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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로 살 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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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0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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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박은미
건국대학교 교양학부 강의교수로 철학상담치료학회 이사, 한국야스퍼스학회 이사직을 맡고 있다.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철학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으로는 ‘논리를 비트는 심리, 심리를 조절하는 논리’, ‘철학상담의 방법론으로서의 비판적 사고 교육-그 적용방법과 사례를 중심으로’, ‘의사소통과 실존적 상호소통 : 하버마스와 야스퍼스의 소통 개념에 관하여’, ‘죄책을 짊어지는 실존’ 등이 있고, 저서로는 『삶이 불쾌한가 :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철학, 삶을 묻다』(공저), 『철학을 만나면 즐겁다』(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철학의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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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불평거리를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남들이 보기에는 좋은 일만 가득한 것 같아도 그 중에 덜 좋은 일을 두고 불평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이러한 우매한 짓을 하지 않으려면 늘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한다.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는 인간이 고도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은 그만큼 고통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강아지는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라는 식으로 고통을 느끼지는 않지만, 자의식을 가진 인간은 그러한 고통을 느낀다. 그런 측면에서 인간은 불행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_ p.38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건강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자신의 단점을 무시하지 않는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함께 볼 용기가 있는 것이다. 자신의 단점을 볼 용기가 없어 스스로에게 나르시시스트적 허상을 자꾸만 덧씌우려 하지 않는다. 건강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수용해 장점은 유지하고 단점은 극복하려 노력하지만, 그러한 단점을 가진 자기를 혐오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의 단점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단점을 보지 않으려 무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되고, 자기가 원하는 자기상을 유지하기 위해 정신적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하게 된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의 단점을 볼 용기가 없는 것이다. _ p.84

상대방이 말한 본의를 왜곡해 내 마음대로 괴로워하기도 한다. 상대방은 나에게 그러한 괴로움을 주려고 한 말이 아닌데,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면서 상대방이 나를 무시했다고 붉으락푸르락할 수도 있다. 상대방의 본의도 확실히 알기 어려운데 상대방이 해놓고도 잊어버린 말에 내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상대방은 기억도 하지 못할 말에 내가 오래도록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그 말이 내 안의 열등감을 자극할 때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스스로 그렇다는 사실을 나 자신에게도 숨기려 애쓰며 살고 있는데, 그 부분을 누군가가 무심코 지적하면 나는 너무나 괴로워진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누군가의 말이 내 마음에 부정적인 언어들을 불러일으킨다면 즉시 그 영향을 차단해야한다. _ p.124

타인이 나에게 어떠어떠하게 해줘야 했다는 것을 되뇌느라 마음을 소모하는 것은 그야말로 인생을 죽 쑤는 첩경이다. 내가 아무리 그 느낌을 되뇌어봤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나만 속상해지기 때문이다. 아무 소득 없이 속상해만 하느니 상대방에게서 내가 원하는 것을 가능한 한 많이 얻어내는 것에 만족하는 편이 현명하다. 어떤 수준을 정해놓고 상대방에게 따라오라고 요구하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그 방향으로 최대한 상대방이 변하도록 돕는다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너무 한꺼번에 변화해달라고 말하면 상대방이 변화의 노력마저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 내 마음을 바꾸는 데 드는 노력이나 갈등으로 인해 겪는 고통이나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는 분명한 일이다. _ p.171

쇼펜하우어는 “인간이 행복을 누리게 하려면 더 좋은 세계로 그들을 옮기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며, 반드시 그들을 송두리째 바꿔 지금의 인간이 아닌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필연적으로 오늘날 살고 있는 모습과 다를 것이다.”라고 한 바 있다. 인간의 인식구조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인간의 존재방식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환경만 바꾸어서는 인간은 행복할 수 없음을 강조한 말이다. 행복한 순간들로만 이루어진 인생을 바라는 허황된 소망은 빨리 버리고, 지금 내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행복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지혜를 갖춰야 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할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_ p.199

배우자가 하는 행동의 80%는 마음에 들고 20%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자. 좋은 것에는 금방 익숙해져서 고마운지 모르고 나쁜 것에는 익숙해지지 않아 지겨워하게 되는 인간 인식의 특성상 20%에 더 주목하게 된다. 80%의 존재는 잊어버리는 것이다. 해가 지날수록 80%에 대한 기억이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20%에 대한 기억이 축적된다. 단점에 대한 인식이 쌓이고 쌓이니 어느 시점이 되면 도저히 못 참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인간의 자연적인 인식경향을 그대로 두면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도 의식하지 못한 채 교정적인 인식을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래도 그 사람이 이건 잘하잖아.’ 이성의 능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이러한 노력을 더하게 된다. 고마운 것을 인식하고 기억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_ p.235

우리는 혼자 있을 때 자기 자신을 대면하게 된다. 그 ‘날것의 나’는 외로워하고 있고 무언가를 회피하고 있다. 대체로는 고독과 불안을 회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 자신을 만나려면 이 고독감과 불안감이 잠잠해질 때까지 그 느낌을 대면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잘 지켜봐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점차 늘려가면서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혀야 한다. 처음에 혼자 있으려면 온갖 상념들이 떠오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상념들은 그냥 두어야 한다. 온갖 생각들이 둥둥 떠다니다 가라앉고, 둥둥 떠다니다 가라앉을 것이다. 이를 반복적으로 느끼다보면 점점 ‘가라앉힌다.’는 표현이 실감 날 것이다. 이렇게 혼
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어야 자기가 자신의 친구가 될 수 있다. _ p.268

인간 누구에게나 자신의 고유한 존재, 즉 ‘진짜 나’에 직면하고자 하는 힘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힘이 은폐되어 있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돈을 벌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돈을 번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돈만 벌며 살다보면 ‘이렇게 살다 죽는 건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내면에 숨어 있던, 진짜 나로 살고 싶은 마음이 희미하게 느껴지는 때가 온다. 그렇지만 이 마음을 느낀다고 현실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대부분 이 마음을 느끼는 그 센서 자체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마음을 가져간다. 결국 이는 자신의 죽음을 회피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지금 여기서 취할 수 있는 쾌락을 찾는다. 이렇게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죽음을 회피하기 위한 삶, 즉 현존재의 삶을 살게 된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현존재로서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공허감과 허무감을 이기지 못해 힘들어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_ p.351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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