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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좀비의 목숨을 건 철학 수업

인간과 좀비의 목숨을 건 철학 수업

: 철학으로 구원받은 난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한번 살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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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2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532g | 135*203*30mm
ISBN13 9791155401613
ISBN10 115540161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좀비가 소년을 무는 게 먼저일까,
소년이 철학자가 되는 게 먼저일까(책 속에서)

여행과 영화는 도달할 목적지와 엔딩이 있기에 여행과 영화가 된다. 마치 인생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인생이라는 여행의 막을 스스로 내릴 권리를 가지고 있으리라. 아니, 권리 따위가 아니라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스스로 끝을 맺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여행도, 영화도 그리고 인생이라는 작품도 끝을 내야 할 시기를 놓치고 늘어지면 추해진다.
---「소년, 인생의 낭떠러지에서 철학자와 좀비를 만나다」중에서

연인끼리 은밀하게 주고받는 비밀편지도 아니고, 책이란 널리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드는 게 아닐까? 어쩌면 대다수가 소화하기 버거워하는 ‘격조 높은 문장’이란 그저 ‘전달력이 떨어지는 못쓴 글’일지도 모르겠구나. 독일 철학자 헤겔Friedrich Hegel은 평소 “철학은 만인이 알 수 있는 말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 우리는 헤겔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단다.
---「철학은 그들의 무기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다」중에서

인간은 모두 바다만큼의 그릇을 가졌으며 또한 인간이 ‘알 수 있는 것’도 바다만큼 많단다. 하지만 평생 그곳에 넣을 수 있는 지식의 양은 밥그릇 정도일지도 모르고 제트욕조 정도일지도 모르고 수영장 정도일지도 모르지. 다만 평생 지식을 부지런히 넣어도 바다를 메울 수 없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우리가 무지하지 않을 때란 존재하지 않는단다. 우리는 영원히 무지해. 아무리 채워도 여전히 모르는 게 많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자각한 인간이야말로 지식에 대한 욕구를 가지며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게다. 그게 소크라테스가 깨달은 거란다.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 앎의 시작이다」중에서

히로는 혼잡한 차내에서 손잡이를 잡은 채 주위 승객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 차량 안에 있는 백여 명의 승객 모두가 인간이 아니라 철학적 좀비라는 상상을 해봤다. 생각한 대로 살지 못하고 그저 무언가에 휘둘리듯 사는 대로 살아지는 존재를 가리켜 철학적 좀비라고 한다면, 철학적 좀비는 철학이나 SF에서나 나오는 가정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히로 자신 또한 사회 속 무수한 관계망 속에서 주위 기대나 속물적인 기준에 길들여지고 타협하며 서서히 철학적 좀비가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좀비는 철학자가 될 수 있을까?」중에서

세상만사는 의심할 수 있어. 그러나 세상만사를 의심하는 자신의 존재가 있다는 것, 그것만은 결코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야. 무언가를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은 ‘무언가를 의심하는 주체’인 자신이 있다는 거잖아. 그것을 의심한다고 해도 ‘그것을 의심하는 자신’이 있는 것만은 또한 의심할 여지가 없어. 아무리 되풀이해서 의심해도 ‘의심하는’ 것은 틀림없이 ‘생각하는 자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라는 거잖아.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생각하는 자신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것을 정리한 말이 바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인 거야.
---「의심하는 내가 있다는 것만은 의심하지 못한다」중에서

에리: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세계 5분 전 가설’을 주장했어. 그 설에 따르면 이 세계는 지금부터 겨우 5분 전에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르며, 이 가설은 누구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는 거야.
히로: 내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기억이라는 걸 백퍼센트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10분 전의 기억이 정확하다는 것쯤은 선생님의 머플러를 보면 알 수 있어요. 그 피! 제가 본 소름 끼치는 식사 장면의 기억은 그 피로 증명할 수 있어요.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그 머플러가 증거다!
에리: 주변에 재난을 몰고 다니는 소년탐정 흉내를 내는 거라면 ‘피가 묻은 나’도 5분 전부터 존재했을 가능성 또한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러셀의 세계 5분 전 창조설」중에서

선생: 칸트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과 이를 통한 인식방식은 경험을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이성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했단다. 그래서 경험론자는 인간의 이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칸트는 “경험을 이성으로 인식함으로써 인식이 완성된다”라고 했다. 말하자면 “경험도 중요해요. 이성도 중요해요. 양쪽을 합쳐서 인식이에요”라고 인식 문제의 결론을 맺은 셈이라 할 수 있지.
히로: “경험이에요! 이성이에요! 둘이 합쳐서 인식이에요!” 이런 식이라고요? 어째 동방신기 같지 않나요. “최강창민이에요! 유노윤호여요! 둘이 합쳐 동방신기예요!”
---「인간은 완전한 없음을 상상할 수 있을까?」중에서

히로: 슬픈 것, 괴로운 것 모두 쓸데없는 경험이 아니군요. 그것이 없으면 행복이 없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인생이 아무리 힘들어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요. “인생에 쓸데없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의미가 있다”는 정말 맞는 말이었군요.
에리: 착각하지 마. 그것과 이건 전혀 다른 얘기야. “모든 것에 의미가 있다”니? 그거야말로 니체가 말한 노예 도덕이잖아!
히로: 왜 그렇게 화를 내시는 거예요.
에리: 너는 너와 마이클 조던 둘의 행복량이 같다고 생각하니?
히로: 그거야 모르죠. 우리는 조던의 플러스 부분밖에 모르니까요. 그렇게 성공하기까지 고생한 걸 생각하면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일지도 모르죠.
에리: 그럼 질문을 바꿀게. 겨우 한두 살에 학대로 목숨을 잃은 아이도 그렇게 세상을 떠나도(마이너스) 괜찮을 만큼 살아온 삶이 플러스였을까? 홀로코스트를 당한 육백만 유대인들은 그렇게 죽어도 괜찮은 죄를 범했을까?
히로: 말씀을 들으니 인생 전체를 봤을 때 좋고 나쁜 것의 균형이 잡혀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헤라클레이토스의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세계는 대립으로 유지된다고 했잖아요?
에리" 대립이 있으므로 조화를 이룬다. 대립이 있으므로 행복이 있다. 그러므로 대립의 가능성이 없는 일방적인 고난은 없애야 한다는 거야. 맛있는 식사를 위해 공복은 필요해. 하지만 나중에 밥을 먹을 수 있기에 공복이 의미 있는 거야.
---「‘행복 - 불행 = 0’은 틀렸다!」중에서

니체는 말이다. ‘반드시 영원회귀가 일어난다’고 하지 않았다. 혹시 영원회귀를 하더라도, 이번 인생이 몇 번이나 되풀이되어도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금의 삶에 전력을 기울이라고 한 게다. 누구나 살다 보면 괴로운 일과 극복해야 할 시련을 만나겠지. 하지만 그것을 ‘두 번 다시 겪기 싫어’라면서 참고 견디는 것과 ‘고난? 그래, 들어와!’라고 긍정적으로 맞서는 것은 인생의 질이 완전히 다르다는 게다.
---「후회 없이, 흔들리지 말고 힘껏 지금을 살아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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