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은 고등학교까지 같은 입시교육을 받고 자란다. 그렇다고 모두 같은 생각, 같은 꿈을 꾸지는 않는다. 전부 각자만의 특색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우리는 왜, 점점 살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이라는 색깔에 자신의 색을 맞춰가는 걸까?'
'나의 색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 「나의 색을 찾고 싶었다」 중에서
한국 사람들은 초중고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취업과 함께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그다음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살아간다.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것이 이렇게 방정식처럼 다 똑같은 것일까?’
대한민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은 고등학교까지 같은 입시교육을 받고 자란다. 그렇다고 모두 같은 생각, 같은 꿈을 꾸지는 않는다. 전부 각자만의 특색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우리는 왜, 점점 살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이라는 색깔에 자신의 색을 맞춰가는 걸까?’
‘나의 색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해외에 있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어떨까?’
외국인과 이런 주제로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다른 세상을 보고 오면, 적어도 내 색이 무엇인지는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세계 일주를 결심했다. 하늘을 지붕 삼고 땅을 이불 삼아, 세계를 돌며 그것들을 가슴에 품고 싶었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서, 과연 나는 나의 색을 찾았을까?
--- 「하늘을 지붕 삼고, 땅을 이불 삼아」 중에서
사람들은 묻는다. 왜 밖에서 텐트를 치고 자며,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그 나이 때와 그 순간에만 할 수 있는 경험이 있다고. 한 마디로, 20대이기에 텐트를 치고 잘 수 있었다. 나이가 좀 더 들면, 아무리 텐트에서 자고 싶어도 몸이 버텨내지 못한다. 그때는 선택의 여지없이 호텔에 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남자 혼자 다녔기에 텐트를 치고 잘 수 있었다. 신혼여행을 가서도 텐트를 치고 잘 수는 없지 않은가?
여행에는 정답이 없으니, 개인의 취향대로 다니면 된다. 내 취향은 텐트였다. 나는 길을 걷다 아름다운 풍경이 나오면, 텐트를 치고 그 풍경을 창문 삼아서 잠을 청했다. 그것은 텐트이기에 가능한 낭만이었다. 다만 가끔씩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텐트를 두드리기도 했다. 초대하지 않은 손님에는 사람 외에 자연도 포함됐다. 그럴 때는 임기응변을 발휘해 재주껏 상황을 대처하면 된다. 동시에 경험치는 한 층 더 쌓여 간다. 나는 그 낭만이 아직도 가끔씩, 그립다.
--- 「유럽의 발코니에서 노숙자로 쫓겨나다」 중에서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기차여행을 한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흐뭇했다. 이런 게 바로 내가 꿈꾸던 여행이 아니었나 싶었다. 캄보디아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슬픈 일이 있었지만, 그 슬픔을 좋은 순간들로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사람은 사람으로 치유한다는 말이 있듯이, 여행은 여행으로 치유하면 된다. 여행에서 발생하는 슬픈 사건은, 여행이 선물하는 행복한 순간들로 치유하면 된다.
때로는 슬픈 감정을, 때로는 행복한 감정을 선사하는 ‘여행’이라는 녀석. 그 녀석의 매력을 맛본 여행자들은, 여행과의 밀당을 경험해본 여행자들은, 그 밀당 속에서 감정의 희로애락을 맛보며 사고하고 한 층 더 성숙해진다. 그 맛에 중독돼 우리는 또 배낭을 꾸릴 날을, 꿈꾼다.
--- 「43시간의 베트남 기차여행, 여행은 여행으로 치유한다」 중에서
나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러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낭만을 꿈꾸었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열차의 현실은 머릿속의 낭만과는 달랐다. 하루만 지나면 열차의 쓰레기통은 쓰레기로 넘쳐흐른다. 냄새에 민감한 사람은, 열차에 탑승한 다양한 사람들의 몸 냄새와 발 냄새로 진동하는 열차 안에서 숨쉬기가 힘들 것이다. 잠자리에 민감한 사람은, 좌석을 이어 붙여 만든 열차 침대가 불편할 것이다. 열차 여행은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행자들이 열차 여행을 찾는 것은 ‘사람’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사람들이 힘든 현실에 향수가 되어, 힘든 현실을 아름다운 순간으로 승화시켜주니까.
열차에 가득했던 다양한 사람의 몸 냄새, 사람이면 가지고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발 냄새. 하지만 그 냄새를 잊어버릴 만큼 사람 냄새를 물씬 풍겨준 아르젬 아저씨. 아저씨 덕분에 열차에서 사람 냄새를 제대로 맡을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열차에서 발견한 마지막 낭만, 바로 ‘사람 냄새’다.
--- 「사람 냄새나던 97시간의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탑승기」 중에서
세계 최대의 거울로 불리는 우유니 사막에서 눈부신 리플렉션의 장면을 보지는 못했지만,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를 가슴에 담고 왔다. 건기의 우유니는 건기대로의 낭만이 있었다. 여행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그 여행지에서 꼭 해봐야 하는 리스트가 있다. 각 여행지의 랜드마크를 꼭 방문해야 하고, 그 여행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꼭 먹어봐야 한다.
여행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면서, 사람들은 그 여행지에서 꼭 해봐야 하는 정답지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자유로운 여행을 꿈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손에는 교과서를 1권씩 들고 있다.
나 또한 그 교과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그렇게 여행했었다. 그 교과서는 양날의 칼처럼 이중성을 갖고 있다. 처음 가보는 낯선 땅에 대한 좋은 이정표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나를 강박하는 포승줄이 될 수도 있다. 이정표와 포승줄의 한 끗 차이는 여행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느끼지만, 여유가 아닐까 싶다. 마음의 여유에서 여행지에 다시 올 수 있다는 ‘여지’가 나온다. 이곳을 다시 오지 못한다는 생각, 혹은 강박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는 그 초조함이 여행에서의 여유를 옭아맨다.
“여행지에 여지를 남겨두고 오는 것은 어떨까?”
--- 「은하수가 가로지르던 우유니 사막, 여지를 두고 오다」 중에서
처음 세계일주를 한다고 했을 때가 생각난다. 사람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응원보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더 많았다. 여행이 끝나고 책을 쓴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응원을 해줬다. 하지만 1년 흘러 2년이 되고 2년이 3년이 되어갈 쯤, 나의 책은 사람들에게 막연한 신기루처럼 여겨졌다. 사람들에게 잊힐 쯤, 나의 책이 출간됐다. 사실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나의 꿈이 흐려졌을 뿐이지, 나는 여전히 꿈을 살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 「Epilogue | 30대를 시작하며 인생의 청사진을 그려본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