래된 비밀 무기를 갖고 있었다. 수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유서 깊은 그 방식은 바로 긴 껍질 침용이었다. 백포도를 껍질과 일주일 이상 침용하면 더 풍부한 맛과 향을 추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타닌감과 구조감이 생겨 훨씬 더 탄탄한 와인이 된다."
--- p.56
"유기농법은 21세기에 최고로 손꼽히는 와인 양조자들에게는 거의 기본이라 할 수 있지만, 라디콘이 양조 일을 시작했던 1980년대에는 그의 이름Radikon처럼 혁명적인radical 것이었다."
--- p.72
"전통적인 와인 양조 방식이 일상에서 사라져가면서, 그것을 보조하던 기반 시설도 점차 사라졌다. 크베브리 제조는 다른 오래된 지식과 마찬가지로 보통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대물림되는 아주 특수한 도예 형태이다. 1백여 년 전에는 거의 모든 마을에 크베브리 제조업자가 흔했지만, 소련이 몰락했을 때쯤에는 조지아 전체에 여섯 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 p.118
“하비는 소거법을 통해 ‘오렌지 와인’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수년이 지난 2011년, 그는 《월드 오브 파인 와인World of Fine Wine》 잡지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이름 후보들로는 ‘침용된’(기술적), ‘앰버’(모호함), ‘옐로’(이미 사용), ‘골드’(허세 부리는 느낌), ‘오렌지’가 있었는데, 반갑게도 오렌지라는 단어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에 다 있더군요.”
--- p.165
“오렌지 와인은 여러 모로 주류 화이트 와인과 비교할 때 가장 극단적인 차이의 발현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내추럴 와인 업계의 비평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터치포인트가 되었다. 표면상으로는 화이트 와인인데 경우에 따라 뾰족한 타닌감이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은 일부 전통주의자들로서는 거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 p.174
“와인 글쟁이들은 모든 오렌지 와인에 찬성 또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던 반면, 대중지와 블로그들은 그런 고민이 없었다. 2015년경에는 핫한 와인 바들을 휩쓸고 있는 새로운 와인 트렌드에 관한 명쾌한 글이 세계 곳곳에서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점차 더 많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잘못된 사실을 써놓은 엉터리 연구 글도 많았지만, 2015년 여름 《보그》지는 ‘화이트, 레드, 로제는 그만 - 이번 가을에는 오렌지를 마셔라’라는 권유의 글에서 일곱 가지 와인의 이름을 언급하며 마스터 소믈리에인 파스칼린 르펠티에의 말을 인용했다. 시대가 확실히 변했다.”
--- p.179
“보다 젊은 밀레니얼 세대가 와인이 흥미롭고, 나아가 반항적일 수 있음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오렌지 와인은 전 세계의 신생 내추럴 와인 바와 레스토랑들의 리스트에 오르기 시작했다. 뉴욕의 라신과 더 포호스맨, 런던의 테루아, 더 레머디나 세이저 앤드 와일드처럼 이제는 확실히 자리를 잡은 곳들은 굳이 오렌지 와인으로 전환할 필요도 없었다. 그곳을 설립하거나 그곳에서 일하는 젊은 기업가들, 와인 광들과 소믈리에들은 그들의 화이트 와인이 실은 앰버 또는 오렌지 와인일 수도 있다는 데에 그 어떤 콤플렉스도 없었으니까(그들의 고객들 대부분도 마찬가지였다).”
--- p.180
“위험은 가는 길마다 도사리고 있다. 와인이 잘 만들어지지 않으면 어쩌지? 고객들이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 작년 것과 너무 다르지는 않을까? 스탄코 라디콘이나 요슈코 그라브너 같은 생산자들이 초기에 그들의 와인을 재구매하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궁금해 하며 겪었을 불안, 이아고 비타리쉬빌리나 라마즈 니콜라드제가 시달렸을 끊임없는 의심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다른 이웃들처럼 수박과 감자를 심었다면 이들의 삶은 좀 더 쉽지 않았을까? 아마도 브란코 초타르나 요슈코 렌첼도 간혹 전통을 버리고 보다 현대적인 방식을 따라야 하나 고민했을 것이다.
이렇게 고집, 무모함, 그리고 극도로 확고한 비전을 가진 모든 외골수 괴짜들에게, 나는 경의를 표한다.”
--- p.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